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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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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30여 년을 이어 온 뜨거운 혼의 예술

  • 입력 2006.11.06
  • 수정 2024.11.24

우남(牛湳) 김경식 선생의 문경백자전이 2006년 11월 8일(수)부터 14일(화)까지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 內불일미술관에서 열린다. 청화백자, 다기, 찻사발, 달항아리 등 10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김경식 선생은 우리나라 도예 부문 최초로 1991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지정된 데 이어 1996년 중요 무형재 제105호로 지정된 백산(白山) 김정옥(金正?)명인의 외아들로 사기장(沙器匠) 이수자이다.

 

김경식 선생의 가계는 조상인 김취정 선생으로부터 김광표, 김영수, 김락집, 김운희, 김장수, 김정옥, 김경식으로 8대째 230여 년에 걸쳐 이어지는 한국 최고의 도자기 가문이다. 그러나 김경식 선생이 도공의 길을 가는 것은 선대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단순한 이유만이 아니다. 가업을 통해 선대의 기술을 고양시킬 의무 또한 절실히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히 선친의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를 연마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적인 청화백자 및 분청사기의 형태는 물론 유약과 발색, 문양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데 특히 철유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유약 개발을 통해 기대치 않은 우연적인 표면효과를 얻고 있다. 그의 이런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전승공예대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등에서 특선을 수상하여 가문의 영광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서울에서 수 차례 전시회도 가져 젊은 도예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경식 선생은 현재 전통의 맥을 이음과 동시에 전통의 현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관상용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그릇으로서의 실용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가 빚은 전통도자기 또한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자태, 빛깔로 마음을 편하게 그리고 기분을 고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출중하다. 국내 도자기 전문가들은 김 경식 선생의 작품에 대해“분청 기법으로 만든 찻 사발과 대형작품 등은 전통의 계승과 독창성 등에서 아버지를 능가 한다”고 평가한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진안리에 있는 부친 김정옥 명인과 김경식 선생의 작업장인 영남요는 조선조 때부터 이름을 널리 알렸던 뼈대 있는 가마다. 영남요 한편에 마치 커다란 누에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가마가‘망댕이’가마다. 영남요는 지금까지 23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장작 가마인 이 망댕이 가마만을 사용하고 있다. 망댕이가마란우리나라특유의칸가마로주변에는작업장, 디딜방아, 땅두멍, 괭 등 일련의 도자기 생산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다. 외형은 봉통, 요리칸에 이어 조금씩 규모가 큰 대여섯 개의 칸으로 구성된다. 가마는 망댕이와 흙벽돌로 만들어지는데 길이 20~25cm 굵기와 모양은 사람의 장단지와 같은 진흙덩이를 말한다. 가마의 윗부분이 반구형이 되도록 이어 짜 올리는데 사용한다. 편리함 등을 이유로 가스와 전기 가마, 전기 물레가 성행하고 있는 요즘, 망댕이 가마와 발물레 만을 고집하는 영남요에는 우리의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영남요가 위치한 문경에서 도자기가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좋은 흙과 장작이 있다. 우리는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이 흙에게서 얻는 모든 것이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요긴하게 쓰여 진다. 도자기의 땅 문경의 흙은 사기그릇의 재료로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진주, 하동, 산청, 김해의 백토(白土)가 빚어내는 순수 백자와 달리 이곳에서 나는 사토(沙土)는 흰빛과 더불어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자기를 만들어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사토와 더불어 그 흙에서 나고 자란 적송(赤松)도 큰 몫을 한다. 흙이 약하면 초벌구이를 거친 태토(胎土)의 형태가 유지되지 못해 도자기의 재료로 적당하지 못하며, 소나무 장작이라야만 도자기 굽는 표준 온도인 1300도까지 열을 급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송의 연소율은 상당히 높다. 가마에서 15시간에 걸쳐 태울 정도의 많은 양이라도 겨우 몇 주먹의 재가 남을 정도다.

 

이번 전시는 일본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가‘무기교의 기교’라 표현하며 선(禪)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극찬한 조선 도공의 후예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문경의 흙으로 빚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230여 년을 이어온 뜨거운 장인의 혼이 담긴 작품들이다. 묵묵히 우리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도공 김경식 선생, 그도 머지않아 김정옥 명인의 대를 이어 도예명인이 되고 중요무형문화재가 되어 생활 백자의 분청사기의 맥을 이어갈 것이다.

 

 

전시: 문경백자전

날짜: 2006년 11월 8일(수) ~ 14일(화)

장소: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 內불일미술관

내용: 청화백자, 다기, 찻사발, 달항아리 등 100여 점

문의: 불일미술관(02-733-5367), 영남요(054-571-0907)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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