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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살 이야기 - 약사여래부처님

  • 입력 2007.01.10
  • 수정 2024.11.22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를 찾거나 약국에 가서 약사를 찾는다. 그게 가장‘현실적’인 방법이다. 몸이 아픈데 절에 간다면 뭇 사람들이야 기껏 타박의 눈빛을 보내거나 무관심한 척 해도 아마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을게 뻔하다.

하지만 단순히 몸에 걸터앉은 아픔만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켜켜이 쌓인 무명(無明)의 고질까지라면 어찌하랴?

 

약사여래부처님은 이렇게 중생의 모든 병고를 구할 뿐 아니라 무명(無明)까지도 단박에 치유하는 부처님이다. 약사여래부처님의 산스크리트 표기는 바이샤자구루 바이두르야(Bhaisajyaguruvaiurya)붓다. 의사 중에 가장 뛰어난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이다. 불교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중생의 아픔을 치유하는 석가여래의 능력이 특화된 것’이 바로 약사여래부처님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석가여래부처님 역시 병든 중생의 의사로서 대의왕(?醫?)으로도 불렸으니 이렇게 보는 것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학문적으로 약사여래부처님을 보긴 왠지 까끌까끌하다.

 

우리의‘마음’‘, 신앙’속에 있는 약사여래부처님을 찾아보자. 우선 약사여래부처님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경전을 펼쳐보자. 그 분이 사시는 곳은 동방 정유리 세계(東方?琉璃世界)다. 『약사여래본원경』초입에는 문수사리보살의 물음에 부처님이 다음과 같이 답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들이 사는 이 불토를 지나 동쪽으로 십 항하사의 불국토를 지나면 한 세계가 있는데 이름은 정유리(?琉璃)라 하며, 그곳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이름을 약사유리광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라 한다.”( 『약사여래본원경』)

 

또 그분의 명호를 듣거나 외우는 공덕에 대해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설하고 계시다.

“만일 전생에 사람으로 있을 때에 세존이신 약사유리광여래부처님의 명호를 들은 적이 있어 생각을 떠올리는 자는 그 선근 때문에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제근이 사납고 날카로우며 총명과 지혜가 있고 박식하게 태어나서 항상 수승한 법을 구하며 좋은 벗을 얻어서 사귀어 항상 영원히 수행을 하며 마귀의 그물을 끊고 무명의 껍질을 깨뜨리고 번뇌의 하수를 마르게 하고 일체의 삶과 늙음과 병듬과죽음과 슬픔과 근심의 고뇌에서 벗어나게 되느니라.” ( 『약사여래본원경』)

 

경전에 나온대로 라면 약사여래부처님이 원래 계시던 곳은 동방 정유리 세계다. 하지만 이 땅에 그 분이 주로 계신 자리는 길이 시작되는 곳 또는 길이 끝나는 그 어느 곳이다. 지금이야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의료혜택이 턱없이 부족했던 예전 특히 신라와 고려를 거치는 시기에 약사여래부처님은 관세음보살님 이상으로 인기가 있었고 또 흔하게 조성됐다. 특히나 전각에 모셔진 경우보다 어느 산기슭 그리고 길모퉁이에 모셔진 경우가 더 흔했다.

역사에 기록된 약사여래부처님상도 그 숫자가 꽤 된다. 분황사에 안치된 거대한 약사여래상은 언제나 좌중을 압도했다고 한다. 또 백률사 청동 약사여래상(현재 경주박물관 소재)도 유명하다. 칠갑산 장곡사 상하 대웅전에 있는 철조 약사여래좌상과 금동 약사여래좌상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불상 중 한 부류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제일 유명한 약사여래부처님은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다.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약사여래로 보는 의견이 많다. 사람들마다 꼭 하나씩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여 입시철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곳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가 약사여래부처님을 알아보는 방법은 무척 쉽다. 왼손에 약합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큼 사격을 갖춘 곳에서는 약사여래부처님을 따로 모시고 있기도 하다. 그때는 전각의 이름을 약사전 혹은 만월보전(萬月寶殿)이라고 부른다. 만월보전이라고 부르는 경우 흔히 좌우에 일광보살(日光菩薩)과 월광보살(月光菩薩)을 협시불로 모시고 있기도 하다.

지난 11월 조계사 대웅전에 삼존불을 모실 때도 중앙의 석가모니불 좌협시로 약사여래부처님을 모셨다. 현실의 고통과 함께 무명을 단박에 깨치기를 바라는 신도들의 발원의 표현이다. 특히 조계사에 모셔진 약사여래불은 국내 법당에 모셔진 약사여래부처님 중 그 크기가 최고다.

 

올해부터는 그동안 없던 약사재일이 신설되기도 했다. 매월 음력 8일. 부디 조계사 약사여래부처님께 기도하고 현실의 모든 아픔뿐만 아니라 무명도 단박에 깨쳐 성불하시길 바란다.

 

약사여래부처님의 12대원

1) 자신과 더불어 다른 이의 몸에서 나는 광명이 두루 밝게 빛나기를 서원 한다

2) 거룩한 위덕(威德)으로 중생들의 밝은 눈이 열리기를 서원 한다

3) 중생이 얻고자 하는 바를 다 만족시키되, 조금도 모자람이 없기를 서원 한다

4) 중생이 모두 청정한 계행(戒行)을 갖추기를 서원 한다

5) 모든 중생이 대승의 가르침에 편안히 머물기를 서원 한다

6) 모든 장애자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기를 서원 한다

7) 중생들의 온갖 질병을 다 없애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도록 서원 한다

8) 모든 여인이 그 몸을 바꿔 남자로 태어나기를 서원 한다

9) 모든 중생이 천마(?魔), 외도(?道)의 삿된 소견을 버리고 바른 견해로 들어서기를 서원 한다

10) 모든 중생이 폭군의 악정과 사회적 부조리, 강도나 기타 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서원 한다

11) 기아에 허덕이는 중생들이 모두 충분한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기를 서원 한다

12) 가난하여 헐벗은 중생들이 좋은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도록 서원 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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