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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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명절과 불교이야기 ⑦ - 단오
음력 5월 5일은 설날, 추석, 동지와 더불어 4대명절로 꼽고 있는 단오(端午)입니다.
단오는 5가 두 번 겹친다고 하여 중오(重五), 가장 양기가 강한 때라 하여 단양(端陽), 혹은 천중가절(?中佳節)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홀수를 양(陽)의 수로, 짝수를 음(陰)의 수로 여겨왔는데 양의 수가 겹치는 날을 귀하게 모셔 왔습니다. 설날(음력 1월 1일), 삼월 삼짇날(음력 3월 3일), 오월 단오(음력 5월 5일), 칠월 칠석(음력 7월 7일), 구월 귀일(음력 9월 9일)등이 그 예입니다.
단오를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 하였는데 단오에 해먹는 ‘수리취 떡’ 등에 그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수리’란 말은 높다(高), 신령스럽다(神)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삼국시대 때부터 단오 날이 되면 천지신명과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왔다는 기록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오를 대표하는 풍속으로는 오늘날에도 널리 행해지고 있는 단오부채 나눠주기, 그네뛰기, 씨름, 창포물로 머리감기 등과 격구(擊毬), 석전(石戰), 단오부적, 수리취떡,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중 단오부채 나눠주기는 주로 양반가에서 행해졌는데 왕이 신하들에게, 신하들은 일가친지들에게, 그리고 친구지간과 사제지간 사이에 부채를 선물하는 것을 말합니다. 동짓날 달력 나눠주는 것과 더불어 하선동력(?扇冬曆)이라 하여 여름철과 겨울철을 대표하는 풍속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단오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속으로는 ‘그네뛰기’를 들 수 있습니다.
한자로는 추천(鞦韆), 반선희(半仙戱)라고 하는데 고려사나 동국세시기 등의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주 오래 전부터 궁중을 비롯하여 민간 여염집에 이르기까지 반상(?常)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즐겼는데 특히 단오 날에 그네를 뛰면 한 여름철에도 모기에 물리지 않고 더위도 타지 않는다고 하여 더더욱 성행하였다고 합니다.
그네가 여성을 대표하는 놀이라고 하면 남성을 대표적인 놀이로는 씨름을 들 수가 있습니다. 황소 한 마리를 상금삼아 힘겨루기를 하는 씨름은 단오 날이 되면 장터나 넓은 공터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벌어졌는데 특이한 점은 경남 합천 해인사 밑의 정견사(正見社 : 가야산 신령인 정견신모를 모시는 사당), 김천 직지사, 달성 유가사 등 유명 사찰지역에서 전국적 단위의 큰 씨름대회가 열렸다는 사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일반 민중들이 너나할 것 없이 참여하는 축제마당이 절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단오날에는 마을마다 고을마다 크게 성황제를 지내고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놀이를 즐겼는데 이 중 불교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행사로는 강릉 단오제, 경산 자인 한장군(韓將軍)놀이를 들 수 있습니다.
한장군놀이는 오랜 옛날 왜적(倭賊)들이 쳐들어오자 한장군이 누이와 함께 여장을 하고 춤을 추다 방심한 적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장군에게 제사를 지내고 한장군과 사람들이 추었다는 여원무(女圓舞)를 추며 노는 놀이인데 이 행사 중에 ‘원효성사 다례재’가 함께 모셔지고 있습니다.
단오 날 지내는 제사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강릉 단오제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오 성황제이자 유네스코가 정한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된 강릉 단오제는 주신(主神)으로 대관령 산신령을 모시고 있는데 이 대관령 산신령이 누구냐 하면 바로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굴산파를 개창한 범일국사(梵日國師)입니다.
통효대사 범일(通曉?師 梵日)은 강릉시 구정면 학산이라는 곳에서 어머니가 물바가지에 뜬 해를 마시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처녀가 임신하여 애를 낳았으므로 어머니가 아이를 버렸으나 학들이 붉은 열매를 먹이고 날개로 감싸며 보살피는 것을 보고 다시 데려다가 키웠다고 합니다. 성장하여 출가한 범일은 당나라로 유학을 가서 큰 깨달음을 얻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수행을 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강릉지역에 왜구들이 쳐들어오자 범일국사는 대관령 정상에 올라 도술을 부리니 산천초목이 모두 군인으로 화하여 왜구들을 물리쳤고 그 이후 범일국사가 입적하자 강릉지역 사람들은 범일국사가 대관령의 성황신이 되었다고 여기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며 지금까지 매년 강릉 단오제를 지낼 때 주신(主神)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대관령 산신령이 된 범일국사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화가 많이 있는데 이 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범일국사가 당나라 명주의 개국사 낙성대법회에 참석했을 때 한쪽 귀가 없는 한 스님이 부탁하기를 자기는 신라사람으로 평양지방의 ‘덕기’란 곳에 살고 있는데 귀국하면 꼭 한번 찾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승낙했던 범일국사는 공부를 마치고 신라로 돌아왔으나 수행에 여념이 없어 그만 이 약속을 잊고 말았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범일국사의 꿈에 중국에서 만난 그 스님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힐난했다고 합니다. 꿈에서 개어난 범일국사는 오래 전 약속을 기억해내고 이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 덕기라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어느 마을에 이르러 마을사람들에게 덕기라는 곳이 어딘지 물었으나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낙심하던 차에 스님이 묻는 소리를 들은 지나가던 한 여인이 덕기라는 곳은 모르지만 자기 딸아이 이름이 덕기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범일국사가 신기해하며 캐묻자 그 아낙은 자기 딸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며 자기 집으로 범일국사 일행을 안내하였습니다.
무엇이 이상한지 묻자 자기 딸이 올해 여덟 살인데 또래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항상 남촌에 있는 시냇가에서 금색동자하고 논다는 것이었습니다.
덕기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만난 범일국사가 어찌된 연유인지 묻자 그 여자아이는 자신의 놀이터인 남촌의 시냇가로 사람들을 인도하였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시냇가에 이르른 범일국사는 물속에 잠겨있는 황옥석의 돌부처님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돌부처님을 자세히 살펴보자 한쪽 귀가 떨어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만난 그 스님 얼굴과 똑같았다고 합니다.
이 때 물속에서 말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정취보살이다. 강릉의 낙산사로 가면 내 자리가 마련되어 있느니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범일국사는 돌부처님을 모시고 낙산사에 이르니 아닌게 아니라 관세음보살님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비어 있는 좌대에 돌부처님을 모시자 마치 자기 자리인양 안성마춤이었다고 합니다. 돌부처는 곧 정취보살이었던 것입니다.
보살상이 모셔지자 법당 안에는 오색서기와 향기가 가득하였다고 합니다.
단오 날 창포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한없이 고와진다고 합니다. 올 단오에는 향기로운 창포물에 머리와 함께 마음도 함께 감아 보면 좋을 듯합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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