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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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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9(2005) 동안거 결제

  • 입력 2005.11.16
  • 수정 2025.01.13

백장선사께서 결제대중들에게 일렀습니다.

“목구멍과 입술을 닫고서 빨리 한마디 하거라.”

 

그 때 위산영우가 말했습니다.

“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선사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백장선사께서 말씀하였습니다.

“그대에게 말해주기를 꺼리는 것은 아니나, 뒷날 우리 법손들을 다 죽일까봐 걱정된다.”

 

그러자 오봉상관(五峰常觀)이 말했습니다.

“선사께서도 입을 다무십시오.”

 

백장선사가 말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대를 간절히 기다렸다.”

 

그 때 운암담성이 말했습니다.

“제가 말하겠으니 화상께서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백장선사가 다시 “목구멍과 입술을 닫고서 빨리 한 마디 하라”고 하니

운암이 말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지금 계십니까?”

 

백장선사가 말하였습니다.

“우리 법손들은 다 죽었구나.”

 

 

이 결제법문을 산승도 설함없이 설했고 따라서 결제대중은 들음없이 들었습니다. 대체로 종사가 납자를 지도하는 것은 못과 쐐기를 뽑아주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납자가 안목이 없으면 못과 쐐기를 뽑아주고 있는데도 못과 쐐기를 뽑아주는 것조차 모르고서 아프다고 비명만 지르면서 또 다른 못과 쐐기를 뽑아주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래서 운문선사는 이렇게 대갈일성을 하였던 것입니다. ‘평지에서 죽은 놈들이 수도 없다. 가시덤불을 지나갈 수 있는 놈이라야 제대로 된 놈이다.’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눈가죽이 제대로 뚫려있는 납자라야 가시덤불이라는 격외(格?)의 언구 속에서도 그 낙처(落處)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담판한(擔板漢) 즉 외골수들은 말이라는 가시덤불에 걸려서 제대로 살아남지를 못합니다. 안목이 있는 납자라면 칼을 두 손으로 움켜진 채 휘두름을 당하더라도 칼끝도 상하지 않게 하고 자기 손도 다치지 않는 법입니다.

 

가시덤불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결국 가느다란 실오라기에 걸려서도 그것조차 끊어버리지 못합니다. 저 누에고치처럼 가는 실에 뒤엉키게 되어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살에 달라붙고 뼈에 달라붙어 절대로 빠져나오지를 못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도 마을을 만나지 못하고 뒤로 돌아가자니 주막도 없는 것처럼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되는 것과 똑같다고 할 것입니다.

 

결제대중은 그 답을 참으로 알고자 합니까? 말하기 이전에 이미 있다고 하였으니 어떻게 찾아야 하겠습니까? 이번 동안거 한철동안 입술과 목구멍을 사용하지 않고 표현된 언어이전의 그 본래 마음자리를 목숨걸고 참으로 간절하게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549(2005) 동안거 결제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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