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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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릴레이 인터뷰⑤ - 불국토가 따로 있겠는가?
“부끄럽고, 쑥스러운데, 저 같은 사람을 인터뷰하여 무엇에 쓸려고 하나요.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분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하세요.”
훌륭한 사람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담기 위한 것이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한 것이 벌써 몇 번이나 전화를 했건만 계속 사양하고 있다.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인터뷰를 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2007. 8. 18. 봉정암 성지순례를 조계사 불교대학 목탁 반에서 주관하여 아침 7시경에 아내와 나는 차량에 몸을 실고 길을 떠났다. 뜻밖에도 백담사 마당에서 9월의 숨은 봉사자 조영숙(48세, 법명 : 무상원)씨를 만났다. 막상 만나고 보니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첫마디가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나니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였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으로 같이 길을 떠난 사람이 필자와 아내 권영숙, 숨은 봉사자 조영숙, 수지침으로 봉사활동을 하시는 친절한 금자씨의 심금자(나이 48세 이상?)씨와 네 사람이 동행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람에 흔들리는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 물었다.
불교와는 어떤 인연이 있어 봉사를 하게 되었는지?
부처님과의 인연은 20대에 꿈에서 부처님이 현몽하여 그때부터 마음에 늘 부처님을 생각하게 되었고, 봉사는 자기 마음을 닦기 위해 한다는 것이다. 자기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 말로 봉사하는 자의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봉사를 한답시고 어깨를 으쓱대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내기 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이 현몽한 꿈 이야기와 조상신이 꿈에 이 길이 아니고 돌아가라고 한 꿈이 자기를 바르게 인도하는 꿈이라고 믿고 있는 조영숙 보살은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은 것 같았다. 아직 타인에게 자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많아서인지 자기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봉정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구희순 (조계사 불교대학 2학년, 금강심)씨도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구희순씨가 다리가 아픈 관계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 귀에는 쏴아 ~~ 쑤욱 ~ 쿠르릉 하고 들렸건만 아내는 쏴아 ~ 촤~아알 촬 하고 들린다고 하고, 조영숙씨는 표현을 못하겠다고 하고, 구희순씨는 의쏴쏴쏴 ~~아 하고 들린다고 했다. 친절한 심금자씨는 쏴~아 좔좔좔 하고 들린다고 했다. 계곡의 흐르는 물은 같건만 저마다 소리는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다.
어쩌면 각자의 처해진 상황이 조금씩 다를 것이고, 마음 또한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리라.
부처님의 현몽과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의 가르침으로 조계사 불교대학 주간반에 입학하여 부처님의 길을 간다고 한 조영숙 보살은 하루의 일과를 봉사와 기도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기도를 하면서 자기를 찾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봉사생활을 통해서 남을 배려하여 서로가 서로를 제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떼었다. 자기의 생활 그 자체를 수행의 길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만발식당에서 봉사를 하다 보면 불편한 점이 있거나, 누가 간섭을 하더라도 마음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수행자가 참선을 할 때 눈을 반만 뜨는 이유는 모든 것을 다 보려고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란다.
수지침으로 멀미난 사람을 치료하거나 아픈 다리를 침으로 다스리는 친절한 심금자씨도 마음속에서 화기가 쌓이면 병이되므로, 봉사하는 사람은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므로 불편한 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같이 동행하는 사람들은 봉사하면서 일어나는 불편한 점이나 좋은 점에 대해서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조영숙 : 사람이 많이 모이면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먹을 것도 많기 때문에 좋은 점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희순 : 봉사는 어떤 대가를 바라지 말고 봉사하는 그 자체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므로 불편한 점을 생각하기 보다는 봉사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껴야 합니다.
심금자 : 그래요 맞아요. 맞아요.
조영숙 : 봉사할 때에는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려면 묵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희순 : 봉사는 참 나를 찾기 위해서이므로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해야 합니다. 시간이 나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는 기회가 생기면 감사한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심금자 : 수지침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여 고통을 덜어주면 그 자체에서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봉사하는 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봉사가 기쁨을 줄 수도 있고,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구희순 : 사람이 아프면 봉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요, 한번 아파서 죽음을 생각해본 후에 다시 태어난 사람들은 아무런 욕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욕심이 없어지니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지고 그 속에서 기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영숙 : 그래서 옛말에 아프면 철든다는 말이 있지요 ㅋㅋ
구희순 : 또한 봉사를 하면 선업을 쌓기 때문에 자기의 악업을 소멸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봉사하는 자의 마음가짐이 순수해야 하고, 오로지 봉사하는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하니 하늘 아래 남을 위해 봉사하는 자야말로 늘 기쁨이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즐거움이 늘 함께 한다면 그 곳이 바로 우리 불자들이 깨달아서 같이 생활하고 이룩하기를 소원하는 불국토가 아니겠는가? 나무관세음보살.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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