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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돈이 뭐 길래?

  • 입력 2007.12.01
  • 수정 2024.11.22

이웃 중에 아파트에 당첨이 되어 기뻐한 것도 잠시, 중도금을 내느라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 그는 십년도 더된 옷을 입고, 아이들 옷은 얻어서 입히며 신발도 여러 번 수선해 신는다. 당연히 식사 모임에서 돈을 내는 것도 망설이다가 얻어먹는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모으고 나면 이상하게 돈 쓸 일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가족이 돌아가면서 아파 병원비로 쓰기를 수차례, 엊그제는 필자에게 눈물을 보였다. “먹을 것 안 먹고, 치장도 안하고 사는데 자꾸 일들이 생겨서 겨우 모아놓은 돈이 나가니 속상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아는지 7년이 넘도록 변변한 밥을 산 적이 없다. 자기는 명품 옷에 신발로 치장을 하면서도 벌이가 시원찮고 시댁에 돈을 줘야 해서 자기네가 제일 못살기 때문이란다. 그 집은 지금도 제일(?) 못살고 있다.

 

평생을 돈이 풍족했으면 하고 살아온 이가 있다. 저축보다 이율이 높은 계, 주식, 부동산 등을 찾아다니며 투자했지만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인 지금도 빚에 허덕이며 돈이 없다. 남들보다 수입도 많았다는데 그 돈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또 어떤 이는 경비원, 사무원, 청소부 등에게 큰 돈은 아니지만 항상 고생한다며 봉투를 주곤 한다. 사실 자기가 내는 일정액이 그들의 월급으로 나가지만 개의치 않고 챙겨준다. 그렇게 돈을 헤프게(?) 썼지만, 그는 아주 넉넉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돈이 많아 주변사람에게 항상 베풀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떤 이는 “돈은 쓰니까 들어오더라.”며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신조로 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에게 읽어주는 전래동화 중에 <저승 창고와 덕진다리>란 책이 있다.

 

어느 마을에 덕진이라는 주막집 딸이 주변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어서 칭찬을 받고 있었다. 반면, 그 마을의 사또는 평생 남에게 베푼 것이라고는 거지에게 던져준 짚단 하나뿐이었다. 그러던 사또가 저승에 가게 되었다.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는데 저승에서 이승으로 보내줄 테니 쌀 삼백 섬을 내놓으란다. 저승사자가 이끄는 저승 창고에 가보니 사또의 창고 안에는 달랑 짚단 하나만 놓여 있다. 옆의 창고를 들여다보니 창고가 가득 차 있다. 누구의 창고인가 물어보았더니 덕진이의 창고라고 한다. 덕진이의 창고에서 쌀 삼백 섬을 빌려 이승에 온 사또가 덕진이에게 쌀을 갚으려 하자, 덕진이는 마을 사람을 위해 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다리를 ‘덕진다리’라고 불렀다.

 

그냥 옛날이야기로 넘길 수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에도 진리가 담겨 있다. 미국에 사는 어떤 이는 “나는 내가 실제로 알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글을 발표하여 자그마한 반향을 일으켰다. 많이 배워 학식이 높은 것을 자랑하기 앞서 유치원 아이들도 알고 있는 것만 실천한다면 세상을 잘 살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잊고 욕심과 허영에 사로잡히기 쉬워진다. 게다가 돈이란 이상하게도 있으면 달콤하고 힘이 있다고 믿게 한다. 돈이란 참 묘하다. 쫓아다니면 덧없고 마냥 모른 채 살기엔 세상과 한참은 뒤떨어진 사람을 만드니 말이다. 주변을 보면 푼돈 쓰는 것에는 인색하게 굴다가 한방에 많은 돈을 날리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과연 돈은 어떻게 벌고 써야 하는 것일까?

 

부처님께서는 ‘보시’를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로 설파하셨다. 육바라밀에서도 가장 먼저 보시를 들고 있다. 경전에서 여러 번 강조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는 어떤 목적이 없이 베푸는 보시인데 <금강경><반야심경>에는 무주상보시의 한없는 공덕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육취윤회경>에는 보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보시의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부처님 말씀을 보시하면 큰 지혜를 얻게 되고,

의약을 보시하면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다.

등불을 보시하면 항상 눈이 밝아지게 되며,

음악을 보시하면 목소리가 아름다워진다.

침구를 보시하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고,

좋은 밭을 보시하면 항상 창고가 가득 차게 된다.

 

부처님 말씀을 요약하면, 보시를 통해 베푼 만큼 나에게 돌아온다는 간단한 진리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은 내가 받은 것과 베풀었던 것들은 더하고 빼어 받는 합이 되는 이치다. 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서 내가 베풀면 언제가 돌아오는 것임을 새삼 확인한다. 지금 나의 창고에는 무엇이 쌓여 있는지 돌아본다. 몹쓸 욕심만 가득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이유 있는 베풂보다 작지만 순수한 마음이 우리 이웃에게는 더욱 가치 있는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자.

 

천지의 기운이 온화하면 생명이 자라고,(?地之氣 暖則生)

추워지면 죽는 것처럼(寒則殺)

성품과 기운이 차가운 사람은 역시 받는 복도 적게 마련이다.(故?氣?冷者 受享亦涼薄)

기운과 마음이 따뜻한 사람만이(唯氣和心暖之人)

복도 많이 받으며 그 혜택도 오래가게 된다.(其福亦厚 其擇亦長)

 

<채근담> 중에서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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