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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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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전통과 현대의 만남

  • 입력 2004.09.07
  • 수정 2025.01.15

이웃 종교와의 벽을 허무는 신성한 소리 “sacred voices". '전통과 현대‘라는 축제의 테마가 ’전통과 미래‘라는 조계사의 이미지와 어우러지면서 9월 4일에서 5일까지 양일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즉흥과 불교의 연관성에 대해 주지 원담스님은 ”염불과 서양음악의 만남, 전통도량과 현대 예술의 접목은 언뜻 보면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나 한국문화가 신명문화(사물놀이, 농악, 산조)이므로 서로 교감할수 있는 부분이 많으며 인류 문화자체가 종교문화에서 비롯되어 종교가 문화에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본다.“며 "앞으로 많은 일이 남았고 많은 불사가 필요한 조계사에서 이번 축제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 조계사와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하시며 개최의 소감을 밝히셨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즉흥음악 뮤지션 샘 베넷(일렉드럼), 미셀 필츠(베이스 클라리넷)오키 이타루(트럼펫), 강태환(알토색소폰), 박재천(퍼커션), 미연(피아니스트)외에 이지언(춤), 월드뮤직그룹‘자연’, 솔리스트 앙상블 ‘상상’의 허윤정(거문고), 유경화(칠현금), 젊은 재즈 뮤지션 18명으로 구성된 재즈빅밴드‘서울솔리스트재즈오케스트라’등이 불교, 기독교 음악과 한무대에 섰다. 이들은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전통적인 제례음악과 국내외의 프리재즈 및 즉흥음악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야외무대의 사운드는 동서고금의 종교간 경계뿐만이 아니라 국가간의 경계, 예술간의 경계, 문화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종교음악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하였다.

 

조계사 도량이 올 3월에 타계한 세계적 타악연주자 고 김대환 선생의 좌서작품들로 장엄된 가운데 서울솔리스트재즈오케스트라의 오프닝 공연으로 무대의 막이 올랐다. 이윽고 종각에서 스님들의 심장을 울리는 법고 소리가 들리고 무명을 깨는 범종소리가 울려 펴졌다. 공연이 다시 무대로 옮겨지면서 무대에는 거문고의 허윤정씨와 칠현금의 유경화씨가 인도 반스리(대나무 플루트)연주자이자 인도 반스리 최고의 명인 하리 프라사드 수석제자인 밀린드 다테가 호흡을 맞추어, 관객들에게는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묘한 앙상블의 곡조을 만들어 냈다.

 

또다시 어디선가 흑인영가의 하모니가 들려온다. 어느새 대웅전 처마끝에 자리잡은 공연단.

 

이번공연은 무대라는 형식을 버리고 조계사 도량 곳곳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예술세계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였다. 공연자들은 정형화된 예술과 공연의 형식을 깨고 진정한 예술의 본연에 다가가는, 그 본연의 ‘신성한 소리’에 가슴을 맡기고 몸을 맡겨 ‘즉흥’이라는 형식이 아닌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조계사 전각들과 어우러진 일렉 바이얼리스트 ‘미나’의 공연, 일렉드럼이라는 생소한 악기지만 가장 원초적인 음악의 박자와 리듬만으로 열정적 공연을 한 샘 베넷, 대웅전 어간에서 빗어내는 베이스 클라리넷과 알토 색소폰의 하모니, 그 속에 온몸을 맡긴 이지언과 육십나무 무용단의 춤과 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조계사 합창단의 창착곡 '반야심경'합창으로 공연이 막을 내렸다.  도량을 가득 메우는  웅장한 울림에 이제 더이상 조계사 합창단은 아마추어가 아닌듯 했다.

 

이번공연에서 특이한 점은 이틀간 진행된 이번공연에서 같은 출연자들이 이틀간 출연했지만 다음날에는 다른 느낌의 공연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즉흥예술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번 공연이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원래 예술이라는 것이 우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듯이 이번 공연은 그냥 가슴으로 느끼면 되었다. 간혹 관객들 중에선 가부좌에 눈을 감고 몸을 리듬에 맡겨 ‘소리’를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느끼면 되는 것이다. 공연이 무대라는 형식을 깨었듯이 관객들은 공연을 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공연자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는 공연의 일부였다.

 

이번 ‘팜’축제는 조계사가 보여줄 수많은 공연 중 조계사가 문화도량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앞으로 수많은 공연들이 조계사 신도와 서울시민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행중심의 도량이지만 도심 속에서 산사의 분위기를 서울시민에게 대신 전해줄 수 있는 문화의 축으로 남고 싶다는 주지 원담스님. ‘도량이 공사 중이라 신도를 비롯한 서울시민들에게 미안한 맘뿐’이라며 도량이 정비되면 ‘문화’가 상설화되어 금요일, 토요일에는 언제든지 조계사에서 예술과 문화공연을 볼 수 있는 주지스님의 바램이 곧 실현되는 것을 볼수 있을 것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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