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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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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극 지대방> 몸과 마음을 서로 기대는 방

  • 입력 2006.05.15
  • 수정 2024.11.23

지난 4월 13일 연극 <지대방>의 연습이 한창일 때 조계사에서 출연배우인 ‘한명회’의 정진, 영화 ‘동승’의 오영수, 연극 덕혜옹주의 명로진, 연극 ‘청춘예찬’의 배수백, 연극 ‘브라질리아’의 이태환 등이 삭발식을 하며 투혼을 불살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던 연극이 바로 <지대방>이다.

 

연극 <지대방>은 1996년 10.27 법난을 소재로 한 ‘뜰 앞의 잣나무’에 이어 조계사주지 원담스님의 두 번째 창작극이다. 28일 만에 완성했다는 원담스님의 희곡에 언어의 연금술사인 강영걸 연극연출가가 암과의 사투를 벌이면서까지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오랜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연극 <지대방>은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지대방이란 사찰의 큰 선방에 딸린 작은방으로 여름과 겨울에 3개월의 안거(安居)기간 동안 스님들이 편하게 쉬는 곳, ‘몸과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는 방’을 말한다.

 

연극 <지대방>은 동안거(冬安居) 기간 동안 허운 노스님과 혜산스님, 그리고 돈조스님이 같은 지대방에서 생활하면서 벌이는 에피소드들을 진한 감동과 여운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연륜에서 오는 넉넉함인지 언제나 느긋한 허운 노스님과 매번 살얼음판 위를 걷듯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구도자의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혜산스님, 그리고 해제(解制)하면 풀옷 빳빳이 입고 지긋지긋한 선문(禪門)을 나서겠다며 해제 날만 고대하고 있는 돈조스님, 그들이 던지는 절대 가볍지 않은 깨달음에 대한 화두는 우리가 평생 짊어지고 가는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

 

빨래가 하기 싫어 다음 생에는 스님이 돼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서도 혜산스님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다소 과장된 경험담을 들려주는 허운 노스님과 공양주 보살을 골탕 먹이고도 무엇이 그리 좋은지 자랑을 늘어놓는 돈조스님이 몰래 벌이는 보련암 솔차 사건.

 

풀이 어느 쪽으로 삐져나오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6년 결사를 다짐하고 무문관(無門關)에 들어간 도문스님이 6년을 며칠 앞두고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도문스님이 자신의 별이라며 봉암사에서 온 우지스님을 데리고 허운 노스님과 돈조스님이 한바탕 해프닝을 벌인다.

 

도문스님이 나오기로 한 날, ‘무문관의 신화’였던 도문스님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이후, 크게 발심한 혜산스님이 무문관에 들어가고 허운 노스님과 돈조스님은 지대방에서 솔차를 음미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어쩌면 깨달음이란 무거울 법도 한 소재를 구수한 입담과 해학으로 풀어내는 원담스님의 글 솜씨에 한 번 놀라고 관객을 전원 엑스트라로 깜짝 출연시키는 강영걸 연출가의 재치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란다.

 

 ‘공간을 뛰어 넘는 다른 것들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바람을 내보이는 원담스님과 암이 재발하고 전이되어 지금 쯤 재수술에 받고 있을 강영걸 연출가에게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연극 <지대방>은 지금 여러분의 웃음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이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연극이기도 하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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