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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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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조계사 대중, 직지사에서 생태방생하던 날

  • 입력 2005.02.25
  • 수정 2025.01.15

‘왜 쏘았을까? 내가 무엇을 그들에게 잘못한 것일까?

‘탕’ 소리에 아득한 정신으로 꼬꾸라진 채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눈을 뜨고 보니 낯선 인간이 이리저리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몇 주가 지났을까? 나는 이름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산사 한 가운데 놓였다. 지난해 옆 산 수리부엉이가 말하던 인간들의 ‘방생’이라는 의식에 내가 이렇게 주인공으로 서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내게 총부리를 겨눈 그들도 내생에 나와 같은 모습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을까?’ (수리부엉이 생각)  

 

 

대형 버스 35대를 나눠 탄 조계사 신도가 2월 24일 동안거 해제 방생을 위해 조계종 제8교구본사 직지사에 도착했다. 대웅전 앞을 가득 메운 신도들은 헌공시작을 알리는 기도 스님의 음성에 따라 “정구업진언~”으로 시작되는 ‘염불장엄’을 시작했다. 1500여명 대중이 한 입으로 부르는 장엄한 염불소리는 잔설에 뒤덮여 하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황악산을 감돌아 오른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전북지회 남형우 지회장의 익숙한 진행에 따라 오늘 방생될 날짐승들이 대웅전 마당에 가지런히 놓여졌다. 긴장한 탓인지, 움추린 몸뚱이 위로 깃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올해로 벌서 5년째인 조계사의 생태방생은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의 전주, 대구, 안동, 경주 등 각지부에서 구조된 조류를 한데 모아 방사하는 것. 방생될 새들은 주로 밀렵꾼들에 의해 관통상이나 골절상을 입은 놈들이 대부분이다. 밀렵꾼들의 총에 부상당한 새들은 1~3개월가량 치료기간을 거친 뒤 일년에 두 번, 조계사 신도들에 의해 본래 살던 숲으로 되돌아간다. 이들의 생태방생은 ‘산 것을 놓아주고 죽게 된 것을 구제한다’는 부처님의 생명존중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생과는 차별화 된 점이 특징이다. 이날은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 5마리와 독수리(243호) 1마리, 말똥가리 2마리, 큰소쩍새(324호) 1마리, 야생 꿩 20마리 등 총 30수의 날짐승들이 방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단공양과 축원을 마친 조계사 주지 원담 스님을 비롯한 대중들은 본격적인 방생을 위해 대웅전 앞에서 한 줄로 늘어서기 시작했다. 한쪽에 비켜선 박혜명심 보살은 생각보다 큰 몸집의 수리부엉이를 보자 짐짓 놀라는 눈치다.

“난 조그만 걸로 줘요.” 박 보살의 볼멘소리에 모두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비록, 잠시 다친 몸을 인간에게 의지하긴 했지만 야생의 본능을 가진 맹금류라는 사실에 조금은 겁이 났던 모양이다. 원담 스님은 수리부엉이를 놓칠세라 양 날개를 꽉 움켜쥐고 있었고, 옆에 서있던 신도회장 이대각심 보살은 끔벅거리는 수리부엉이의 큰 눈을 들여다보며 연신 뭐라고 중얼 거렸다. 나중에 이 보살은 “수리부엉이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하기에, 괜찮다, 괜찮다, 두 번 다시는 다치지 않고 잘살라고 얘기 해주었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방생에 앞서 포교국장 재경 스님이 새들을 위해 축원해 주었다.

“모든 불제자들이여 내가 지금 대승경전에 의지하여, 너희들에게 삼귀의계와 여래십호와 십이인연을 말하였으니, 너희 죄업이 잠깐 동안에 사라지고 좋은 곳에서 태어나서 부처님의 수기를 받게 되리라. 이제 바야흐로 너희들을 풀어주노니 오늘 맺은 불종자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다시는 질곡에 걸리지 말고, 이 목숨 마친 뒤에 극락세계 아미타불 곁에 상품상생하여라!”

일제히 법회를 진행하던 스님과 신도들이 “불! 법! 승!” 삼보를 외쳤다.

“와~”하는 함성과 함께 날짐승들은 커다란 나래를 쭉 펼치고 힘차게 공중을 향해 날아올랐다. 개중에 몇몇은 아직 날아갈 준비가 덜됐는지 금세 마당에 내려앉기도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날아올랐다. 마지막으로 방생한 독수리는 역시 새의 왕이라 할 만큼 크고 웅장한 자태 뽐내며 날아올라 지켜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남형우 지회장은 “총상과 약물중독으로 신고로 들여오는 날짐승은 전주지회에서만 연간 600여수에 달한다. 밀렵꾼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방아쇠를 당기지만, 이들에게는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다. 자신의 목숨이 귀하듯 말 못하는 짐승들의 목숨역시 귀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며 안타까워했다.

 

직지사 주지 성웅 스님은 “불자들 모두가 모든 죄업 가운데 살생의 죄업이 가장 중하고, 모든 공덕 중에 방생이 제일이라는 <대지도론>의 말씀을 가슴에 새길 것”을 당부했다.

조계사 주지 원담 스님도 “방생은 살생을 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을 살려주는 적극적 행동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올 한해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많은 국민들의 앞날이 마장(魔障)없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며 덕담했다.

 

한편, 조계사 방생법회는 동안거 동안 천도된 ‘시방법계유주무주영가’들과 ‘남아시아강진해일희생영가’들을 위로하는 제사, 소전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방생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이 반영된 안거의 마지막 날, 가장 적극적인 생명살림의 현장이었다. 

 

글 조용수 기자ㆍ사진 고영배 기자

 

(이 글은 현대불교 3월 2일자에 게재된 기사로 조용수 기자님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 올립니다.)

 

달라지는 방생문화

 

정월 보름이 지나면서 각 사찰의 방생법회가 잇따르고 있다. 한동안 방생은 죽음에 직면한 살아있는 생명을 놓아주는 본래 의미와는 달리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어종을 무분별하게 놓아준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도 방생철만 되면 각 언론과 환경단체들은 방생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방생이 일부 사찰을 중심으로 원래 취지를 살리는 행사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특히 ‘인간방생’이 부각되고 있는 근간의 흐름은 눈여겨볼만하다. 이를 통해 많은 사찰과 단체들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우, 북한동포, 해외난민 등 어려운 이웃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야생동물협회로부터 협조를 받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야생동물 방생도 새롭게 등장했다. 보은 법주사와 서울 조계사 등이 각각 사슴과 조류를 방생해 호평을 받으면서 달라진 방생문화를 실감케 한다. 강이나 호수에서 벌이던 물고기방생이 고작이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방생 형태의 변화는 정월대보름에 맞춰 실시하던 전통도 변모시키고 있다. ‘인간방생’의 경우 포교와 맞물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연중 지속적인 후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는 방생이 단지 죽어가는 목숨을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과 굶주림에 고통 받는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모든 행위로 정착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봉영 기자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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