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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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고리로 연결된 이웃종교
지난 8월 18일 화창한 목요일 아침, 청량리역으로 출발하는 대학생회 식구들의 발걸음은 설레였다. 같은 불자들끼리 모이는 캠프가 아닌 이웃종교의 사람들과 2박 3일을 보낸다는 것이 우리들 마음에는 마냥 설레임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대종교, 그리고 우리 불교.
9시에 집합한 이웃종교 사람들은 처음이라 그런지 그나마 어색함을 줄이려 같은 종단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생각해 보면 그때의 어색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마석에 위치한 원불교 수련원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점심을 먹고 前대광고 교목교사였던 류상태 선생님께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종교를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종교가 있다'라는 말씀은 결국 사람의 행복을 위해 종교가 있다는 뜻으로 이어졌다. 너무 의식에만 얽매여 그 본질 (여기서는 '행복'이라고 해 두겠다. 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쓴 것임을 밝힌다.) 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음으로는 이웃종교인들의 한마당이 이어졌다. 서로 모여서 어깨를 주물러 주기도 하고 또 모여서 '도전 골든징'이라는 게임을 하였다. KBS방송국의 ‘도전 골든벨’을 패러디한 이 게임은 5개 이웃종교의 기본교리를 그 문제로 하고 다들 한번씩 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정말 아주 기초적인 문제였는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이 멍해지는 느낌은 우리가 서로 이웃종교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을 자각 시켜주었고 답을 들을 때 마다 재밌고 기억이 잘 되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원불교의식을 체험해 보았다. 웅장한 징소리로 시작된 원불교 법회는 그나마 익숙한 목탁소리에 그 긴장을 조금 덜어주긴 하였지만 한글로 된 낯선 주문과 불을 끄고 촛불에만 의지하는 경건함에 자신도 몰래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한 페이지가 넘는 참회진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원불교 법회의식을 마친 후 우리는 레크레이션을 하였다. 전날 보였던 어색함은 온데 간데 없었고 진행자의 요청에 따라 협동심을 요구하는 게임도 척척 잘 해나갔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눈을 감고 진행자의 손에 맡겨져 다른사람들의 손을 잡는 거였다. 눈을 떠보니 25명의 참가자 모두가 꼬이고 꼬이고 또 꼬여있었다. 진행자의 요구는 ‘이것을 손을 떼지 말고 풀어보라’는 것이었다. 말은 하지 말고! 모두들 당황하였으나 이내 눈짓 몸짓으로 차츰차츰 풀어나갔다. 결국 다 풀어보니 하나의 커다란 원이 되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이번 캠프의 표어인 ‘평화고리’였던 것이다. 5개 이웃종교들이 모두 모여 꼬인 것을 풀고 서로를 알아가는 평화캠프. 모두들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고 각각의 머리와 가슴속에는 하나의 느낌표(!)를 새겼을 것이다.
다음은 개신교 의식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바로 세족식이었는데 처음에는 타인의 발을 씻겨 주는 것에 대한 불쾌감과 긴장감이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섬기겠다는 속뜻을 알고 나서는 모두들 아무렇지 않게 깨끗이 닦아주었다. 가장 소외된 신체인 ‘발’을 닦아줌으로써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세족식.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천주교 의식인 미사에서는 신부님이 오셔서 평온한 목소리로 진행하셨다. 개신교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고 사람들도 이제는 이웃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 버리고 열심히 따라했다. 이웃종교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조금씩 커져 나갔음이리라.
저녁에는 대종교 의식이 있었다. 대종교에는 특별히 정해진 성직자가 없다는 것이 특이했다. 그만큼 서로가 평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필자는 이해했으며 동학에서 비롯된 민족종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대종교의 창시자 최제우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교리는 ‘인내천-사람이 곧 하늘이다’이라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생전당시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그 사상을 확립하셨던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라고 감히 상상해보기도 하였다.
마지막날 아침! 드디어 불교의식이 거행되었다. 시간 관계상 법회는 보지 못하고 진관스님의 주도하에 발우공양예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대학생회 식구들은 이번 여름수련회에서 배운 것이 있어 아무런 염려가 없었으나 이웃종교 사람들은 그 어색함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찌꺼기가 남은 청수물을 먹을 때는 표정들이 심각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해보니 결국 자기가 남긴 것 아니겠냐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이제는 이웃종교라는 말이 이웃가족종교라는 말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의 이해였다라고 생각한다.
사실 5개의 이웃종교가 한자리에 모여 2박 3일이라는 시간동안 보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종교에 대한 우월성만 내세우거나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견해로 이웃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캠프로 인해서 젊은 종교인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며 레크레이션에서 했던 것과 같이 우리들은 고리로 연결된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캠프를 다녀와서 함께 갔던 법우 한 명은 필자에게 캠프가 어땠냐며 질문을 했다. 필자가 머뭇거릴 때 그 법우는 ‘난 불교가 더 좋아졌어’ 라며 말했다. 그랬다. 불교가 더 좋아졌다. 필자를 비롯한 불교인들이 다들 이 평화캠프에 참가할 순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참가하고 내게 질문을 던졌던 그 법우와 같이 이웃종교를 이해하고 더불어 불교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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