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 뉴스

기타

일천원의 행복 - 만발식당

  • 입력 2007.08.17
  • 수정 2024.11.21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무런 부담없이 한 끼의 맛난 식사를 메울 수 있는 행운이 있다면 그 날 하루는 알지 못할 포만으로 저도 모르게 행복해서 빙그레 입가에 미소가 돌게 된다. 그렇게 맛난 음식을 먹는 일이란 인생에서 사는 즐거움을 주는 행복이라 말할 수 있다.

 

어느 날인가 모처럼 큰 맘 먹고 산에 올라 야호도 하며 심신을 단련하고 내려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 우연히 들린 산사에서 정갈하고 담백한 점심을 얻어 먹었던 일이 있었다. 그 때에 그 한끼 식사가 얼마나 고맙고 맛났던지 아직도 나의 즐거운 기억 속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그러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인사동 옆에 자리한 조계사 만발식당.

 

불교 신도이든 아니든, 할머니 할아버지 대학교수로부터 회사원, 외국인 관광객과 아베크족, 노숙자까지 천차 만별의 사람들이 찾아와 1천원에 행복을 사고 흡족해 한다. 평일 2~3백명, 토 일요법회 3~4백명, 재일 및 초하루법회에는 5~6백명이 이 곳에서 점심공양을 한다.

 

본래 ‘만발식당’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만발공양(萬鉢供養)’에서 비롯됐다.

만개의 발우라는 뜻으로 수 많은 공양을 베푼다는 의미이다. 즉, 스님들이 법을 베풀고 받은 보시물을 사찰을 찾는 어려운 대중들을 위해 차별없는 마음으로 다시 물질을 베푸는 재보시를 말한다.

 

그래서 조계사에서는 ‘만발공양’의 취지를 살려 오랫동안 식당을 무료로 운영해 왔으나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작년 2월부터 1천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음력 초하룻날 만큼은 계속 노숙자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평일에는 주로 밥을 하고 일요일과 초하루에는 잔치국수를 하는데 밥을 할 경우 쌀 1가마(80kg) 정도가 소요되고 국수는 대략 50뭉치(1뭉치 900g)가 소요된다. 음식의 신선도와 맛을 유지하기 위하여 조계사 살림을 맡고 있는 원주 도경스님이 부식 및 야채를 직접 구입, 검사하고 조달한다.

 

이러한 거대한 만발식당이 무리없이 유지되고 돌아가는 이유는 각 단체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크다. 불교대학, 문수법회, 관음법회, 대승법회, 반야법회 등 10여 단체가 한 달간 봉사일정을 조정, 매일 20여명이 나와 8~9시간씩 밑반찬도 만들고 밥도 짓고 설거지도 한다.

 

물론 식당 일이라는 게 고단하고 무척 힘이 드는 일이지만 자발적 참여한 봉사이기에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일을 한다.

 

만발식당에서 조리를 진두 지휘하는 김송자(여래심. 57세)공양주 보살은 9년차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요리책을 구입해 읽는 등 맛난 음식을 대중들에게 제공하려 부단한 노력을 한다.  '어떨 때는 나도 모르게 큰소리도 치고 짜증도 내지만 식당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시는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점심을 먹은 뒤, 법당에서 기도도 드리고 산중다원에 들러 차도 마시고 바로 옆 전통문화공연장에서 공연이라도 즐긴다면 참 멋진 하루가 될 것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