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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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자재암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
겨울 날씨 스럽다.
어쩜 겨울은 맡은 소임, 임무 완수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넓은 창 너머로 보이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유혹하지만 선뜻 등산화 끈을 조일만큼의 유혹은 아닌 듯 싶다. 살금 부끄러운 듯, 스며드는 햇살의 사랑이 더 큰 힘으로 배낭속을 채우고 목적지 찾아 길을 나섰다.
사랑이 그립고 따스함이 그립다고 외로운 푸념은 하지 말자. 먼발치 에서 때론 가까이서 원효를 보고 사모의 정을 키우다 모란꽃과 승려복을 선물하고 사랑을 얻은 요석공주.
단 3일간의 꿈같은 사랑 속에 대학자 설총을 낳은 요석공주는 행복했을까?
요석공주와의 사랑이 아니였다면 원효대사의 폭 넓은 대중을 향한 포교는 가능했을까?
산속에 숨은 것은 작은 은거이고 시장 속에 숨는 게 큰 은거라는 말처럼 결혼 아내 자식으로 인해 파계, 가난하고 힘없는 대중과 호흡하며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 주고 원효 작사,작곡 노래가 되었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우면 부처님의 가르치심 자비만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실천하라"며 무아행을 실천하신 원효대사를 만나러 간다.
소요산 자재암 조계종 25교구 봉선사의 말사이며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수도하여 큰 도를 깨친 곳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원효스님이 수행 정진 하던 중 비 내리는 어느 날 하루 밤 쉬어가기를 원하는 아녀자에게 "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種種法滅 自在無碍"라. 마음이 생(生)하면 즉, 갖가지 법이 생기는 것이요, 마음이 멸(滅)한 즉 온갖 법이 멸(滅)하는 것이니, 나는 마음에 막힘이나 거침이 없도다." 하는 법문으로 관세음보살을 친견(親見)하고 그 자리에 암자를 짓고 자재무애(自在無碍)의 수행을 쌓았다. 그래서 암자 이름이 자재암(自在庵)이라는 전설과, 멀리 서라벌에서 요석공주가 찾아와 머물렀다고 전하는 집터도 있다.
일주문을 지나 등산로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원효폭포 속세를 떠나 피안의 세계로 접어 든다는 속리교를 지나 바위산 협곡에 위치해 있는 원효대사가 성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도량의 자재암, 주전각인 대웅전은 정면3칸 측면2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좌우 협시불로 봉안되어 있고 반야바라밀다심경을 한글로 번역한 책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 언해본’이 1994년에 보물 제1211호로 지정된 문화재가 보관되어 있다.
대웅전 뒤쪽으로 삼성각은 목조와가로서 칠성.독성, 산신이 모셔져 있으며 신앙의 존상과 탱화가 모셔져 있는데 나반존자상은 지불이며 뛰어난 상호와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원효스님이 수행하시던 굴법당 예로부터 나한기도로 유명한 자재암 나한전,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가섭존자와 아난존자를 비롯한 16나한상과 천불이 봉안되어있는 나한전에 좌복을 놓고 입정에 들었다.
'또르르 똑 또르르 똑' 스님의 목탁소리도 아닌데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청량하게 구르는 물소리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저 물 소리조차도 스님의 목탁소릴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부처님의 앞을 그냥 지나기가 송구스러워 졸졸 흐르지 못하고 '또르르 똑'하며 흘렀으리라.
미시 예불기도(오후 2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물 목탁소리에 108배를 올리고 원효대사께서 선정에 들어 지맥을 관찰하다 바위사이로 물줄기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 주장자로 바위틈을 꿰뚫어 깨끗한 물이 흐르게 하였고 그 이후 신기하게도 이 물을 마신 사람들의 속병이나 갖가지 위장병이 치료되었다는 원효 샘 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갈증을 달랜다.
예불시간이 되어 다시 찾은 나한전 금강반야바라밀 3독으로 난 무엇을 기원 했을까.
거대한 석굴에 부처님과 16나한 천불 그 위엄과 포근함에 잠시 타임머신을 타 본다.
원효대사의 수행정진 하시던 그 토굴로...
나한전 옆 우측마당 아래로 깊숙이 떨어지는 옥류폭포(약10m)는 여름철 우기엔 많은 양의 폭포수로 인해 물안개가 피어올라 운치를 더하고 가을날 단풍잎이 떨어져 아름다운 꽃 선녀탕을 이루었다 하는데 오늘은 흔적도 없이 긴 얼음기둥을 만들어 놓았다.
추운 겨울이 지나 쏴~ 하고 물줄기 세차게 내리는 날 물안개 보러 오리라. 외롭거나 사랑이 그리운 날 수행 정진하는 사랑하는 님 바라만 보는 요석공주의 애닮은 사랑을 다시 위로 하러 오리라.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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