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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교의 상징① 만자 (卍字)

  • 입력 2007.03.07
  • 수정 2024.11.24

만자(卍字)는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불교나 절을 나타내는 기호나 표시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불교를 상징하는 기호로는 대표적으로 만자(卍字)를 떠올릴 수 있다.

 

만자(卍字)는 만자(萬字), 만자(万字)라고도 쓰며, 길상해운(吉祥涇雲) 길상희선(吉祥喜旋)이라고도 쓴다. 길상(吉祥), 곧 호(?) 선(善) 가(嘉) 량(良)을 상징하는 표시로서 상서로운 조짐 또는 길상을 나타내는 덕의 모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만자(卍字)는 길상(吉祥) 만덕(萬德)이 모이는 곳을 뜻하기도 한다.

 

만자(卍字)에 상당한 범어는 네 가지가 있지만, śrivatsa('슈리바차' '스바스티카' 실리말차(室利靺瑳))란 말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 말은 모발이 말리어 겹치고 합해져 해운(涇雲) 같은 모양이란 뜻이다. 불타의 깊은 내용을 구상화하였다는 점에서 일종의 만다라(曼茶羅)로 볼 수 있다. (출처: 홍법원불교사전) 범어 슈리바차에서 '슈리'는 행복, 번영, '바차'는 송아지란 뜻이기도 하고, 아리안어가 범어화된 것으로 '행복한 나무'가 본래 의미라는 학자도 있다.

한편 구마라집과 현장은 만을 덕(德)자로, 보리유지는 만(萬)자로 번역하였다 한다.(출처; 박연범, 『禪과 平常心에 대한 硏究 : 卍字圖案을 中心으로,』) (동국대학교, 2000)

 

만자는 본래 이처럼 범자(梵字)였는데 서기 700년경인 주(周)의 측천무후 때 한문(漢文)문자로도 채택되어 쓰여왔다. 우리나라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신라시대부터이며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숭불정책을 썼던 고려시대부터였다. (출처; 황호근, 『한국 문양사,』) (열화당, 1978)

 

만자의 기원에 대해 불교의 입장에서는 불타(佛陀)의 가슴에 이 덕상(德相)이 있었고 또 불타의 수족(手足) 두발(頭髮)과 허리에도 있었다고 그 기원을 설명한다.

또는 석가가 입멸하기 전에 남겼다고 하는 발바닥 흔적의 모양인 불족석(佛足石 ;스리다라Sripadi')이라는 발자국에서 유래된 것이라고도 한다. (오근재, 『한국문양의 전개,』) (미진사, 1987)

 

 

 

 

 

또 이 표시가 불교와 관계를 맺는 것은 『수행본기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성도설화에서이다. 이에 따르면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서 수도할 때 풀방석을 깔고 앉았는데 방석재료인 풀의 끝이 卍자 모양의 길상초였다. 그 후 이 표지는 불교를 상징하는 기호가 됐다고 한다. 한편 현대 서구 불교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만자를 해석하기도 한다. 즉 卍 자의 가운데 교차점을 떼어내면 영어의 L자가 4개 나온다. 그래서 현대의 서구 불교 학자들은 이 4개의 L자를 생명(Life), 광명(Light), 자비(Love), 자유(Liberty)를 뜻하는 머리글자로 해석하고도 있다.

 

한편 우리가 오늘날 대하는 만자(卍字)의 형태는 주로 좌만자(卍)이다. 그러나 본래 만자(卍字)의 모양은 중심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우만자와 왼쪽으로 도는 좌만자(卍)가 있다. 또 끝 부분이 다시 꺾인 모양도 있다. 인도의 옛 조각에는 우만자가 많으나,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굳이 구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만자(卍字)는 불교문화권에서만 국한되어 사용된 것이 아니고, 예로부터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었다. 그래서 아시리아, 그리스, 로마, 인도, 중국 등 고대문명이 찬란하였던 곳에서 흔히 발견된다. 그 외 만자 무늬는 바빌로니아, 아메리카의 마야문명 등에서도 사용되었다. 그래서 확실한 발상지와 기원은 탐색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만자 무늬가 사용된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기원전 3000년경 엘람의 도시였던 Susa 출토의 직선구성으로 그려진 채문도기를 들 수 있다. [엘람 :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번영하였던 때 활약하던 인종 중의 하나.] (출처: 문주영, 『만자무늬를 응용한 도벽연구』) (이화여대, 1992)

 

 

 

 

 

 

그리고 만자(卍字)기호는 고대 인도의 모헨조다로(2500_1500 B.C)에서도 길상문으로 쓰여졌다 한다. (출처: 조정화, 『만자문양을 응용한 의상디자인』) (이화여대, 1992) 또 이 만자는 그리스 정교에서도 장식으로 사용하고, 아메리카인디언은 방향이나 바람의 상징으로, 중국에서는 난간 무늬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나치가 이 만자와 모양이 비슷한 하켄크로이츠를 상징기호로 사용하였다. 게르만 전통에서, 하켄 크로이츠는 행운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나치당이 당기에 넣으면서, 나치의 상징, 지금에 와서는 악의 상징이나 유색인종 혐오의 상징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 하켄크로이츠가 불교의 만자와 비슷한 형태라서, 오늘날 불교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불교를 상징하는 만자(卍字)기호로부터 불교보다는 나치를 먼저 연상하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2차대전후 미국의 불자들은 이 만자(卍字)기호가 나치를 연상시킨다 하여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불교상징기호인 만자(卍字)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는 도는 방향이 다르다. 그리고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는 불교의 만자(卍字)처럼 정사각 모양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모양처럼 표시하는게 원칙이며, 그 상징하는 이념도 불교의 이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여하튼 만자가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배경에서 사용되고 있어서 이 만자(卍字)의 기원에 대해서는 불교 이외의 입장에서 다른 설명들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만자(卍字)가 고대 인도의 태양의 신이며 힌두교의 신인 비슈누의 가슴에 있는 선모(旋毛)가 기원이라고 설명하는 입장이다. 그 외에 이 만자(卍字)는 태양숭배를 하던 아리안 족이 태양의 방광을 본뜬 표시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이들 다른 배경의 만자(卍字)들이 무엇을 형상화 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학설이 있는데 태양의 상징, 흐르는 물의 상징, 둥글게 회전하는 모발의 상징이라고도 하고, 전광(電光) 혹은 뇌화(雷火)를 상징한다는 설과 또는 회전하는 북두칠성을 형상화시킨것이라는 설도 있다. 또 다음과 같은 설명도 있다.

만(卍) 또는 만자(卍字)의 도형은 일찌기 원시인류의 우주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되고 있는데 그 십(十)의 모양에서 사방으로 뻗어 날개가 회전하는 모양은 우주 또는 태양의 운행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자(卍字)의 구성에 있어서 선의 리듬이 오른쪽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해 즉 태양의 회전과 같은 것이라 하여 이 세상 모든 자연의 정상적인 움직임이 그 철리(哲理)라고 한다. 이것이 만약 반대로 회전하면 그것은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출처: 조정화, 『만자문양을 응용한 의상디자인』) (이화여대, 1992)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적 전통을 배경으로 하여 이 만자(卍字)가 길상만복을 불러온다는 뜻에서 만자를 길게 연결하여 문양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 만자문양은 완자문이라고도 하며, 독립형의 문양이나 쌍으로 쓰기도 하고 십자의 네 끝에 만자를 계속 연결하여 연속무늬로 사용하여 만사(萬事)여의(?意) 혹은 만년(萬年)여의(?意)의 의미로 쓰여졌다. (출처: 조정화, 『만자문양을 응용한 의상디자인』) (이화여대, 1992)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으로 만자 무늬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때 부터이다. 신라의 많은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의 내관에서 다른 무늬들과 함께 투조된 예, 백제의 옛 도읍지인 부여에서 발견된 만자 모양의 변형이 와당(瓦堂)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무늬를 많이 사용하였던 전성기는 불교를 가장 숭상했던 고려시대라 하겠다. 만자 무늬는 고려 상감청자나 청동거울 등 생활주변의 물건에 많이 나타났다. 이렇게 만자무늬가 쓰여진 예 중에서는 생활용품 뿐만이 아닌 우리의 건축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민가의 가옥부터 시작하여 사찰 궁궐건축에 이르기까지 만자무늬는 여러계층의 건축 속에서 건축물을 이루는 각 구조마다 다양하게 쓰였다. 즉 전돌을 이용하여 건물의 벽체나 지붕의 합각, 담에 까지 만자형의 무늬를 여러 모양으로 베풀었던 것이다. (출처: 문주영, 『만자무늬를 응용한 도벽연구』) (이화여대, 1992)

 

또 만자무늬는 억불정책을 폈던 조선시대에서의 유물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16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 쓰여진 것으로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만자바탕 수복윤용문, 만자바탕 편복문)

 

그외 만자바탕 봉황화접편복문, 만자바탕 태극연화문판과 같이 목안, 나비, 박쥐, 봉황, 꽃, 용, 구름 태극, 연꽃, 수, 복 무늬와 함께 그려진 다양한 만자문양을 볼 수 있다. (출처: 조정화, 『만자문양을 응용한 의상디자인』) (이화여대, 1992)

 

사실 앞에서 살핀 것처럼, 만자(卍字)라는 상징기호가 무엇을 나타낸다고 해석하는가에 대해서는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또 추구하는 종교나 사상 이념에 따라 많은 다른 해석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본래 어떤 하나의 추상적 상징기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대하는가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불교신자들 입장에서는 전통적으로 불교를 상징해온 이 만자(卍字)를 대할 때 마다 이 상징이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의미들 가운데에서 가장 숭고하고 가장 높은 이념을 선택하여 이 상징기호를 대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불교를 상징해온 이 만자(卍字)가 곧 중생을 구하고, 번뇌를 끊고, 법문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어 불도를 이룬다는 불교 사홍서원(四弘誓願)과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제(四聖諦)의 이념을  몸소 구현한 붓다 자신과 그 붓다의 가르침의 내용을 대표하고 있으며, 또 우리들 자신이 이를 몸소 실천해나감으로써 우리에게 길상(吉祥) 즉, 호(?), 선(善), 가(嘉), 량(良)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 상징이라고 해석하여 이를 대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리라고 생각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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