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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침저녁으로 부처님 앞에 향을 사르고

  • 입력 2005.04.08
  • 수정 2024.11.23

겨우내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그늘진 담장 밑에도 봄이 왔다. 언 땅에 여린 뿌리를 내리고 겨울을 견딘 나무들만이 찬란한 봄 빛 속에서 눈부신 꽃을 피울 수가 있다.

 

30여년을 감당하기 힘든 인고忍苦의 세월을 걸어 마침내 법화法華를 피워낸 초암 한뫼 김시운 선생님의 사경전을 보기 위해 공평아트센터 전시장을 찾았다.

 

사경寫經이란 경전을 옮겨 쓰는 것인데 신라 때부터 내려오는 신앙 의식이며 실천행위의 결정체이다. 부처님 말씀을 가르침을 새기고 익혀 실천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자 한자 깊이 정성을 다하여 마음에 새기면서 쓰는 일이다. 사경을 하면 업장이 녹아내리고 마음이 밝아진다고 한다. 사경의 공덕에 대해서는 금강경 제15, 법화경 제4, 도행반야경 제7 그리고 수능엄경, 금광명경 등에서도 설하고 있다.

 

초암 김시운 선생님께서는 서예가시며 처음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셨다. 산을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산을 찾았는데 가는 곳에 절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셨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어느 날 꿈속에서 산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데 한 도인이 나타나 ‘너는 평생 이것만 쓰라’ 고 하면서 뭔가를 잔뜩 던져 주는 꿈을 꾸셨다. 그 이튼 날에 속리산을 갔는데 우연히 그 곳 관음암에 계시는 스님 한 분이 책을 하나 선물로 주셨다. 깨알같이 작게 써내려 간 금강경 책이었는데 그때 문득 꿈속에서 도인이 주고 간 것이 생각이 났다. 그때부터 사경을 쓰기 시작, 10년 만에 여는 첫 전시회다.

 

처음에는 능력과 수행의 부족함으로 수도 없이 번뇌하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아침저녁으로 향을 사르고 몸과 마음을 귀의하면서 무수히 발원을 했다. 간절히 기도를 올리면서 하나하나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 전통의 순수 사경을 하자니 만만찮은 금전의 부담 또한 컸다. 금, 은, 주사, 감지, 상지, 아교의 제작방법에도 심혈을 기울이며 조심조심 잠 못 이루고 뜬눈으로 보낸 10여년을 세월을 뒤로 하고 갖는 전시회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20여년을 한결같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조를 해온 아내의 고마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후원을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나타나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신다.

 

초암 김시운 선생님께서는 평소 신문이나 책은 30분만 봐도 눈이 침침해서 오래 보질 못하는데 사경을 하고 불화를 그릴 때는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밤새도록 하루 종일 작업을 해도 도저히 피로함을 느끼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전시장 안을 가득 메우는 작품 하나하나 마다 사람이 한 것으로는 믿어 의심이 가는 것들이 많다. 무려 47M가 넘는 금강경이나 관세음보살님의 자태 표정은 신의 손을 연상케 해서 관람객들 중에는 선생님을 손을 보자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도 작업을 할 때는 늘 무아지경에 들어 작업이 끝나면 내가 정말 이 많은 것을 했나 하고 의심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불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 말씀 해달라고 여쭈니 ‘많은 불자들이 와 주셔서 그저 봐 주시기만 해도 좋습니다.’ 라고 하신다.

 

일시 : 2005.4.6(수) ~4.12(화) 7일간

장소 : 공평아트센터 1층 전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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