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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만드는 가족

  • 입력 2007.12.24
  • 수정 2024.11.21

행복을 오밀조밀 만들며 살아가는 한 가족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서로 베풀어 주고 남을 도와주고 스스로 열심히 산다면 천하가 다 내 것이고 평안하다 했던가.

 

가족 모두가 불교에 입문해서 열심히 신행생활을 하는 윤치명(자운. 50세)씨 가족을 햇살이 따스한 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산중다원에서 만났다.

 

밝은 미소에 합장을 하며 들어서는 윤치명(자운 50세)씨, 그의 부인 구순덕(연화심.48세)씨, 그리고 아들 윤종민(22세)군, 토요반 경전수업이 있으니 차담(茶談)을 나눌 시간도 없이 질문부터 건넸다.

 

 

조계사에 다니게 된 동기가 있나요?

윤치명: IMF로 하고 있던 사업이 힘들어 지자 아내의 건강이 나빠졌어요. 운동 겸 창신동에서 동대문을 거쳐 인사동 조계사를 반환점으로 둘이서 날마다 걸었습니다.

 

구순덕: 처음에 경내 벤치에 앉아 대웅전 부처님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거예요. 하지만 대웅전에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어요. 법당에서 하는 예절도 모르고  무엇인가 외우고 따라 할 줄 알아야 들어가는 줄 알았으니까요. (잠깐 웃음) 마음이 편해지니 건강도 좋아 지더라구요.

 

 

절이 처음이셨나요?

구순덕 :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나서긴 했었지만 그 때도 그냥 경내만 돌아 다녔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2005년도에 입대를 하게 되었지요.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외아들이고 군대에 간다고 하니 절박하더라구요. 무조건 기도 했습니다. 좀 편안하게 건강하게 복무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기도가 부처님께 전해졌는지 정말 잘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배치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56기로 불교기본교육을 받았습니다.

 

 

아버님이 월남하신 분이라 들었는데, 가족이 많지 않으시겠네요?

윤치명 : 아버님 고향이 함흥이십니다. 1.4 후퇴때 단신으로 월남하셨지요. 저도 외아들이고  또  종민이 하나 뿐이니 외롭지요. 종민이 휴가 나오면 제일 먼저 조계사로 왔어요. 그래야 할 것 같더라구요. 종민이가 잘 지내고 있다고 부처님께 인사를 드려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종민군이 잘 따라 하던가요?

윤치명 : 네, 예불 시간 이였어요. 삼배만 하고 그냥 가라고 하면서 혹시나 해서 천수경을 펴 줬지요. 그런데 천수경을 따라 읽는 거예요.  관세음보살 정근에 108배를 올리고 끝까지 따라 하더라구요. 너무 대견하고 뿌듯했답니다. 그리곤, 부대에서도 날마다 108배를 했다지 뭡니까. (웃음) 제대하고 바로 58기 기본교육에 입문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7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등학교도 천주교 학교를 다녔고 천천히 설득을 했어요. 가족도 많지 않은데 종교로 갈등이 있으면 안 되니까요. 잘 따라 줘서 고맙지요.

 

 

발심을 하게 된 동기가 종민군 때문이었군요.

윤치명 : 네 그렇습니다. 종민이가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100일 도량석기도 새벽예불  회향 했습니다. 부처님이 보살핌을 주셨는지 회사일이 많아졌습니다.   바빠서 기일 내에 일을 마칠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바빠도 기도는 거르지 않았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더 간절했으니까요. 이상하게 일이 잘 해결 되는거예요.

 

 

보시(布施)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윤치명 : 처음엔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습니다. 새벽 도량석 기도를 힘들게 열심히 기도하시는 스님들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꿀 공양이 있다고 하길 래.....좀 (겸연쩍은 듯) 친구가 화성에서 포도 농장을 하는데 포도가 참 좋았습니다. 욕심이 생겼어요. 좋은 것을 부처님께 올리고 싶었지요. 그래서 한 트럭을 부탁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러셨군요. 베푼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에도 큰일을 하셨다 들었습니다.

윤치명 : 제가  약속 드린 것이 있습니다. 추석 때였어요 단기간에 주문량이 많아서 다 처리 할 수가 없었어요. 요구사항도 어려웠고 정말 아깝지만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한번 부처님께 매달려 보자. 제 처와 밤잠을 줄여 가며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가 부처님 전에 좀더 많은 것을 공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사 했지요.  절로 신심이 아마도 기도 삼매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절박 했으니까요. 저도 믿기 어려울 만큼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해결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

 

(아! 기도는 이렇게 하는 거라 하신 지도스님 말씀이 문득 생각났다. 부처님께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말고, 부자되게 해 달라 하지 말고  지금보다 더 많이 보시하게 해 주십시오. 라고)

 

공양미로 50가마면 큰 액수인데 아내분께서 쉽게 허락 하셨는지요?

윤치명 : 함께 해주니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장모님이 원래 베푸시는 걸 좋아 하셨어요.  나그네나 구걸하는 사람이 집에 들르면 물 한 그릇이 아닌 밥상을 푸짐하게 내 놓곤 하셨답니다. 아마도 어머님의 선한 과보가 열매를 맺어 저희가 편하게 사는 것 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좋은 열매는 종민군이 결실을 보게 되겠네요?

부부같이 : 하하 그런가요.

 

 

두 분께서는 가족기도나 축원은 안 하시는 걸로 아는데 맞습니까?

윤치명 : 네, 아직은요. 부처님은 항상 남을 위하여 자비 보시하라 하십니다. 결과적으론 남을 위하는 것이 자기를 위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전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원하시는 일이 있으신지요?

윤치명 : 열심히 해야지요. 일도 열심히 하고, 받은 만큼 또 베풀기도 하고 지금 반야심경 천수경 경전공부 중입니다만 마치고 나면 내년엔 우리 부부 불교 대학 공부도 하고 많이 배우고 또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법당에 들지 못하고 망설였던 일이 다른 분들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욕심을 내자면  훗날 종민이랑 며느리랑 손주들까지 함께 손잡고  부처님께 기도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 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하거든요.

 

(웃음이 떠나지 않는 두 분, 아니 아드님까지 세 분,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며 가꾸어 무럭 무럭 키우는 나무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수업시간 늦을 새라 총총히 걸음 놓으시는 두 분 어깨위로 노란 햇살이 살폿이 내려 앉는다. 두 분 성불하십시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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