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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란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뿌리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아가는 참 길

  • 입력 2006.02.27
  • 수정 2024.11.17
지혜에는 근본지와 후득지가 있는데 근본지는 수행을 통해 깨닫는 것으로 존재의 실상을 그대로 보는 것이고
후득지는 교학을 통해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행은 깨달음으로 향하는 에너지원으로
"지목행족상자(智目行足相資)" 즉 지혜의 눈이 되어야 하고 수행의 발이 되어
이 두가지가 서로 도와 같이 행해져야 깨달음으로 이를 수 있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 주신 교수님이라 시간이 가까와오니 약간 긴장이 된다. 2월 24일 오후 2시, 약속시간 5분전에
도착하신 교수님이 낯설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리니 잠깐 웃으시며 반가와하시는 모습에서 안도의 숨이 나간다.

한중광 교수님은 원래 간화선을 공부하시고 수행하시는 분이어서 그런지 무척 침착하시고 조용하신 성품이 쉽게 다가
가기 힘든분이라 느껴진다. 우선 일상적인 질문으로 교수님을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가슴 찡한 답을 해주셨다.

교수님의 고향은 경북 영천의 시골마을이어서 초등학교가 없어 안동에서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를 다니다가 집안사
정으로 학교를 중단하고 절 생활을 하면서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대학에 입학하셨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택한 이유도 같은 동네에 판사가 살았는데 그분처럼 후에 법조인이 되어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
에서 였다고 하신다. 대학을 다니면서 사법고시 준비를 하던 중 법문을 듣기 위해 어머니와 같이 주안 용화선원에 갔
다가 송담 큰스님을 2시간여 친견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교수님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은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고시공부는 접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 불교교학을
전공하시고 특히 간화선에 관해 공부를 해오셨다.


조계사 불교대학원에는 언제부터 출강하셨나요? 어떤 과목을 강의하시는지요?
-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불교대학에서 한국불교사, 불교대학원에서 불교교리사를 강의하였고 올해는 3월부터 불교대
학원에서 "여래장사상"을 강의할 예정입니다.

 
조계사 불교대학원생들의 수업분위기는 어떠한지요? 또 수준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다양한 분들이 모이셨지만 삶의 연륜과 불교의 깊이가 어우러져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수업내내 진지하고
순수한 신심과 열정으로 강의를 듣기 때문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한국 불교의 미래는 밝
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불교공부가 어렵다고 하는데 "불교란 무엇인지?" 교수님 말씀을 듣고 싶어요.
- 심원하고 오묘한 불교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교란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뿌리로 돌아가 알몸
으로 살아가는 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뿌리로 돌아가라는 것은 불성(佛?)을 깨달아 참사람이 되라는 것이고, 알
몸으로 살아가라는 것은 공성(空?)에 투철한 참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어려운 말씀이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에게 후에 다시 만나게 되면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 주신다고 하시면서 더이상
의 언급을 안 하셨다. 내게 아주 큰 화두를 주신 것 같았다.




진로형탈 사비상 (塵勞逈脫 事非常)
긴파승두 주일장 (緊把繩頭 做一場)
불시일번 한철골 (不是一飜 寒徹骨)
쟁득매화 박비향 (爭得梅花 撲鼻香)

번뇌를 멀리 벗어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니
마음속의 고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할지어다.
한차례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을진대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으리오.

황벽 희운(黃檗希運, ?~850) 선사의 게송 


처음 불교를 접하시게 된 계기와 불교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 저의 인생에서 두번의 큰 법은이 있었는데 첫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용화선원에서 송담스님의 법문을 듣고 선
(禪)에 든 것이고 둘째는 간화선으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다가 수덕사에서 법장스님의 권유로 경허선(鏡虛禪)에 든 것
입니다. 송담스님과 법연으로 불교개론서 하나 읽지 않고 바로 화두를 받고 참선을 시작하여 매일 송담스님 법문 테
잎을 2-3개씩 들으며 10시간 이상 참선을 하다가 선사상을 현대적으로 체계화해서 새로운 선패러다임을 모색해야겠다
는 원력으로 불교교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한시에 아주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 애송하시는 시가 있으시면, 또 불교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한수 주신다면 말씀해 주세요.

- 저의 시론은 한마디로 "선(禪)으로 돈오(頓梧)하고 시(詩)로 돈설(頓說)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암송하고 있는 천
여수의 시 가운데 불도에 뜻을 둔 분들에게 황벽 희운(黃檗希運, ?~850) 선사의 게송을 읊어 드리고 싶습니다.

진로형탈 사비상 (塵勞逈脫 事非常)
긴파승두 주일장 (緊把繩頭 做一場)
불시일번 한철골 (不是一飜 寒徹骨)
쟁득매화 박비향 (爭得梅花 撲鼻香)

번뇌를 멀리 벗어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니
마음속의 고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할지어다.
한차례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을진대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으리오.


살면서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분이 계신지요? 또 존경하는 스님과 평소 좌우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원효스님과 경허스님을 항상 흠모하고 있고, 두분의 사상의 골수인 "피모대각(被毛戴角, 온 몸을 털로 덮고 머리에
뿔을 이라)" 일구를 항상 뼈에 새기고 있습니다.
 
"피모대각"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리니까 "소"에 비유하시며 소는 늘  순하고 착하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인간을 위해 희생하며 살고 죽어서도 이로운 동물로 소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뜻이라 하신다.


평소 신행생활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 새벽 4시에 일어나서 8시간 참선하고 8시간은 경전과 어록을 봅니다. 지인들과의 만남을 거의 단절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에 매이다 보면 수행할 시간이 없고 게을러집니다. 철저히 홀로 있어야 모든 사람과 후일에 뜨겁게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원하고 오묘한 불교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교란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뿌리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아가는 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뿌리로 돌아가라는 것은 불성(佛?)을 깨달아 참사람이 되라는 것이고,
알몸으로 살아가라는 것은 공성(空?)에 투철한 참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불교공부하는 분들께 꼭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 1976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송담스님께서 하신 법문 테잎을 제가 7년에 걸쳐 녹취 정리하여 컴퓨터에 정리, 저
장하여 두었습니다. 책으로 10권 정도의 분량인데 올 겨울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경허스님연구"란 책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큰스님의 법문을 정리한 어록을 들고가서 송담스님께 인사드리고 허락해 주시면 "송담어록"이란 책을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또 하나는 참선수행에 더욱 매진하면서 "경허선 연구원"을 세워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함께 피모대각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선으로 꿰뚫는 불교사상사" "간화선의 사상체계" "탄선토시(呑禪吐詩 등 책을 차례로 간행할 계획도 가지
고 있습니다.

지혜에는 근본지와 후득지가 있는데 근본지는 수행을 통해 깨닫는 것으로 존재의 실상을 그대로 보는 것이고 후득지
는 교학을 통해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행은 깨달음으로 향하는 에너지원으로 "지목행족상자(智目行足相資)"
즉 지혜의 눈이 되어야 하고 수행의 발이 되어 이 두가지가 서로 도와 같이 행해져야 깨달음으로 이를 수 있습니다.

하나 더 붙여서 불교대학원까지 졸업한 인력들을 위해 조계사 내지 종단차원에서 졸업생들이 계속해서 공부하면서 결
집된 에너지를 회향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제도와 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인터뷰 하는 동안 자세 하나 흐트러짐 없이 차분하고 진지하게 차근차근 말씀해 주시는 교수님을 대하고 있는 나 자신도 저절로 마음이 안정되고 있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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