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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도 놀이를 통해 본 성도재일의 의미

  • 입력 2006.01.03
  • 수정 2024.11.21

고려 시대 이후 전해오다가 서산대사께서 정리하신 성불도 놀이의 방법은 이렇다. 윷판 비슷한 성불도 가운데 인간윤회를 상징하는 커다란 원이 있고, 그 원의 가장자리에는 축생계, 천상계, 지옥, 인간, 아귀, 수라 등 육도 중생의 윤회를 나타내는 수십 개의 영역이 있다. 이를테면 50번은 인간계이고 59번은 뱀의 세계이다. 놀이는 인간계에서 출발하지만 수행을 잘하면 좀 더 나은 영역에서 윤회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지옥, 축생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원 내부에는 사각형으로 여러 단계의 수행 경지가 표시되어 있는데, 크게 염불문, 참선문, 경전문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각형 상자 위에는 놀이의 최종목표인 세 개의 원이 있으며, 성불(成佛)에 이를 때까지 108단계를 거치며 놀이는 계속된다. 특기할 것은 사각형 상자 안에 들면 ‘윤회’를 벗게 되는데, 그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은 ‘인간’이다. 천상계의 신(神)보다도 인간의 해탈 가능성이 더욱 높은 셈이다.

 

 

▲ 성불도 놀이

 

 

인간 해탈의 이 위대한 가능성의 최초 실현자는 석가모니부처이시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위 없는 깨달음을 얻으신 날을 기념한 것이 바로 ‘성도재일(成道齋日.음력 12월 8일)’이다. 성도재일은 부처님께서 세속의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신 후 6년간 혹독한 고행을 거듭했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하시다가 보리수 아래서 ‘이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일어서지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참선에 들어 부처가 된 날로 불자들에게는 ‘부처님 오신 날’ 이상의 의미 있는 날이다.

대개 이날 밤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의 사찰에서는 샛별이 돋는 이튿날 새벽까지 3천배, 참선, 탑돌이 등의 철야정진을 갖는다.

 

성도일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선가(禪家)에서는 12월 8일을 성도일로 정하고 송(宋)나라 때부터 이날 성도회를 했으며 그 이후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싯다르타 태자가 처음으로 만난 스승은 아라라 칼라마인데, 싯다르타는 이 사람 곁에서 수도에 전념한 결과 마침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그 경지에서도 그토록 고뇌하던 우주와 생명의 실상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후 싯다르타는 우다카 라마풋다를 만나서 모든 사유를 초월한 청정 선정의 상태인 비상비비상처(非?非非?處)의 경지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 깨달음도 궁극의 관심인 생노병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우주의 진리와는 너무나 먼 것이었다.

 

그 어디에도 궁극적 의문을 깨우쳐줄 스승은 없었다. 싯다르타는 외로움을 느끼며 몹시 방황하다가 문득 스승이 될 사람이 없다면 혼자의 힘으로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위대한 스승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네란자라강이 흐르는 우루벨라 마을의 언덕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었다.  극단적인 고행으로 살은 말라 뼈에 붙고 얼굴은 해골 같았으며 머리는 새들이 집을 지을 정도였다. 육신은 허물어지기 직전이었다. 수자타의 공양은 큰 힘이 되었다.

 

마왕 파순은 수시로 세 딸을 보내어 싯다르타를 유혹하지만 싯다르타는 그들을 물리친다. 그러자 마왕은 몸소 대군을 이끌고 싯다르타를 공격하지만 매서운 의지로  물리친다. 드디어 음력 12월 8일, 새벽하늘 한 편에서 샛별이 고요히 돋고, 다른 한 편에서는 유성이 지는 것을 보았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올랐다. 우주와 생명의 실상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고뇌가 자취도 없이 사라진 세계, 바로 해탈의 세계를 증득하셨던 것이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스스로 깨치신 중도의 진리에 대해 뒷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이곳에서 스스로 태어나는 존재이면서 태어남의 허물을 알아 태어나지 않는 더없는 열반의 안락함을 얻었고, 스스로 늙은 존재이면서 늙음의 허물을 알아 늙지 않는 더없는 완전한 안락함을 얻었고, 스스로 병든 존재이면서 병듦의 허물을 알아 병들지 않는 더없이 완전한 안락함을 얻었느니라. 또한 스스로 죽는 존재이면서 죽음의 허물을 알아 죽지 않는 더없는 안락함을 얻었으며, 스스로 더러운 존재이면서 더러움의 허물을 알아 더럽지 않는 더없이 안락함을 얻었느니라. 또한 나에게는 내 마음의 해탈은 움직이지 않아 이것이 최후의 태어남이라 이제는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해탈지견을 얻었느니라.”<성구경>

 

주로 성도재일을 전후해 벌이는 성불도 놀이는 나무아미타불이 적힌 세 개의 주사위와 두 분 부처님을 비롯, 보살님들의 명호가 적힌 20개의 말로써 진행되는데, 참가자는 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세 개의 주사위를 두 손에 넣고 흔드는 동안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며, 세 주사위의 조합에 따라 이동하는데, 50번의 ‘인간’에서 출발한다. 67번의 참회를 거치면 경전문에 들어가게 되어 있으나, 참선문에 입문하면 곧바로 성불(成佛)의 경지로 들 수 있도록 된 구조가 눈에 뜨인다.

 

 ‘성불(成佛)’에 이른 사람 얼굴에 조실(祖室)스님이나 최고 어른은 부처님 모양으로 콧수염과 백호를 그려 축하하고, 이어서 우승자는 ‘성불(成佛)’의 소감을 발표한다.

 

범부 싯다르타가 위대한 부처님이 되신 날, 성도재일은 인간이 최초로 생노병사에서 해방된 날인 것이다. 별을 제대로 보는 사람에게는 그 ‘올바른 눈(正見)’으로 불성을 증득할 수 있게 된다고 선지식들은 가르친다.

 

서산대사께서 성불도 놀이를 정리하신 까닭도 ‘인간’ 스스로 ‘분별·집착에 사로잡힌 그놈’을 타파할 수 있다는 깊은 믿음을 늘 가지고 계셨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임진왜란 전후 온갖 번뇌에 사로잡혀 고통의 세계에 함몰되어 있는 백성들에게 놀이의 형태로라도 성불(成佛)의 가능성을 선포하고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목숨 건 정진이 절대 놀이일 수는 없지만, ‘사바세계를 무대로 멋지게’ 수행하여 우리 이마에 부처님 백호 광명을 얻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보다 큰 기쁨 있겠는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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