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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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명절과 불교이야기 ⑬ - 동안거(冬安居)
이번 11월 24일은 음력으로 10월 보름으로 동안거 입제일입니다. 동안거는 말 그대로 추운 겨울철을 맞이하여 스님들이 한 곳에 머물며 수행하는 것으로 매년 음력 10월 보름날부터 이듬해 음력 1월 보름까지 3개월간 이루어집니다.
겨울에 하는 동안거처럼 무더운 여름철에 하는 하안거(?安居)도 음력 4월 보름부터 음력 7월 보름까지 3개월간 진행됩니다.
안거 기간이 시작되면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안거에 참여하는데 이를 ‘안거입제(安居入制)’, 혹은 ‘안거에 든다’라고 표현합니다. ‘입제’라는 말은 안거기간동안에는 일체의 외부출입을 삼가하고 미리 정해진 규율에 따라 엄격한 수행생활을 해야 하기에 붙여진 단어입니다. 이와 댓구가 되는 말로는 일정한 제약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해제(解制)’라고 합니다.
그러면 안거란 무엇일까요? 안거(安居)는 범어(梵語 : 산스크리트어) ‘Varsa’를 번역한 말로 원래 의미는 ‘우기(雨期)’를 뜻하는 말입니다.
인도는 여름철이 되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이 시기가 되면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수행방식을 취하고 있던 많은 수행자들도 돌아다니기 불편하고, 새롭게 자라나는 초목과 벌레들이 밟혀 죽는 일을 막기 위해 일정한 장소에 머물면서 수행에만 전념하였다고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이러한 전통을 수용하여 성도(成道) 이후 열반에 드실 때까지 한결같이 안거의 수행전통을 지키셨기에 오늘날까지 불교의 가장 중요한 수행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안거의 전통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데 상좌부불교가 전래된 동남아지역은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름안거, 즉 하안거를 지켜오고 있는 반면에 대승불교가 전래된 중국, 한국, 일본지역에서는 추운 겨울이 존재하는 북방지역이라는 점에서 하안거와 함께 동안거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안거를 한번 하는 것과 두 번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이는 하안거를 지키는 지역에서도 날씨의 변화에 따라 안거기간이 지역마다 약간 다르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마전선이 서서히 북상함에 따라 남부지방은 일찍 시작되고 북부지방은 늦게 시작되는 것처럼 인도 등 남방에서도 비가 오는 시기에 따라 안거기간이 조금씩 달랐다고 합니다. 이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하안거기간인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를 전안거(前安居)라고 하였고, 이와 달리 5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 늦게 시작되는 안거를 후안거(後安居)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안거의 시작이 수행에 필요한 최적의 여건을 만들고자 한데서 비롯되었기에 극심한 추위가 존재하는 겨울철이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북방지역에서는 여름과 마찬가지로 겨울에도 수행전통을 살려 동안거를 지내게 된 것입니다. 다만 스님들의 수행기간을 의미하는 ‘법납(法臘)’을 헤아릴 때에는 하안거기간만을 세는데 이는 1년을 단위로 세기 위함도 있지만 부처님께서 행하셨던 안거의 전통을 오롯이 계승하고자 하는 의미도 깊다고 하겠습니다.
마치 부처님께서 수행하실 때 1일 1식으로 매일 정오 이전에 공양하셨으므로 이를 기려 사시(巳時)에 해당하는 오전 10시 ~ 11시경에 올리는 ‘사시맞이 불공’처럼 말입니다.
또한 안거는 ‘절’을 탄생하게 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만약 안거가 없었으면 오늘날 우리가 불교를 접할 수 있는 ‘사찰’이라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부처님께 처음으로 바쳐진 절은 마가다국의 빈비사라왕의 죽림정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루어진 절이 ‘기원정사’입니다. 이 모두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안거기간동안 머무를 용도로 제공된 것입니다.
특히 기원정사는 당시 부호였던 급고독(給孤獸)장자로 알려진 ‘아나타핀디카’가 부처님께 바친 절이었는데 이 절이 만들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나타핀디카가 부처님의 명성을 듣고 부처님을 찾아가서 큰 기쁨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쁨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얻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와서 안거기간동안 머물러 주길 간청합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안거기간동안 부처님께서 머물며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섭니다. 마침내 알맞은 곳을 발견하였는데 그 곳은 ‘제타(祇陀)왕자’ 소유의 숲이었습니다. 이를 팔라고 하자 제타왕자는 거절하였고 두 사람간에는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왕자님, 부디 그 숲을 저에게 파시기 바랍니다. 저는 거기에 정사를 짓고자 합니다."
"장자여, 그대가 황금을 그 위에 깔아 놓는다면 몰라도 그 숲은 넘겨 줄 수 없소."
마침내 아나타핀디카는 그 숲을 황금으로 덮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설마 했던 제타왕자도 아나타핀디카의 정성에 감복해서 자신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자 하니 자신이 올릴 부분도 남겨달라고 사정합니다.
이 두사람의 인연으로 우리가 잘 아는 절이 탄생하게 됩니다. 바로 기원정사입니다. 기원정사는 '제타(祇陀)왕자의 숲(樹林)에 세워진 아나타핀디카(給孤獸)의 정원(庭園)에 있는 정사(精舍)', 즉 '기수급고독원정사(祇樹給孤獸園精舍)'라는 말을 줄여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아나타핀디카가 청한 ‘안거의 요청’을 거부했다면 불교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절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안거의 본래 의미를 생각한다면 안거를 ‘편안히 머문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머문다’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흐트려졌던 몸과 마음을 안거를 맞이하여 다시 본래의 청정한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요?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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