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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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friends!
We are friends! - 부처님 법 안에서 우리는 친구!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
코미디 프로그램 ‘폭소클럽’에 나온 블랑카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외친다. 사람들은 ‘폭소’한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인 블랑카가 한국생활을 하는 동안 겪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각색’하여 들려주는 이 코너를 보면서 당신은 그저 웃기만 했는지. 아니면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아주 잠깐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지난 일요일(24일), 조계사 회화나무 아래에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몽골 등지에서 온 1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였다. 조계사에서 열리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음악회 -We are friends!'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커다란 눈, 우리들보다 한톤 짙은 피부색, 낯선 언어를 쓰는 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조계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기에 신도분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그러나 어색함은 잠시일 뿐, 무대 앞에 마련된 관객석에 나란히 앉으니 이주노동자들도 조계사 신도분들도 모두 부처님의 도량 안에, 부처님의 법 안에 함께하는 법우들일 뿐 어떠한 경계와 차이도 없다.
공연은 전통 북춤으로 시작됐다. 붉고 푸른 술이 달린 한복을 입은 두 명의 무용수가 만드는 아름다운 선들, 유연한 동작들 그리고 흥겨운 북소리가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는 눈빛으로 무용수들의 동선을 쫒는다. 단아한 무용공연이 끝나고 깔끔한 연미복 차림을 한 여섯 명의 성악도가 무대 위에 올라왔다. 서울대학교 성악대학원생들로 구성된 이들 아카펠라단은 ‘오 솔레미오’, ‘오 기쁜 날’ 등과 같은 신나는 노래들을 멋진 하모니로 들려주었다.
다음 순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학생들의 현대무용 ‘Who am I ?' 공연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인간의 신체를 통해 표현한 이번 공연은 두 명의 여학생과 세 명의 남학생, 세 개의 토르소 마네킹과 다섯 개의 의자가 주인공이다. 무언가 갈구하는 듯한 격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단무에서, 점차 질서있고 단순해지는 동작을 만들어내는 군무로 작품이 진행된다. 현대무용의 미덕은 관객 스스로가 각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은 불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물음이 아니던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공연을 보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잠시만이라도 반추해 본다면 그것으로도 작품의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무대는 ‘조계사 가족들과 함께’. 일요일마다 조계사에서 진행되는 몽골법회의 뭉크어칠 스님이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부르며 노래솜씨를 자랑했고, 스리랑카의 이주노동자가 스리랑카 전통춤 ‘캔디댄스’를 선보였다.
뒤이어 올라온 공연자는 유진 박이다. 줄리어드 출신의 천재적인 전자바이올리스트로 유명한 그의 공연을 조계사에서 보게 되니 감흥이 새롭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범종루의 단청 그리고 조계사를 온전하게 감싸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흡사 종합예술인 영화의 한 장면을 이루는 느낌이다. 유진 박은 정적인 연주가가 아니었다. 무대에만 서서 바이올린을 ‘켜는’ 것이 아니라 연주하는 중간 중간 귀여운 동작을 춤을 추고, 급기야 무대에서 내려와 뛰어다니면서 바이올린을 가지고 ‘논다’. 바로 눈 앞에서 연주하는 유진 박을 보는 이주노동자들은 얼굴에 가득 웃음을 짓는다.
마지막 순서는 ‘대한민국 대표가수’ 정수라의 공연이다. 새앨범의 노래를 시작으로 ‘환희’ 등과 같은 히트곡을 이어 부른 정수라는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해 주셔서 고마워요, 계속 힘내서 잘 지내실 수 있죠?”라며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앵콜 소리에 다시 무대에 오른 그녀. “전 앵콜 나오면 꼭 이노래를 불러요. 우리나라 분들은 애국심이 대단하시거든요!”하며 웃는다. 모두들 “대한민국~”을 외친다. 함께 소리를 모아 “아~대한민국”을 부르면서 이날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나고 만발식당에 준비된 저녁공양을 함께 드리면서 이주노동자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 공연 어땠어요? 재밌었나요?”. 그들은 그저 “네, 좋아요~ 좋아요~”하며 웃기만 한다. “밥 맛있게 드세요”. 또 “네, 좋아요~ 좋아요~”하며 웃기만 한다. 할 말이 없다. 어떻게 해도 웃기만 하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웃어주는가, 하는 자조감이 생긴다.
조계사 외국인안내소, 조계종 총무원 외국인근로자상담센터, (사) 문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We are friends!' 공연뿐만 아니라 조계사 입구에서 진행된 ’이주노동자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비롯하여 대웅전 마당에서 펼쳐진 전통규방공예 전시와 전통차 떡 시식회 등으로 구성되었다.
93년도에 산업연수생 제도가 생긴 이래로 40여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코리안드림’을 안고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이들은 흔히 ‘3D-Difficult, Dangerous, Dirty' 직종이라 불리며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 나아가 노동조건조차 최악인 곳에서도 희망을 갖고 굵은 땀을 흘리며 일했고, 결과적으로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최근 들어 이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역부족인게 사실이다.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법률이나 제도와 같은 물리적인 도움에 앞서 그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이번 행사는 작은 시작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들을 부처님의 법 안에서 자비의 손길로 보듬는 것,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전법의 과정일 것이다. 앞으로도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곳에, 필요로 하는 때에, 필요한 것으로, 그들이 부르기 전에 먼저 찾아가서 손을 잡고 친구가 되는 우리 불자들이 되길 바래본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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