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법회행사

칠석을 맞이하는 불자의 마음

  • 입력 2004.08.25
  • 수정 2025.01.15

석이란 치성광 부처님과 일광 월광 보살님께 자손의 번영과 가족의 무병장수, 소원성취, 가정화평을 발원하는 날이다.

칠석은 불교의 전통적인 전례는 아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이나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기존 나라의 전통신앙이 흡수되었다.

우리나라 사찰에 가면 칠성각(七星閣)이라는 것이 있다.  이 칠성각은 인도나 중국의 불교에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한국적인 것으로 칠성신앙은 우리 민족신앙이 불교와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천지자연과 그 변화를 무생물의 기계론적인 관점에서 파악한 것이 아니라 유기체적인 관점, 신령스러운 영체, 생명체로 보았던 것을 의미한다.

자연을 인간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조화(調和)와 공존(共存)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천지자연은 하나의 생명이라는 동양의 우주관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칠석을 맞이하는 불자의 마음은 시공을 초월한 자비를 지닌 보살과 고요하고 따뜻한 마음의 아라한을 닮고자 하는 원력을 세워야 한다는 서두로 잔잔하게 진행된 원담주지스님의 법문은 한 편의 감명 깊은 영화를 감상하듯 그렇게 이어졌다.

 

원양어선의 선장이었던 어느 처사가 폭풍을 만나 바다에서 표류하게 되었는데 오직 살아야겠다는 일념 밖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다.

그 절대절명의 순간 평생 살아오면서 얻은 지식은 다 무의미하고 어려서 어머니에게서 들은 '관세음보살' 염불만 생각이 나서 죽기살기로 '관세음보살' 주력만 사흘동안 바다를 떠돌며 하다가 지나가는 외국 배에 의하여 구조 되었다.

사흘 밤낮을 바닷물에 잠겨 '관세음보살'을 찾을 때는 오히려 체험할 수 없었으나 귀국하여 삶과 죽음이 실로 덧없구나 하며 마음을 비우고 기도에 정진하니 관세음보살을 실제로 체험하게 되었다 한다.

자식이 부모를 닮아가듯 우리의 일심 안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살을 이상형으로 삼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닮게 되어 우리 안에 보살을 영접하게 되는 이치를 설법하셨다.

 

모든 보살들이 수행하여 보살이 될 때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다.

자기 마음이 따뜻하면 보는 경계들이 모두 따뜻해진다.

따뜻한 마음은 얼음을 녹이듯이 자기마음의 응어리를 녹이고 편안하게 해주며 맺힌 것을 풀어준다.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업장이 두터운 사람이라며 인도여행시 본 -히말라야 산을 고즈녁히 바라보고 기대어 섰는 프랑스 노부부의 아름다운 동반을 그림처럼 그려 주셨다.

 

또한 망념의 세계로 부터 벗어난 아라한을 닮고자 하는 원을 세워야겠다.

자기 마음의 고요함을 스스로 가꾸지 못하면 따뜻한 마음을 내기 어려운 것이 이치이다.

고요함을 두려워 하는 현대인의 비애를 딛고 우리 불자들은 스스로 마음의 고요함을 얻어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있는 직시의 힘을 길러 스스로를 제도해야 한다고 설법하셨다.

 

대웅전 앞을 가득 메운 우리 불자들이 자식의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한다면 진정으로 불자다운 불자라 할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이러한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며 이것이 곧 자비희사의 정신이요 불법의 실천인 것이다.

 

발복기원하는 데만 매달리는 기복신앙의 한계를 벗어나서

보살과 아라한의 덕성을 지니는 지혜로운 불자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며

법당에서 재조명한 칠석의 의미를 보다 깊이 가슴에 새기면서

탑돌이를 하는 불자들의 걸음걸음에서 불교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옴을 느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