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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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선사(一然禪師)의 일생에 대하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
조계사 거사 합창단의 중량감 있고 청아한 노래소리가 법당을 힘차게 감싸 안았다.
선배조사의 일생을 살펴보는 중 오늘은 일연(一然)스님의 일생에 대하여 중앙종회의장이신 지하스님의 법문이 펼쳐졌다.
일연스님은 고려 후기의 고승으로 성은 김씨이고 처음의 법명은 견명(見明)으로 집안에 태양이 들어와 어머니를 사흘동안 비추는 태몽으로 인하여 지어진 듯하다. 그런데 스님이 될 때의 자는 회연(晦然)이다. 어릴 때의 이름이 밝을 명자가 들어가고(見明) 스님이 되어서는 어둡다는 그믐 회자인데(晦然) 나중에 큰스님이 되어 부른 이름이 한일자가 들어가는 일연(一然)이니 '밝고 어두움이 하나이다'라는 큰 깨달음을 일생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원효스님과 혜공스님을 존경하여 두 스승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했던 일연스님은 스님이 된 후에도 짚신을 삼아 어머니를 봉양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짚신을 삼아 중생들에게 나누어 주며 모든 중생을 어머니 같이 모신 중국의 진존숙스님을 공경하였다.
또한 의상대사의 제자인 진정스님을 공경하였는데 진정스님은 청년시절 나무를 팔아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며 어머니께 효도가 끝나는 날 의상스님께 법문을 들으러 가겠다는 원을 세웠다 한다. 이를 들은 어머니가 내가 살아 있을 때 출가하여 성불하라는 간곡한 권유를 하여 마침내 큰스님이 되신 분이다.
이는 두 분 스님처럼 효도하며 사는 일연(一然)이 되겠다는 서원이니 평생을 석학으로 국가에 이바지한 공도 크지만 마지막까지 일연스님의 노모에 대한 지극한 봉양은 효심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큰 귀감이 되고있다는 말씀으로 귀중한 법문을 마치셨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중복 무더위 한가운데 봉행된 일요법회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자리가 평소보다 넉넉하였다.
흰 모시한복을 정갈히 갖춰 입은 김정호거사를 법회 전에 잠시 만나 보았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김정호거사는 현재 44기 기본교리(오전반)를 공부하고 있으며 8월 29일 수계식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육체는 정신의 지배를 받음으로 긍정적, 현실수용적인 마음자세로 삶에 임하면 젊음이 유지된다는 김정호거사는 청년과도 같이 그 기상이 푸르렀다. 우리신도들 스스로 질서유지를 강화하여 조계사를 보다 원숙한 사찰로 가꾸어 가야 한다며 특히 만발식당의 무질서가 질서를 지키려는 불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실태를 걱정하였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조계사 경내에서 벽안의 관광객을 만났다.
호주 시드니에서 온 경찰경력 30년차인 Neil Minkley와 12년차인 Kylie Monaghan은 현재 여행 중인데 한림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캠프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에 한달 째 머무르고 있다고 하였다.
호주에도 불교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이 많은 서구사회에서 불교신자들의 차분하고 침착하며 착한 (Good & Calm) 모습이 크게 다가와 불교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한다.
이는 우리가 부처님 법을 실천하며 사는 삶 자체가 주위를 감화시켜 부처님을 따르게 하는 가장 큰 전교의 힘이 됨을 깨닫게 해준다.
좋은 것도 잠깐
마음은 어느새 시들고
근심은 살며시
늙은 얼굴에 가득하니
이제 다시 메조밥을 짓다
깨달은 이야기 들추지 않아도
인생은 한순간 꿈인걸 알겠노라
일연스님 말년의 게송을 가슴에 담으며 가족처럼 법당을 지키는 노보살들의 황혼의 모습에서 부모님 살아실 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라는 옛시조를 떠올려 본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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