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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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종교복지사업의 실태와 과제 세미나
'장애인 불자의 등불 복지 재판이 열린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종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것도 장애인복지 라는 화두를 갖고 말이다. 청호불교문화원 주최로 <장애인을 위한 종교복지사업의 실태와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 것이다. 3대 종교가 한자리에 모여서 장애인복지를 논의했다 그것은 하나의 복지 재판이었다.
각 종교의 장애인복지 주제 발표를 맡은 사람들은 각 종교의 장애인복지 실태를 얘기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모든 종교가 사회복지에서 장애인복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기독교는 25%, 천주교는 16%였다. 그럼 불교는 사정이 어떨까? 전체 사회복지시설 470개 가운데 장애인시설은 34개 그러니까 7.2 %이다. 부끄러운 실태이다. 이 7.2% 라는 비율은 불교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몇 개 안되는 장애인 시설도 정부가 위탁을 한 것이고 불교계에서 불교 예산으로 건립해서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은 소쩍새 마을 밖에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수탁 운영은 하나의 이권 사업이기 때문에 불교의 자비 실천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날 세미나에서 3종단의 사회복지시설 운영이 자체 재원을 활용한 운영 방식이 아닌 수탁 위주로 가고 있어서 종교적 차원의 복지 이념이 아닌 경제적 이권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게다가 불교는 더욱 결정적인 치부를 드러냈다. 사회복지시설장들이 사회복지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스님이 맡기 때문에 전문성에서 많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불교는 장애인복지 전문가들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예전에는 남다른 희생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봉사하는 차원에서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했지만 요즘은 장애인복지야 말로 전문성을 갖고 체계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져서 장애인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옛날 방식으로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불교계에서 장애인복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우리 불교는 인적 자원도 부족한데다 편의시설마저 없어서 장애인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선수 없이 감독과 코치만으로 경기를 치루겠다는 것과 같다.
장애인복지도 시장의 원리를 적용시키고 있어서 장애인을 소비자로 보고 있는데 사찰이 편의시설을 마련해놓지 않고 장애인복지관만 위탁을 받아 운영을 하겠다는 것은 소비자의 접근을 막아놓고 장사를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불교가 장애인을 외면하는데 장애인이 굳이 불교를 찾아갈 이유가 없다.
장애인 없이는 장애인복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장애인 불자는 불교 사회복지의 커다란 재원이 된다. 그래서 각 종교에서 장애인 선교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다. 만약 종교가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종교로서의 역할을 잃게 된다. 장애인은 우리 나라 소외계층 가운데 가장 손길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인데 그런 장애인을 외면한다면 종교는 부자들에게 더 부자되라고 기도나 해주는 기복신앙으로 전락하고 말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교는 돈과 권력의 부속물이 된다. 그것이 바로 종교를 부패시키는 원인이다.
종교가 부패하면 성직자는 물론이고 믿음의 주체도 권위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종교는 종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런 최악의 상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종교는 사회복지 그 중에서도 장애인복지를 해야 한다.
지금 다른 종교 걱정할 때가 아니다. 장애인복지에 있어서 불교는 걸음마 수준이다. 3대 종교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비교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 불교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뒤쳐져있으니까 정부에서 형평성을 맞추려고 불교에 사회복지시설을 위탁해준 것인데 마치 불교가 대단한 사회복지를 하고 있는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은 지금 장애인복지시설을 어떻게 운영해야 민주적인지 또 소비자인 장애인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연구팀을 만들어 실태조사를 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두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그냥 덥썩 덥썩 시설만 받아놓고 별다른 연구를 하고 있지 않다.
이래선 금방 바닥이 난다. 밥상까지 차려줬는데도 장애인을 불러다가 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는 잔치를 즐겁게 이끌어가지 못하고 밥상을 엉뚱한 동네 노인이나 노숙자들이 와서 먹고 가게 한다면 밥상을 차릴 예산을 정부에서 계속 줄리가 없다.
우리 불교는 장애인 복지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장애인들은 빵만 준다고 하면 언제든지 몰려올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외로움에 찌든 노인들은 누구 라도 찾아와 손을 잡아주면 좋아한다. 목사님과 방금 포옹을 했다가도 스님이 오시면 또 반갑다고 합장을 한다. 배고픔에 찌든 노숙자는 돈만 주면 바로 종교 개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애인은 다르다. 장애인에게는 자존심이 있다.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기를 진정으로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주지 않는다.
바로 이런 자존심 때문에 장애인복지가 가장 힘든 복지 사업이지만 그런만큼 가장 보람이 있다. 불교는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복지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복지 재판이 열렸을 때는 불교 장애인복지가 불량 복지 라는 퇴출 선고를 받게될 것이다.
불교장애인복지의 우수성을 보여줘서 우리 나라 사회복지의 모델 케이스가 되도록 불교 지도층은 물론이고 모든 불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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