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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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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화를 깨지 않는다

  • 입력 2005.08.05
  • 수정 2024.11.28

정원이 인공적인 조경을 하는데 반해 원림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두고 적절하게 건물을 배치하여 ‘조화를 깨지 않는다’란 뜻을 지니고 있다. 소쇄원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 하며 거스르지 않는 선비와 우리네 조상의 뜻을 엿보게 하는 원림이다. 사찰들이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그 정원이 또한 자연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상에 대한 허망함에 출세의 뜻을 버리고 별서정원으로 지었다는 소쇄원은 조선 중종때의 선비인 소쇄공 양산보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국가 사적 304호로 지정되어 한국민간 정원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원래는 제월당(霽月堂), 광풍각 (光風閣), 애양단(愛陽壇), 대봉대(待鳳臺)등 10여개의 건물로 이루어 졌으나 지금은 몇 남아 있지 않다.

 

제월당(霽月堂)은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주인을 위한 집으로 정면3칸, 측면 1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며, 광풍각(光風閣)은 "비갠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손님을 위한 사랑방으로 1614년 중수한 정면 3칸, 측면 3칸의 역시 팔작지붕 한식이다. 대봉대는 봉황처럼 귀한 손님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소쇄원 안의 건물의 이름에도 하나하나에 뜻을 담고 자연과 동화되려 한 주인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특이한 점이라면 소쇄원안에는 음식을 만드는 부엌이 없어서 다른 곳, 아마도 먼 바깥에서 밥을 지어 가져왔다고 한다.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길이 나오는데 그 길은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하는 휴대폰 광고를 촬영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스님과 나란히 걸어 가던 그 길이다. 혹 그 길을 지난다면 휴대폰을 잠시 꺼두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 보아도 좋을 듯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연못과 계곡, 초가를 얻은 대봉대가 눈에 들어온다. 한여름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이 대봉대에 쉬고 있었고 그 위에 제월당, 광풍각까지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오곡문의 계곡에 앉아 물놀이를 즐기는가 하면 물고기를 잡는 모습까지 보인다.

 

 

계곡에는 대나무 물길이 있어서 그 물길이 아래로 흘러 대봉대 밑의 작은 연못을 꾸미고 있다. 소쇄원을 한바퀴 휘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30분이지만 자연과 하나인 곳에 경계를 둔다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담장이 있어도 담장이 아니고 계단이 있어도 계단이 아니다. 건물이 있어도 막지 않았으며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도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그런 질문이 필요치 않다. 소쇄원은 자연 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자연과 하나가 되었으니 말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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