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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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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 도량 남해 보리암에 마음을 내려놓고

  • 입력 2006.12.11
  • 수정 2024.11.15

불기 2550년12월7일 목요일 새벽6시 30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새벽부터 내리는 날. 한해를 마무리 하는 성지순례로 남해 보리암을 다녀왔다.

보리암은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주는 영험하고 자비스런 기도도량이며 우리나라 3대 기도처로 불리고 있는 소문난 사찰이다.

 

옛부터 남해 금산 보리암에는 전해 내려오는 창건설화가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가락국의 김수로왕이 왕비로 맞은 중 인도의 허황옥 공주가 삼촌인 장유선사와 함께 처음 찾아든 곳이 가락국이 자리한 김해와 멀지않은 이곳 금산 보리암이라 한다. 남해안에서 가장 잘 보이며 하늘과 산 바다위의 천태만상 변화에 매혹되어 보리암에 터를 잡아 아유타국에서 모시고 온 관세음보살님을 모셨는데 지금 보광전의 삼존불인 관세음 보살님이 바로 그때의 보살님이라고 한다. 아미타불을 화관에 모시고 해상용왕과 남순동자를 좌우보처에 둔 자그마한 삼존상이 그토록 많은 명성을 얻었던데는 많은 인연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한다.

 

다른 한 가지는 신라 문무왕3년 운수행각을 하던 원효스님이 이산의 승경에 이끌려 들어왔는데 온 산이 마치 방광(放光)하는 듯 빛났다고 한다. 원효스님은 기이하게 여겨 그곳에 초당을 짓고 100일 기도를 한 후 기도가 회향하던 날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산 이름을 보광산이라고 하고 보광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창건된 보광사는 훗날 이성계가 큰 뜻을 품고 명산을 찾아 기도를 하였으나 결국 이곳에 이르러서 기도를 이루게 되었다. 이성계는 훗날 왕위에 오르고 기도의 보은으로 보광산에 비단을 덮어 준다하여 비단금(錦)을 써서 금산으로 개명을 했다고 한다.

 

 

비단으로 덮은 산, 금산

그러나 금산은 이름과는 다르게 거침없는 기암괴석으로 산세가 부드럽기보다는 거센 기상이 넘치는 산이다. 남해 38경중의 하나인 금산 그 꼭대기 가파른 공간에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관음성지라는 화려한 이름과는 달리 비좁게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주불전인 보광전 그리고 몇m앞에 마주보고 간성각, 범종각이 옆에 있으며 보광전 바로 위 멀지 않은 곳에 삼신각이 있고  요사채는 조금 아래쪽에 있다.

 

그리고 보광전 아래로 계단을 내려가니 자그마한 마당이 있고 그곳에 백의의 해수관음상이 우뚝 서 있다.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기꺼이 함께 하리라” 귀 기울이시는 관세음 보살님은 얼마나 오랜 세월 그렇게 서 계신 것일까?

 

마당 한편에 오래된 창건역사만큼 낡은 3층 석탑이 하나 서 있는데 이 탑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옛날 가락국의 허태후가 인도에서 올 때 풍랑이 심해 못 오게 되자 화사석이 영험이 있어 화사석을 배에 태우면 풍랑을 재운다고 하여 그 화사석을 배에 태우고 무사히 왔다고 한다.이후 원효대사가 허태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사리를 이곳에 모셔 탑을 세웠으며 그때 함께가져 온 화사석으로 탑을 세웠다고 한다.

석탑 앞은 금산의 전망대라 하여 기암괴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온 산이 안개에 쌓여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듯 안개 바다로 보인다.

 

 

해수 관음은 우리나라에만 있고 우리 민족에게만 숭상되어 온 관음으로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많은 불자들이 이 남해 보리암에 찾아 한가지의 소망들을 발원해 왔다고 한다.

80여명의 조계사 신도님들의 오늘 성지순례는  원주스님이신 도경스님께서 인솔하여 간성각에서 도경스님의 예불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다른 어느 곳에 갔을 때보다 아주 많은 시간 기도를 하였다.

 

비가 계속 내려 소문 만큼의 경치나 주변을 둘러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차분한 마음으로 기도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소원을 빌었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 마음을 내려 놓으며 염불 삼매에 드는 듯 일어날 때에는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 지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서둘러 늦은 공양을 마치고 빗속을 내려오면서 기대했던 쌍홍문, 사자암, 남선바위, 관음정 좌선대등 안내판 밖에 보지 못한 것은 아마도 맑은 날 좋은 날 다시 찾아오라는 관세음 보살님의 마음인 듯 다음을 기약해 본다.

 

온 산 가득 안개에 쌓인 채 신비로움을 보여준 오늘의 남해 보리암 순례는 또 다른 감동으로 기억하며 오후2시 50분에 출발하여 조계사 일주문 앞에 도착하니 오후 8시 50분.... 무사회향을 삼보전에 고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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