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마음을 낮춰라[下心]
불기2550(2006)년 4월 9일 일요법회에서 원담스님(조계사 주지스님)께서 법문을 설하셨다. 원담스님은 오늘은 의미가 깊은 날이라며 조계사 법당의 마루를 100년만에 새로 깔고 처음 법회를 열게 된 날이라고 소개하시고 조계사 신도분들이 복이 많아서 구하기 힘든 강원도 홍송나무를 구하여 마루를 깔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면서 법문을 시작하셨다.
원담스님은 다시 행자실에 쓰여진 하심(下心; 마음을 낮춰라)이란 어구를 소개하면서 처음에는 하심이란 말의 뜻을 잘 몰랐으나, 그 후 승려생활을 하면서 하심이란 말이 참 의미가 많고 그 의미가 좋은 말임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오늘 하심에 대한 설법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은 잘났던 못났던 잘 배웠든 못배웠든 다 자기 잘 난 맛에 산다. 그런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자기보다 잘 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내 마음에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현대 의학적인 용어로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모든 병에 관련이 된다.
그런데 하심(下心)이란 말은 이 스트레스와 아주 관계가 깊다. 자기가 갖고 있는 마음을 내리면 그 마음을 내릴수록 내려간 만큼 모든 사람이 다 똑같아진다. 그리고 나중에 더 내릴 것이 없어지면 그 자리가 보살의 자리인 것이다.
내가 아직 보살이 아니라는 것은 내 마음에 비우고 내려야 할 것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렇게 비우고 내려야 할 것이 많을수록 수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내 마음을 갈무리하는 힘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라는 말을 스님의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내가 아닌 것인 무엇인가가 와가지고 나를 흔드는 것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내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한편 스트레스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소리가 듣기 싫으면 부정적 스트레스이며, 듣기 좋으면 긍정적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데 소리는 똑같은 데 내 마음이 대응하는 차이에 따라서 어떨 때는 부정적 스트레스가 되고 어떤 때는 긍정적 스트레스가 된다. 현대에서는 이를 알러지[알레르기] 반응이라고도 하는데 알레르기 반응은 외부로부터 무엇이 오면 이에 대응할 때 생기는 현상인데 대응할 때 내가 약하면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내가 강하면 새로운 힘으로 태어날 수 있다. 즉 여기에도 부정적 반응과 긍정적 반응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수행을 함에 있어서 (부정적) 알레르기 반응이 적은 사람이 수행이 잘 된 사람이다.
부처님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말씀하신다. 사바세계는 고통의 세계 또는 참으면서 살아야 하는 세계를 뜻한다. 이 세계는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상대적 원칙에 의해서 있으며, 온갖 것들이 관계를 이루게 된다. 이 관계에서 자신이 받는 관계마다 전부 부정적 스트레스로 작용하게되면 일곱 살도 못살게 된다.
반면 우리의 마음 안에 긍정적 알러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면역체계가 뛰어나게 되고 자기를 키우는 인격체계가 점점 더 깊어지고 발전하게 되는데 우리 마음 안에서 하심(下心)하지 않고 면역체계를 키우지 않으면 우리 마음이 점점 부정적요소로 인해 나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나의 품성을 격하시키게 된다.
불교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부처의 종자이고 부처가 다 될 수가 있다고 말한다. 내 스스로가 부처와 보살의 길로 갈려는 사람은 긍정적 알러지를 많이 표현하는 사람이다. 긍정적 알러지를 가지려하면 내 마음 안에 나를 조금씩 덜어내야 한다. 덜어내면 덜어낸만큼 다른 것이 많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 그리고 나를 비우는 만큼 부처와 보살과 성인의 모습에 가까이 가게 된다.
현대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하여 땀을 내는 운동을 하라고 한다. 운동이란 배출하는 것으로서 숨도 내뿜고 땀도 배출하여 잘 순환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스트레스를 이기는 데 매우 좋다.
부처님은 2500년전부터 호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호흡과정에서 들여마시고 내뿜는 순환의 원리를 잘 훈련하고 있으면 부정적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이 자신도 모르게 엄청나게 좋아진다. 반대로 순환을 안시켜서 계속 뭉치면 뼈에 사무치게 되고 그것은 내 마음의 암, 내 몸 안의 암이 된다.
반대로 항상 유연한 마음을 갖고 기도가 깊어지면 질수록 점점 무념의 세계에 들어간다. 무념의 세계에 들어가면 들어오고 머물고 나가는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경계들이 허물어져 가지고 모든 존재하는 것과 똑같은 마음이 된다. 부처의 마음은 똑같다. 무념의 세계 니르바나의 세계에 들어가면 만명이면 만명이 모두 똑같은 마음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하여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자신을 들뜨게 하지 않고 화나지 않게 하고 나를 괴롭히지 않고 그저 왔다가 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의 마음의 수행이 많이 된 것이다.
원담스님은 이렇게 법문을 하시면서, 여러분들이 말 한마디도 주변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하고 마음 씀씀이도 그렇게 하고, 물질이 풍요하면 물질도 나누고, 마음이 풍요하면 마음도 나누고, 공부가 풍요하면 그 공부도 나누고, 신심이 풍요하면 그 신심도 나누고...항상 나의 마음을 늘 조금씩 낮추고[下心], 내 마음을 늘 조금씩 열어놓고 그 속에 오고가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 긍정적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관리를 잘하면 얼굴도 환하게 피게 되고 언젠가는 다 부처님이 된다고 말씀하시고, 조계사 신도님들이 백년만에 중수하는 법당에서 우리마음도 중수하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시면서 법문을 마치시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