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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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불교대학 1학기 수련회
사리친견은 부처님을 뵙는 일이라 했다.
부처님을 뵈었으면 마음을 보아야 하고 우리가 부처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도 했다.
조계사 불교대학 1학기 수련회가 불기 2552년 4월12일 “실천 없는 배움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법구경 한 구절을 화두로 1박 2일 여정에 올랐다.
해넘이가 시작된 시간에 월정사 선불전에서 275명 재학생들이 입제식을 가졌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천하에는 두 도가 없고 성인은 두 마음이 없다.’ 는 탄허스님의 말씀을 인용하시며 “중생을 생각하는 지극한 부처님마음, 정견으로써 생활하고 정진하고 수행하면 깨달음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발심 보리심을 일으켜서 열심히 배우고 깨우쳐 부처가 되자.”고 말씀했다.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밤길 9시, 상원사 적멸보궁으로의 출발은 희망이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손전등의 빛이 아닌 광명의 빛이 환하게 밝혀 준다.
들뜬 마음을 가라 앉혀 주기라도 하듯 안개처럼 시작한 습기는 이슬로, 가랑비로 점점 굵기를 더해간다.
아름드리로 늘어선 전나무들의 곧음은 염불과 목탁소리로 웅장하게 자랐을까?
어느 사찰의 대웅전 대들보가 되기를 서원했으리라. 아니 서까래라도 괜찮다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욕심 없는 마음을 오대산의 계곡 물은 말없이 응원을 하듯 맑은 소리를 낸다.
어둠을 가르는 발걸음은 힘겹다. 빗줄기에 흔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가하며 가파르게 올라선 곳, 결제정신으로 깨어 있는 도량 상원사다. 임금세조가 지병을 고치려고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중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나서 병이 나았고, 상원사 참배 중에 고양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일화가 있다. 이렇듯 세조와 상원사는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사찰이기도 하다.
적멸보궁으로 돌계단을 오르며 ‘관세음보살’을 외운다. 힘이 솟는다.
새벽 1시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된 적멸보궁에 도착했다.
적멸보궁은 모든 바깥 경계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가 없는 보배스런 궁전이라는 뜻이다.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이 없으니 괴로울 것이 없는 부처님의 경지를 지극한 마음으로 참배한다. 소낙비면 어떠하리/ 이 순간 이 보리심을 누가 방해할 수 있단 말인가.
새벽을 여는 미명의 시간 밤새 빗길에 지친 발걸음으로 3시 30분 경 월정사 경내에 도착했다. 도량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의식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천지 만물을 깨우며 미혹의 중생들을 깨어나게 하기 위한 도량석 목탁소리가 정신을 맑게 했다.
목탁소리에 맞추어 팔각구층석탑(국보48호) 주위를 돌며 탑돌이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석탑은 불빛으로 더욱 아름답다. 연꽃 대좌 모양의 기단부, 흐트러짐이 없는 정연한 상륜은 보탑의 격조를 한층 더하여 준다. 팔각은 불교의 실천수행에 기본이 되는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한다.
새벽예불과 교무국장 묘경스님의 “추억은 아름답고 크게 자리한다. 소중한 인연과 삶을 만들어 가자”는 말씀을 끝으로 회향했다.
1학년 김창현(행원.41)씨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친견하고 깨달음에 한발 더 다가가는 느낌이다. 탄허스님의 선의 기가 흐르는 도량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 이었다”고 했다.
빗속의 긴 보행은 자신조차도 힘들다. 한명의 낙오자도 허락하고 싶지 않은 단결심이 신심만으로 가능할까? 가장 끝자리에서 불편하신 노 불자를 부축하며 완주에 도움을 준,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추어 행동한 백성하(성운.40)씨를 만났다. “고통을 같이 했기에 느낌이 남다르다. 사랑하는 사람들 도반, 법우와 함께 함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가족하고도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하는 그의 젖은 모습에선 오래 머무른 전나무 숲의 향기가 났다.
톡톡 빗소리도, 졸졸 콸콸 흘러내리는 물소리도 청량했다. 산사의 새벽공기가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주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함께한 소중한 시간을 은은하게 들려오는 풍경소리와 함께 담아 왔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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