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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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화두 - 희망(希望)찾기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모든 것 다 잃은 허망의 눈빛으로
주체없이 밀려드는 절망을 설마 소낙비처럼 맞으며
들판에 너무 오래 서 있지는 않나요?
그대가 미쳐 살던 열정의 시간들-
한마디 애절한 연서를 위해 날밤을 패던 정열과
한 계단 더 오르기 위해 친구도 버리던 그 비열함,
그것이 사랑을 위한 정열이었든, 호구를 위한 수단이었든,
한 입에 털어 넣는 한 잔 소주처럼 지금 다 부질 없었음은
언제나 당신은 혼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上?下 唯我獸尊)하던 그대!
백성을 어여삐 여겨 세종대왕은 내가 쓰는 한글을 만들었고,
여행이 좋아 들판, 산길을 헤매던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었으며,
하얀 그리움을 참을 수 없어 이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을 썼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김우진과 윤심덕은 현해탄에 몸을 던졌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별로 내세울 만한 자랑 꺼리도 없으면서
음침한 카페에 앉아 폴모리의 이사도라나 들으며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나 읊조리고 페시니즘에 빠져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나 흥얼대고 있는 염세주의자.
댓잎이 잎들을 서로 부비며 우수수 소리를 내는 건
곧은 절개가 꺽일까 두려워 이고
물푸레나무가 꺽이긴 하나 부러지지 않는 건
대나무 절개가 샘이나 미워서이며
자작나무가 껍질을 벗어 속 살을 드러내는 건
보고픔을 견디다 견디다 그리움이 하얗게 표백되었기 때문으로
무엇이나 다 핑계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벌판에 우두커니 서 게시다면
풀잎이 바람에 눕는 슬기를 배우세요.
허허벌판에서 태풍도 견디는 저 들판 풀 이파리들의 지혜를...
누군가 인간에게는 결코 견디지 못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욘사마가 일본서 난리이건 말건. 대통령이 또 어떤 말씀을 하든 말든,
저 산 메아리, 언제나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내게로 오는 내 안 그대.
절망만큼의 그리움을 추억같은 안부 몇 마디로 몇 번이나 삼켜 버리고,
이제야 원망을 접고 미안한 생각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 몇자 문자로 날리면_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지루한 장맛비가 몇 일째 내립니다.
끼니는 아니 거르실까? 속 옷은?
이런 날은 울대 밭에서 풋고추 몇 개 따고, 애호박 하나 따다
그대 좋아하는 부침개나 부쳐 막걸리 한 사발에 실컷 세상 탓이나 하련만......
당신을 위해 기도 드리러 조계사에 갑니다.
오시면 문자 주세요.
2007. 7. 22 당신의 아내가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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