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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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에 모신 나의 부처님
폭염이 잠시 수그러 든 일요일 아침
조계사 경내는 마치 깊은 산 속의 고즈녁한 산사처럼 조용하고 선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법회가 시작 될 즈음 시원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회화나무는 가지를 활짝 펼쳐 큰 우산이 되어 법당을 외호하고
기나긴 폭염에 지친 백송도 몸을 떨며 시원한 빗줄기에 온갖 번뇌를 털어 버리고 홀홀히 서 있었다.
"날씨가 굉장히 무더웠는데 마침 기분 좋은 비가 옵니다.
깊은 산중에 사시는 스님들은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 무엇을 할까요?
비나 눈이 많이 오면 산중은 고립되어 자연과 스님들만의 세계가 되므로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콩도 볶아 먹고 전도 부쳐 먹곤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해 주어 고마울 뿐입니다."
소탈하게 일상사를 옛이야기 하듯 엮어 가시는 원담스님의 말씀은 비 오는 날 군불 땐 아랫목에 엎드려 외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그렇게 편안하고 재이있게 이어졌다.
내 몸 안에 부처님을 모시는 신행생활을 설법하시며
"옛날 젊은 승려시절에 어느 신도님의 요청으로 나이 어린 산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청소년 비행에 물들어 있던 아이가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어 그 신도님의 병원에 몸을 의탁하여 출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보름 병실에서 호젓이 있다 보니 전과 달리 생각이 깊어지며 그 와중에 자신의 몸에서 나온 아기를 만나게 되니 부쩍 성숙해져서 한 생각을 이루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출가하여 오히려 세상물정에 어두운 제가 그를 지켜보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 어린 아이가 제 뱃속에서 나온 아기를 보고 자기 생각이 확 달라지며 성숙해 짐을 보니 우리 불자들이 제 몸 안에 부처님이 한 분씩 계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변화가 오겠습니까?
자기 몸이, 자기 마음이 불보살님 처럼 확연히 바뀌지 않겠습니까? "
내 몸 안에 부처님이 한 분 계시면 내가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등 모든 일상사가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는 것이 되니 이런 사람은 생활하는 것이 곧 부처님의 삶을 이루게 되는 이치라고 말씀하셨다.
천수경의 도량찬을 설명하시며
도량청정무하예(道揚??無瑕穢)
삼보천룡강차지(三寶?龍降此地)
아금지송묘진원(我今持誦?眞言)
원사자비밀가호(願賜慈?密加護)
이 청정한 도량에 삼보천룡이 내려와 대자비로 우리를 보호하시는데 불자들 모두 자기 마음에 불보살님 한 분씩 잘 모시면 조계사는 굳이 삼보천룡이 멀리서 내려올 것 없이 우리 안의 불보살님으로 가득 찬 그런 도량이 될 것이라 하셨다.
큰 스님을 모시고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큰 스님을 닮아가며 그 그늘에서 수행이 원만히 이루어 짐과 같이 우리 불자들이 가슴에 모신 부처님은 그 그늘이 크고 깊어 세상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시비가 있을 수 있겠는가?
여러분 한 분 한 분 모두 불보살님이 되어 조계사 도량이 부처님과 보살님이 포행(布行)하는 그런 도량으로 만들어 갈 것을 당부하시며 법문을 마치셨다.
빗줄기가 가늘어진 회화나무 아래에서 법당 안의 부처님을 올려다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었다.
우리 몸에 김구선생 같은 애국자가 들어 오면 얼마나 곧고 바른 삶을 살 것이며 마더 데레사 같은 성녀가 깃들면 또한 얼마나 자애로와지겠는가?
아! 모든 것을 깨달으신 부처님이 우리 몸 안에 계시면 그것이 곧 성불 하는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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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동영상- <불기2548년 7월25일> 일요법회 -원담스님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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