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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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초하루 법문
지난 6월 26일 조계사 대웅전에는 음력 6월 초하루 법회가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은 초하루 법문을 통해 “복(자비)을 짓고 지혜를 닦아 법재(法財)를 많이 쌓을 것”을 당부하였다. 다음은 지관스님의 법문 내용이다.
(게송)
오늘은 음력으로 6월 초하루, 4월 보름 결제를 시작한지 딱 반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해제까지 딱 한달 보름이 남았고 여기에 앉아 있는 사부대중은 선방에서는 결제하신 분은 많지 않으실 텐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지난 45일 동안에 얼마나 재산을 쌓았습니까?
일반적으로 재산이란 돈이나 부동산, 패물 등이라고 알고 있지만 부처님께서는 재산을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하나는 외형적인 재산,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유의 의미이요, 또 다른 의미는 무형적인 법재(法財), 즉 법(法)의 재산, 정신적이고 진리의 재산을 말씀하였습니다. 외형적인 재산인 칠보(금은보화)가 있는가 하면,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재산이 있습니다. 법의 재산, 진리의 재산, 마음으로 저축하는 재산은 참회, 신심, 예불, 참선, 겸손, 등 7가지가 있습니다. 법의 재산은 아무리 많이 쌓아도 공감이 좁지 않습니다.
하안거 결제의 반이 지난 오늘 초하루에 여러분의 법재가 얼마나 되었는지 계산을 해봅시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형적인 재산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언제 도망을 갈지 배신할지 기약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유형적인 재산만큼 정신적인 재산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찌는 듯한 날씨에 정진하는 과정이 고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마음이 맑아지고 업장이 없어지고 공덕이 쌓입니다. 정진하고 있는 스님이나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짓는 공덕은 다함이 없는 창고(무진장)에 쌓인다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유형의 재산은 금생이 끝나고 내가 떠나는 날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무형의 재산은 내가 떠날 때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즉, 죽을 때 우리는 생전에 지어 놓은 업을 가지고 가니 마음 닦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고 수행해야 합니다.
인간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두 가지, ‘복(福)’도 지어야 하고 ‘지혜(智慧)’도 닦아야 합니다. 이것이 참다운 부처님 법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복이 좋다고 복만 자꾸 지으면 돈은 많이 버는데, 돈을 버는 동안에 정당하면 되지만 돈을 벌다보면 욕심이 생기게 되고 거짓말, 사기 등으로 업을 짓게 되기 쉽습니다.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죄를 짓게 되고 그 원인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것이 과보입니다. 우리는 흔히 드라마에서 “내가 전생에 무슨 업이 많기에” 라고 하는데 세세생생 행해놓고도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금생에도 오래된 일은 기억을 못하는데 전생을 알 수 있겠습니까? 수행을 오래한 사람은 지난 일을 알고 다가올 일도 알곤 합니다만, 우리는 1초 후의 일을 알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남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의식주가 없으면 불편한 일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서 복을 지어야 하고, 이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정진입니다. 이렇게 살다가도 죽을 때가 되면 앞이 캄캄하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는데 우리는 결국 업을 따라 가게 됩니다. 자신이 지어 놓은 업을 따라 가게 되는 것입니다. 불보살님들은 원력소생이지만 중생은 업에 따라 꼼짝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생전에 복을 닦고 지혜를 많이 닦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혜가 없이 복만 닦으면 어리석은 복(치복)이라 일컫습니다. 부처님 말씀의 핵심은 ‘지혜와 자비’를 행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곧 ‘아귀’가 됩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중생 마음에 계시는데 그 마음은 연꽃처럼 전혀 오염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혜가 없이 탐진치로 행하면 죄업이 되니, 복을 닦을 때도 지혜를 가져야겠습니다. 또한 함께 사는 사회의 모든 중생들의 괴로움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아우성치는 소리를 관하고 그 사람의 원을 이루어 줍니다. 즉, 자비(복을 닦는 마음)는 관세음보살과 같은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며, 참선과 염불을 통해 지혜를 닦아야 합니다.
(예화) 자비만을 행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복(치복)을 받고, 지혜만을 행하는 사람은 복을 받지 못합니다. 불경의 한 일화에서 전자는 칠보를 휘감은 코끼리가 되었고, 후자는 일곱 번 탁발을 해도 먹을 것을 얻지 못하는 나한이 되었습니다.
수행이나 참선은 정혜쌍수(定慧雙修,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 합니다. 둘은 수레의 앞뒤와 같아서 앞쪽 바퀴만 있으면 굴러갈 수가 없습니다. 이는 곧 남도 위하고 자기도 위한 것입니다. 복도 짓고(남을 위함) 지혜도 갈고 닦아야(자기를 위함) 보람이 있고 후회가 없습니다. 또한 자신의 지혜가 뛰어나다고 잘난척하지 말고 복도 아껴야 합니다. 즉 겸손해야 합니다. 복은 아끼되, 겸손은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겸손은 복이 됩니다. 늘 하심(下心)하고 부지런하고 남도 자신도 위하고 살아야 합니다. 복과 지혜 둘을 잘 닦도록 노력합시다.
(게송)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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