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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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 도솔암을 찾아서
정해년을 맞이하여 첫 번째 성지순례를 1월 13일(토) 전라북도 고창군 도솔산에 자리한 선운사를 향해 떠났다.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24교구 본사로 백제 워덕왕 24년 (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오묘한 지혜의 경계인 구름에 광명이 비쳐 구름에 머물면서 갈고 닦아 선정의 경지를 얻는다 하여 절 이름을 선운사로 지었다고 전한다.
3000여 평의 동백나무 숲은 특히 눈 내리는 한 겨울에 붉은 꽃송이를 피워 많은 참배객들의 예찬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자생 야생초로 상사초가 유명하다.
천왕문을 들어서니 불법을 배우는 승려들의 강의실인 만세루가 단층으로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검단선사가 선운사를 짓고 남은 목재를 사용하여 지었다고 하는데 비대한 자연목을 껍질만 벗기고 다듬지 않은채 그대로 사용하여 소박함과 넉넉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대웅보전은 삼존불 개금불사중이라 아쉽게도 참배를 하지 못하고 맞배 지붕의 아름다움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대웅보전에 본래 5여래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약사여래불)와 6보살 (대세지보살,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일광보살, 월광보살)을 모신 중심 법당이었으나 정유재란(1597년)의 피해를 입어 지금은 중앙에 비로자나불과 좌우에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삼존불만 모시고 있다.
대웅보전 옆 영산전에는 목조 3존불로 석가모니부처님과 좌우에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을 모셨고 부처님 제자 중 아라한과를 얻은 응공, 응진의 자격을 갖춘 16나한이 모셔져 있었다.
조계사 호법국장 은초스님께서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조계사 신도들을 위해 축원을 해 주셨다. 경내에는 그밖에
관음전, 팔상전, 명부전, 산신각 등의 전각과 당간지주, 석주 등이 있어 번창할 무렵 89개의 암자와 3000여 명의 승려가 머물던 사찰로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경관과 더불어 소중한 불교문화재들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선운사내 암자인 지장보살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도솔암은 “도솔암 내원궁”이라는 문을 지나니 가파른 돌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천인암이라는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 사이에 자리한 내원궁은 고통 받은 중생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신 곳으로 “상도솔암”이라 한다. 거대한 바위위에 초석만을 세우고 만든 이 건물은 작은 규모이지만 안정된 느낌으로 통일 신라 때 지었다고 전해지며 현 건물은 조선 초기에 지어 몇 차례 보수했다고 한다.
지장보살좌상은 고려후기 불상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균형 잡힌 얼굴은 단아하고 어깨 곡선이 부드러우며 승형(僧形)으로 표현되는 일반적 지장보살과 달리 두건을 쓰고 있는 점이 고려시대 유행하던 형식이다.
건물이 좁아 밖에서 열심히 절 수행하는 불자들을 바라보며 이곳이 앞으로 모실 미륵부처님이 계신 도솔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성불을 미루시며 지옥 문 앞에서 중생들을 구원하고 계신 지장보살님께 합장예배 드린 후 내려오는 길에 고려시대 조각한 우리나라에 가장 큰 마애불 중 하나인 “마애불”앞에 서니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거대한 품으로 푸근하게 감싸 주심을 느낀다.
지상 6m 높이 5m 폭 3m의 마애불은 연꽃무늬를 새긴 계단 모양의 받침돌과 명치끝에는 검단스님이 쓴 비결록을 넣었다는 감실이 있다. 조선말 전라도 감찰로 있던 이서구가 감실을 열자 갑자기 폭풍우와 뇌성이 일어 그대로 닫았는데 책머리에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보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고 한다.
쉽게 발이 옮겨지지 않았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얼마가지 않아 선운사의 천연기념물인 “동백나무숲”과 세 갈래 소나무인 “장사송” 노루의 먹이나무로 넝쿨이 무척 크다는 “송악”을 뒤로 한 채 흰 눈 속에 활짝 핀 붉은 동백꽃을 다시 꼭 보러와야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香光心 한은해
교육학 석사, 식품영양학 대학 강사 역임, 琅 조계종 포교사, 琅 조계사 신행안내부 1팀 총무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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