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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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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행사

수능을 백일 앞두고...

  • 입력 2005.08.17
  • 수정 2025.01.13

오늘 수능 백일기도 입제가 있다고 하여, 조계사를 향했다. 말복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더운 날씨였다. 법당을 들어 설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어머니들로 법당 안은 가득하였다. 손에 손에 염주를 갖고 계신 어머니들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도 끝날 때까지 법당 안을 지키고 계셨다.

 

 

주지 스님의 법문을 하는 동안에 어머니들은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말씀을 듣고 계셨다. 마치 입시 설명회를 온 듯한 분위기였다. 그 어머님들의 마음을 다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벌써 108배 기도를 하셨는지 땀으로 옷은 벌써 다 젖어 계셨다. 또한 연신 땀을 닦고 계신 어머니들을 볼 수 있었다.

주지 스님이 말씀 하시기를, “나의 잣대에, 어머니들의 잣대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하지마라.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을 봐야한다. 또한, 이제는 예전 어머니들의 세대와는 다르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대이며,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어야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아이의 재능, 취미, 기호, 적성에 맞게 어머니들은 물꼬를 터줘야 할 것이다.” 

 

맞다. 누구에게나 한 가지 잘 하는 것은 있을 것이다. 혹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면, 그것에 얽매이기 보다는 그 아이가 다른 것에 재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그것을 찾아주려는 노력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아이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그렇게 못한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 역시 공부로 세상의 잣대를 재는 것에 고개 숙여 반성했다.

스님은 또한 “ 백일 기도를 자식을 위한 기도가 아닌 어머니의 기도를 하라.” 고 말씀하셨다. 나는 순간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지 너무 너무 궁금하여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아이의 시험을 대신 쳐주는 기도가 아니라. 기도를 함으로써 감흥이 되어 불보살과 천신이 집과 아이에게 가피를 내려주게 하며, 또한 본인의 신앙심과 삶, 깨달음의 시간이 되게 하라.” 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들 모두, 오늘 이 자리에 있던 어머니들 모두 한마음일 것이다. ‘우리 아이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그것 말고 우리는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를 위한 우리의 깨달음을 위한 기도를 함께 하면 어떨까?

 

스님의 법문이 끝나고 기도를 하는데, 땀으로 범벅이 된 어머니들을 보며 세삼 나 역시 나의 수능을 위해 백일 기도를 하셨던 어머니가 순간 스쳐지나갔다. 끝나고 염주와 기도 발원문을 나눠 주셨다. 손에 손에 발원문을 들고 한번씩이라도 읽고 가시려는 어머니들에게는 오늘의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였다. 나는 너무 더워 법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나왔지만, 끝났지만 기도를 더 하려는 어머니들로 법당 안은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은 어머니들과 다른 곳에서라도 수능을 기도하는 모든 어머니들의 아들과 딸의 건강과 함께 수능을 잘 준비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이 글을 끝마칩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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