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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우주관과 현대천문학

  • 입력 2005.12.22
  • 수정 2024.11.23

12월 20일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천문학자인 이시우박사의 불교우주관과 현대천문학이란 주제의 강연회가 열렸다. 추운 날씨임에도 스님들과 많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의 3시간 동안 휴식시간도 없이 진행된 강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천문학적 우주불교관

하늘의 이치를 다루는 천문학자로서 불교는 하늘에서(우주) 불교를 내려다본다. 불교는 인간이전 우주탄생과 더불어 온 것으로 만물의 존재본질을 나타내는 모든 법계의 법성을 근본으로 하는 불교 우주관은 미시세계에서 거시세계를 다루는 천문학적 우주관과 다르지 않다.

 

불교이외의 종교는 전지전능한 위력을 위탁하는 대상이 신이며 인간은 이러한 신을 통해 소원성취, 지적실현을 갈망한다. 따라서 오직 인간 중심적 신앙에 국한되고 대립관계에서 ‘나’가 우선이다. 그러나 불교는 만물은 법성 앞에서 평등하고 모두가 부처이며 인간중심적이 아니라 만유에 위탁된 법성의 실현을 근본으로 한다.

 

이성적, 합리성, 객관성을 추구하는 현대과학은 관찰대상을 존재성으로 보지 않고(연기적 불성) 단순한 물리적 대상성을 취급한다. 예를 들어 ‘돌과 나’사이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대상은 생명력 없는 물질로 본다. 즉, 이용해서 쓰는 소모품으로 본다.

 

사람의 이용가치가 있을 때 존재가치가 있고 사람의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존재가치가 없다. 상호간의 존재 본질이 무시되면서 평행성, 안정성이 깨어져 이런 과학적 행위가 자연을 파괴하고 동시에 자연은 인간을 멸망의 길로 이끌어 간다.

티끌에서 별에 이르기까지 만물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 인간과 자연 사이에 마음이 개임됨으로서 대립관계가 아닌 평등 관계로 서로의 존재가치가 올바르게 발현될 수 있다.

 

 

연기와 생명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고 주는 것이 없으면 받는 것이 없다. 바람이 일면 파도가 생기고 바람이 멸하면 파도가 멸한다. 유와 무, 생과 멸의 존재성과 다수의 집합의 상의성(相依?)은 연기의 한 양식이다. 하나가 나타나면 하나가 숨는다. 적어도 연기는 이중적 동거성을 지닌다. 현시와 은닉, 행복위의 불행, 고통 후의 즐거움, 아름다움 뒤에 추함, 나는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등 연기성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만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기의 원리는 멀리 떨어짐 이접(離接)적 다자(太者)가 상의적 수수과정(서로간의 주고받음)을 통해 연접(蓮接)적 일자(一者)로 이행하면서 새로운 창조적 과정을 이루어 보편성을 확립하여 실존적 존재가 된다. 즉 다자가 연기적 관계를 통해 만나서 일자(一者)가 된다.

 

개체의 정체성이 상실되면서 집단의 고유한 특성이 확립된다. 즉 ‘다즉일(太卽一) → 일즉다(一卽太)'가 되어 자기가 곧 타자이고 타자가 곧 자기다. 자기가 곧 타자이기에 자기가 정립되지 않고 타자가 곧 자기이기에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우(만남)와 섭동(서로 영향 받음)에 미치는 무위(無爲)적 연기과정에서 외부 작용에 대해 만물은 최소 에너지로 반응하고 최소 에너지 상태에 머물면서 안정평형상태인 가장 낮은 에너지상태인 이완상태가 된다.

 

이 상태는 삼학(三學)과 팔정도(八正道)를 통해 사성제가 이루어지는 무심, 무념의 여실지견, 열반의 경지이다.

 

 

자연의 생명체

만물은 생의(生意)를 지니면서 유기적인 상호관계를 이루고 있는 생명체 이다. 원자의 미시세계에서부터 티끌, 인간, 별, 은하의 거대한 거시세계에 이르기까지 우주 모든 만물은 모두 중생이다.

우주 만물이 모두 생명을 가졌다고 보는 것은 만유는 동등하다는 불교의 평등사상과 일치한다.

 

모든 생명체는 존재의 본질이 법성을 따르며 연기관계에서 주와 객의 대립이 아닌 원융무애한(圓融無碍) 상즉상입(相卽相入)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화엄법계의 특성을 지닌 소우주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근본심, 생동심이 있는데 심층하부에는 우주심 즉, 근본심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생동심이 있다. 나쁜 생동심을 버리고 현명한 지혜의 깨달음 즉, 근본심을 발휘할 때 열반에 이른다.

 

심층하부에 있는 제9식(아마라식, 청정식)은 진여문으로 여래, 불성, 보리, 열반으로 바로 근본심이고 우주심이다.

 

 

별의 탄생

별은 거대성은 물질(90%는 gas이고 10%는 티끌)에서 탄생한다. 별은 열악한 상태에서 탄생하여 수천만년내지 백억 년 이상을 살아가는 안정된 일생을 보내고 평생 먹을 양식을 가지고 태어난다.

 

원래부터 사상(四相)이 없어 이에 따른 번뇌가 없다. 별은 탄생 때 인간처럼 심한 산고의 고통(중력수축 → 중력붕괴 → 별의탄생)을 겪고 탄생 하나 이 과정에서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상이 없기 때문에 인욕바라밀로 무위적으로 산다. 이는 부처님께서 옛적에 할절신체를 당했을 때 아상이 없었기 때문에 인욕바라밀로 성내고 원망하지 않은 것과 같다.

 

별은 늙어 가면서 팽창하여 많은 물질을 방출하여 다음세대 별을 탄생 시킨다.

임종을 맞이한 별은 주위에서 나오는 빛이 수십억배 밝아지고 ‘펑’ 터지면서 죽는데 이때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인간의 장신구인 보석도 별이 폭발할 때 내는 물질이다. 별의 죽은 잔해가(여러 별에서 나온 물질) 모여서 다시 다음세대의 별을 만든다.

 

인간은 안정 상태에서 (10개월간 모태에서 생존) 태어나지만 빈손으로 탄생하여 외부에서 양식을 공급받아 살아가며 원래부터 사상(四相)을 가지고 태어나 고(苦)를 가지고 살다가 죽는다.

 

 

결론

은하는 수천 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 졌고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수천 억 개 있다. 이들은 상호 의존적 수수 관계를 이루면서 우주적 인드라망을 형성하고 있다. 법성을 지닌 우주, 화염법계는 그 자체가 불법(拂法)이고 부처의 세계다. 여기에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 우주의 섭리를 따른 별의 세대 순환을  통해서 누적되어온 우주적 정보가 들어 있다. 그래서 한 개의 티끌에도 우주가 들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우주 생성에 근거한 불교 우주관은 삼천대천세계가 은하, 은하단, 초은하단, 초초은하단으로 구성되고 이런 세계를 한 부처님이 다스린다는 것이다. 시방미진세계는 무수한 삼천대천세계로 구성된 우주를 뜻한다. 우주의 성(成), 주(住), 괴(壞), 공(空)의 반복 즉, 폭발과 팽창, 수축, 대붕괴, 대폭발, 팽창을 반복하는 진동우주모형에 해당한다.

 

불교우주관은 법계연기에 따른 우주관이다. 즉, 성(成), 주(住), 괴(壞), 공(空)과 생, 주, 이, 멸은 연기작용과 최소작용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우주의 본성인 우주심에 의해 이루어진다. 불교를 인간중심으로 보지 말고 우주는 생명체이므로 불법을 우주에 펴야 한다.

 

이번 강의는 관련 지식이 없다면 난해한 내용이긴 하지만 불교적 지식을 보다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 이었다고 생각 된다. 이런 기회는 드문 기회로서 앞으로 자주 접할 수 있으면 불교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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