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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릴레이 인터뷰④ 김준배, 70세 법명 普悾

  • 입력 2007.08.29
  • 수정 2024.11.15

칠순의 나이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근본적인 자비행을 실천하며, 종교를 초월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불자.

 

온 곳이 있으니 갈 곳도 있음을 알고 떠나가기를 배우는 사람들.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 앞에선 사람들에게 마지막을 준비하며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인 김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도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나이 70살에 한다는 것이 힘들만도 하건만 본인 스스로 택한 일이기에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제가 봉사하고 있는 병원은 천주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병원입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이 그리 흔치 않은 일이기에 모두들 고맙게 생각합니다.”

 

봉사활동시간은 일주일에 한, 두번이지만 남들이 쉬는 휴일에도 꼭 환자들을 찾아가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서 외롭고 고통 받는 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손과 발이 되어준다.  

 

인생을 마감하기 하루 전 날 이발을 해드리고, 손톱 발톱을 깎고 목욕까지 깨끗하게 해드리자 고맙다며, 만 원짜리 한 장을 손에 꼭 쥐어 주며 병이 나으면 자신도 호스피스 일을 하고 싶다던 70세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는 김할아버지는, 그분의 모습이 자신의 앞날 같다면서 착찹한 심정을 드러냈다.

 

“7개월 된 딸을 데리고 와서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라’고 애원하는 친정어머님의 마지막 소원도 홀로 남을 어린 딸아이 얼굴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던지 외면을 한 채, 끝내 31살 젊은 엄마의 죽음을 볼 때는 가슴이 너무 아프더군요. 죽음도 예행연습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허허허.”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시 <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중에서

 

 

 

“봉사를 쓰레기 줍는 것부터 해 봤는데 내 생에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보람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를 찾다가, 호스피스를 생각해 냈어요. 마침 조계종에서 호스피스교육을 실시하고 있기에 6개월 동안, 봉사를 하면서 정식으로 수료증을 받았어요.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갔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더군요. 수없이 찾아가서 그동안 봉사했던 경력을 다 보여주고야 결국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호스피스를 하게 된 동기를 묻자 그동안 자원봉사를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자원봉사를 찾다가 5년 전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하루에 수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가는걸 보며 그들을 위해서 ‘아직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할아버지는 물어 물어서 조계사를 찾아와 65세에 불교에 처음 입문하게 된다. 조계종 사회복지에서 운영하는 발 마사지를 교육을 받고 요양원 할머니들께 “발마사지 해드릴까요?” 했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환자보다도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다들 얼굴을 돌려 버리더군요. 1년 반 동안 마당을 쓸고, 몇 년 동안 여러 군데에서 봉사하면서 오랜 경력이 쌓아지다보니 그때에서야 실력을 인정해 주더군요.”  김 할아버지는 5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자원봉사로는 도사라고 스스로 자칭하는 할아버지는,  조계종, 상록수회관, 공무원 교육원에서 주는 실버경찰 (자격증)도 받았다. 인근 학교 주위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사건이나 방범활동도 자청해서 한다. “운동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받다보니 여간 민망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쑥스럽게 웃는다. 

 

타종교보다는 불교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원이 많아져 그곳에서 봉사를 하는 것이 바램이라며, 늘 지니고 다니는 자원봉사수첩에 받는 출근 도장의 숫자가 점점 많아질수록 보람은 하나씩 더 늘어난다고 말하는 김 할아버지는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그날까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 세상의 중생에게 병이 있는 한

병에서 완전히 나을 때 까지

저는 약과 의사와

그들의 간병자로 남기를 바라옵니다.

절망하고 가난한 중생에게

제가 다함없는 재물이 되고

그들에게 필요한 도구가 되어

그들 곁에 항상 머물게 하소서.

허공 끝에 이를 때 까지

갖가지 모든 중생계에도

그들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날 때 까지

제가 그들의 삶의 근원이 되게 하소서.

중생의 병을 완전히 없애주는

약 또한 이것이며,

윤회의 길에서 헤매다 지친

중생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푸른 나무입니다.

<입보리행론(入菩提行論)>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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