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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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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순직 경찰관 49재 봉행

  • 입력 2004.09.21
  • 수정 2025.01.15

지난 8월 1일 폭행범인을 검거하는 중에 순직한 서울서부경찰서 소속 경관 심재호 경위와 이재현 경장의 49재 막재를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하였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죽은 후 칠일에 한번씩 재를 올려 7주기 동안 재를 지내는데 49일이 지나면 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 다음 생을 받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에 유가족이 영가를 위해 공덕을 지으면 영가가 하늘세계나 인간세계 등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하여 의식을 진행한다. 이렇게 영가가 좋은 곳으로 잘 건너가도록 인도해 주는 것을 영가천도라 하고 49재라 한다. 사고 당시 조계사 스님과 신도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심재호·이재현 영가의 49재를 하게 되었다.

9월 18일 오전 11시부터 유가족, 경찰 관계자, 조계사 스님과 불자들이 다수 참석하여 49재를 함께 하였다. 49재가 시작하면서 아침부터 내렸던 비가 개었는데, 대령관욕-영가를 목욕 재계시키는 의식-을 하는 동안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영가들이 아직은 이생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나이였기에 하늘마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주지 원담스님은 이번 사건을 통해 각박해져만 가는 도심에서 사람이 사람답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는 어느 개인의 업이 아닌 우리 모두의 업이라 법문 하였다. 또한 우리 스스로의 욕심과 이를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사회에 만연하여 자신만을 생각하려는 마음이 서로를 힘들게 하고 공동의 업을 짓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영가가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참석하는 이의 마음이 산란하지 않은 상태로,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접어서 영가가 왕생극락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으셨다. 원담스님은 영가가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낭송하였다.

"심재호 영가여, 이재현 영가여! 금일 영가의 사바 인연이 다하였습니다. 길지 않은 한 생이었지만 가만히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금일 모인 분들은 두 분의 왕생극락을 바랍니다. 금생의 인연을 모두 떨치고 가셔야 하는 시기입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십시오... 혹, 길이 혼미하고 어두우시면 저희 염불과 발원을 듣고 왕생극락으로 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영가를 위해 사중을 대표하여 총무국장 스님, 경찰청 수사국장, 서울지방 경찰청 차장, 서부경찰서장, 종로경찰서장, 서울지방 경찰청 불교회장, 신도회장, 신도회 사무처장 등이 헌화를 하였고, 영가를 위한 제사가 시작되었다.

조계사 신도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영가의 왕생극락을 빌어주는 보살심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마음을 읽어서인지 어느새 하늘은 개어 있었다. 서른둘,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주변의 모범이 된 이들이었기에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했지만, 영가들은 이제 현생을 마무리하고 내생에서 이생에 못다 한 일을 마무리지을 것이라 믿어 본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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