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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원 포교부장 일관스님

  • 입력 2006.02.23
  • 수정 2024.11.17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일관스님께서 1988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도심포교를 해오시면서 그동안 많은 불자들에게 들려준 법문과 간간이 지면을 통해서 소개된 글들을 모아 정리한 <날마다 한 생각>이 도서출판 아름다운 인연에서 나왔다. 마치 스님을 마주 하고 앉아 법문을 듣는 듯한 50여 편의 소중한 언어가 가득 채워져 있어 마음을 열리게 하는 맑은 책이다.

 

겨울이 깊어 뼈를 드러낸 산맥위로 함박눈이 내리고, 풍경의 귀를 적시는 적막한 바람소리, 인적 없는 눈 덮인 산사의 풍경이 그리운 오후 일관스님이 계시는 환희재를 찾았다.

 

스님께서는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해 오로지 참선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어야겠다는 공부만 해오시다 다소 냉소적인 도심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란 많은 어려움과 갈등이 따랐다고 하셨다. 처음 도심포교를 하게 된 동기는 스님의 뜻이 아니었다. 20여년전 당시 은사스님께서 조그마한 가정집을 얻어 포교당 운영을 하며 도와주기를 원했지만 스님께서는 번번이 거절을 하셨다. 그러던 어느 해, 결제 들어가지 말고 딱 한 철만 와서 있어 달라는 은사스님의 부탁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 것이 도심포교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이후 4년간 도심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이 들어 몇 번이나 산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갈등을 하다 ‘그래 금생에는 포교를 하고 다음 생에 공부하자’로 마음이 굳어졌다고 하셨다.

 

“불자라면 불교적인 기본교육을 먼저 받고 자기 자신에게 맞는 수행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수행을 통해 마음이 변하고 지혜가 열리고 그래서 마음으로부터 인식을 바꾸어 새롭게 시작을 해야 합니다. 제가 20년 동안 도심포교를 하면서 느낀점은 우리 불자들이 신앙체험이 약하다는 겁니다. 좋을 때도 어려울 때도 여여한 마음을 가지고 수행으로 신앙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수도권이나 도심 속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의 정서는 사찰은 산속에만 있고 절에서만 기도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기도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해도 되고,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가다가도 가까운 법당이 있으면 들려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리면 됩니다. 각 가정에서도 가장 깨끗한 곳에 부처님을 모셔놓고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먼저 생활습관부터가 달라질 것입니다. 언제 어느 곳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와 같이 작은 노력이 씨앗이 되어 가슴속에 자비의 종자가 됩니다.

 

불교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곳에 있어야 하며 지금까지가 스님 중심의 불교였다면 이제는 재가자 중심의 불교로 바뀌어 생활 불교가 되어야 합니다. 옛날보다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나치게 만연된 소비주의 때문입니다. 30여년전만 해도 많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말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구멍 난 양말과 헤진 옷은 천을 대어 기워 입었고, 매일 연탄 한 장, 보리쌀 한 됫박으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면서도 자식들 열심히 키우며 교육시켰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로 정을 나누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스님께서는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하지 못한데서 불행을 느낀다고 하셨다. 이는 자기가 맡은 일에 진지함이 부족하고, 자신의 삶에 간절함이 모자라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밖에서만 보석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살기 좋은 환경이 갖추어지도록 원을 세우고 노력하며 기다리지 않고 감나무 밑에서 익은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어리석고 병든 사회가 안타까운 것이다. 우리가 모두 함께 원을 세워 정진하면 원리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로 변화해 갈 것이고, 개인의 이해관계와 공공의 선이 크게 충돌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부정과 불의, 부패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랑과 자비를 호소하는 소리가 높아집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도 더 나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예로부터 정 많고, 동정심 많은 우리 민족은 십시일반으로 이웃을 위해 작은 정을 나누고 보시하며 살아왔습니다. 진정 따뜻함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나눔을 좀 더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마음이란 한번 내는 것이 어렵지 실천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습니다.”

 

 

불자에게 부처님 말씀은 공기와도 같다. 공기 없이 단 몇 분도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우리 곁에는 부처님 가르침이 있기에 힘든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처님이 거룩하고 그분의 가르침이 훌륭해도, 우리가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늘날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넘치는 지식과 정보화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그러한 말과 지식에 비해 실천하는 일은 얼마나 그 격이 떨어지고 있는가. 특히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고 이웃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데에 매우 소극적이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 큰스님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모시고 살았던 스님들 중에 많은 스님들이 백팔참회를 으뜸으로 꼽습니다. 큰스님께서는 백팔참회를 일생동안 같은 시간에 한 결같이 하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큰스님의 많은 제자들은 그분의 백팔참회를 큰 법문으로 간직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일생동안 자기 자신을 정화하여 지혜를 얻고 자비를 실천하여 해탈문에 드는 데 백팔참회를 수행의 맨 앞에 두신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실천하나가 진리로 향한 등불이 된다. 하루하루를 살면서 우리는 마음의 노예가 되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 항상 마음에 부처님을 모시고 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보고 행동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매일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생활은 기본이다. 우리 불자들 가운데 하루를 시작하면서 부처님을 향해 기도드리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스님의 당부시다. 신앙과 생활이 떨어져 있다면 이미 신앙은 생명이 없는 믿음이며, 장식용 사치품에 불과하다. 생활 속에서도, 일상에 파묻혀 살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두고 항상 거울로 삼아야 하는 것이 불자로서의 삶인 것이다.

 

 

 

일관스님은 천년노목의 향기가 아름다운 해인사로 출가하여 해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선원에서 참선 수행하시다가 1988년부터 도심포교의 원력을 세워 몸소 대중불교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 상계동에 위치한 보현사와 불암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을 맡고 있다.

 

 

글 | 안연춘(조계사보 취재팀,가림문예원장)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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