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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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강한 여성 리더와의 만남
조계사 청년회는 흔히 ‘희망’으로 불린다. 노보살님들이 조계사 대웅전을 지키며 정진한다면, 조계사 청년회는 한국불교의 미래를 준비하고 정진하는 모임이다. 1977년 6월 4일 창립되어 그해 2월부터 시작한 정기법회가 최근 3천회를 맞았다. 정기법회 3천회의 의미는 매주 빠지지 않고 법회를 열어야만 가능한 숫자이며, 한국 불교가 오늘날 중흥을 맞이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한 밑거름이다.
조계사청년회는 조계사 청년 불자들의 모임인 동시에 지난 1920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창립하여 전국 청년 불교 운동의 구심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대한불교청년회의 직할 청년회이다. 조계사 청년회는 회장단, 지도위원, 자문위원, 풍물원, 연수원, 선재부, 지혜부, 선정부, 문예부의 조직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선재부는 봉사활동으로 광명보육원을 후원하고, 지혜부는 화성의 자제정사 양로원, 선정부는 사찰환경운동인 싸리비활동을 하고 있다. 문예부는 의정부 선재동자원에 봉사를 하고 있는 착한 청년 불자들의 모임이다.
이러한 조계사 청년회 21대 회장이 여성이라고 한다. 최초의 여성 청년회 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그가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짧은 커트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당찬 말솜씨를 가진 여성일 것만 같다. 청년회를 이끌어가려면 중성적이거나 남성적인 성격의 여성이라는 편견에 조금은 긴장된 만남을 가졌다.
긴 머리에 곱게 화장한 모습, 부드럽지만 야무진 말투, 예상과 다른 분위기에 일순간 기자의 선입견을 무너뜨린다. 건축사무소에서 실장을 하는데 전날 출장을 다녀왔다며 마음을 연다. 최근 청년회 회장 소임을 맡아 청년회에 시간을 더 할애하기 위해 하던 일을 전업에서 프리랜서로 전환하여 일하고 있다는 설명에 일순간 그의 강한 원력을 엿볼 수 있다.
‘청년회’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는데 연령제한이 있단다. 조계사 청년회의 입회는 만 35세 미만이며, 활동은 만 4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령제한에 대한 부분은 젊은이들의 추세를 맞추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 또한 청년회에서 조계사 내의 법회나 법등으로 원활한 진출을 위한 방안이었다고 덧붙인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법회를 진행하는데 참석하는 인원은 대략 100여명, 적지 않은 수이다. 시기적으로 직장이나 다른 생활에 전념하여 한창 바쁜 때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정기법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1977년 당시 조계사 주지였던 혜산스님이 종로 주변의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소모임을 만들어 발족한 것이 지금의 조계사 청년회 시초이다. 초대 이학용 회장은 청년회 활동을 해 오다가 지금은 출가하여 혜원스님이 되었다.
‘최초의 여성회장’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청년회 활동의 성비는 반반임에도 20대에 이르기까지 여성회장은 한명도 있지 않았다. 조직을 이끌어 가다보니 남성적인 추진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박희정 회장이 출마하자 모두 시기상조라며 반신반의 하였다. 그러나 조직을 이끄는데 여성은 아직은 미약하다고 생각했던 청년회 내부에 작은 반란이 일어났고 박희정 법우는 21대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남성들에게는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세심하고 섬세한 배려, 조직 구성원의 정서적 교류,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조직을 이끄는데 중요한 리더십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97년 입회하여 임원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조직경험과 부처님에 대한 가르침을 따른 것의 결과이다.
8년을 한결같이 청년회 활동을 해오면서 큰일들보다 세세한 것들에 기쁨을 느낀다는 박희정 회장에게 가장 기뻤던 일은 문화부장을 하던 시절, <시낭송법회>를 진행했었는데 좀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시와 퍼포먼스>라는 주제로 팔상성도를 보여주었을 때라고 한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또, 2002년 봉축 행렬에 참여하기 위해 ‘금강역사와 석굴암 본존불’을 주제로 작업을 했는데 동굴이 너무 커서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빼내어 행렬에 합류했는데 행렬에 참가한 발걸음이 어찌 가볍지 않았겠는가? ‘절일은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교훈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조계사 청년회 활동은 항상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면 꼭 됐습니다. 그래서 매사가 더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고 회고하는 박희정 회장의 모습은 작은 일이 모여 큰 힘이 된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 같다.
청년회는 사회초년생으로 각자의 자리를 잡기에도 벅찬 시기의 법우들이 대부분이다. 청년회 조직을 이끌어 가다보니 아무래도 재정문제가 만만치 않지만 회비를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유명인사 초청 강연이나 단합을 위한 뒤풀이 등을 하여 현실에 만족하고 행복한 경험과 소속감을 회원 개개인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박희정 회장. 현실과 이상과의 사이에서 쉽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청년회 선배님들과 사중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조계사 청년회는 무궁무진한 역량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
조계사 내부에는 다양한 전문직 소모임이 있다. 이들과 청년회 정기법회와의 연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정기법회만이라도 함께 하는 것은 경제적이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와 조계사 젊은 불자의 단합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려본다.
강하지만 부러지지 않으며, 부드럽지만 심지가 있는 조계사 청년회 박희정 회장과의 만남은 한국불교의 앞날의 희망을 확인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조계사 청년회 후원계좌]
국민은행 023-501-04-007436 (예금주 : 대한불교조계종직할조계사청년회)
芝霞 이경주
행정학 석사, 불교가 모태신앙, 한 아이의 엄마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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