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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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인터뷰 - 한대길님
번뇌도 내려놓고, 욕심도 내려놓고, 작은 붓끝 하나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불보살님들이 태어나고, 불화를 통해서 불보살님을 자신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이 곧 수행이고 불교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 위한 수련과정이기도 하다.
그간 그려온 불화로 대학로 디자인 쎈타에서 실시한 2007년 여성 미술대전 민화부분에서 특선상을 받은 한대길씨를 만나봤다.
불화를 그리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8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딸 입시기도를 하면서 절에 처음 다니기 시작하면서 불교와의 인연을 맺었어요. 그 때 기도를 하다보니 아름답고 화려한 신중단 후불탱화를 보고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요. 하지만 생각 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
3년 전 갑자기 집안에 여러 가지 우환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부처님께 의지처를 삼게 되더라구요. 어느날 조계사를 찾아왔다가, 조계사에서 실시하는 문화강좌 불화반이 있기에 너무나 우연이다 생각하고 바로 등록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불화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처음 불화를 배울 때는 너무 힘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어요.
불화를 그릴 때는 엎드려서 몇 시간씩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하기 전 꼭 108배를 해서 몸을 푼 다음 시작 합니다. 손가락 끝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쓰다보면, 때론 팔, 다리, 온몸이 쑤시고 저리기도 합니다.
거의 1년 동안을 그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수 없이 좌절하고, 또 마음을 내어 붓을 잡고를 여러 번 반복을 하다가 이제는 불화 그리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웃음)
절을 하고, 기도와 수행하는 일념으로 열과 성을 다해 그리다 보면, 어느새 불보살님의 환한 모습이 눈앞에 새롭게 탄생합니다. 그 순간 힘들었던 모든 일은 다 사라지고,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됩니다.
불화를 그리기 위한 기초단계로 절을 많이 해야 합니다. 부처님 법에, 절을 많이 하면 하심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하셨지만 실천하지 않고는 몰랐었는데, 절을 많이 하다보니 지금은 제 자신도 몰라보게 자신을 낮추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더군요.
기도를 할 때도 처음에는 우리 가족만을 위해서만 기도를 했었는데, 지금은 내 주위에 있는 친정식구, 이웃, 친구, 등으로 이어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큰일을 당했을 때도 당황하고 한없이 답답해지던 마음도, 지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녀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3,000배를 하면서 자신을 낮추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다 보니 신심이 절로 일어나고, 일념으로 불화를 그리다 보면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고 말한다.
언제까지 불화를 그릴 예정이세요?
새벽에 일어나서 절 수행 하고, 기도와 염불로 하루 일과를 시작 하면서, 불화를 그리는 일이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작은 붓을 손에 잡을 힘이 있을 때 까지 그릴 생각 입니다” 라며, 수줍게 웃는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주의 사람들이 “잘 봐줄 때” 힘이 난다고 말한다.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공모전에 참가를 했는데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것 같다”면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꼭 절이나 기도만이 수행은 아닐 것이다.
하얀 백지위에 번뇌 망상 다 떨쳐버리고, 오직 간절한 마음하나 붓 끝에 모아, 화려하고 아름다운 불보살님들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환한 미소의 그녀도, 진정 아름다운 수행자의 모습이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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