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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주의 화두 - 느림의 미학(美學)

  • 입력 2008.01.21
  • 수정 2024.11.18

 

느림의 미학(美學)

 

 

이 전화기 기억하시죠?

검정색에 퉁퉁하고 묵직하며 튼튼한 줄과

동그란 다이얼을 가진 전화기.

지금은 엔티크숍이나 골동품 가게에서 한, 두대 볼 수 있는_

 

 

손가락을 끼고 "스삭 드르륵, 스삭 드르륵"

동그란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면 앞 번호가 빙 돌아

제자리에 돌아올 때 까지 또 다른 숫자들이 느긋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이 모든 회전들이 공들여 모아져서야

비로소 저 너머 그리운 사람의 정겨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_

 

 

꼭, 꼭 번호만 누르면 신호음이 울리고

저장된 숫자 하나만 누르면 통화가 되는 스피드시대에

천천히 드르륵,드르륵 대는 아나로그 전화기에서

문득, e_mail 도, 문자 멧세지도 못하는 아내 생각이 나

피식 웃음이 도네요.

1분1초의 시간마저 쪼개 쓰고 있는 우리네 조급한 삶,

조금의 기다림조차 낭비로 치부되는 초고속 디지털시대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다이얼 전화가 더 없이 예의 바르고

사려 깊게 느껴지는 건 옛 것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닐 꺼 예요.

 

 

<부처님전에서 천천히 더 천천히 마음을 모아 진심의 기도가 필요한 1월입니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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