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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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시국대법회 결의문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진정한 국민의 머슴이 되기를 촉구합니다.
유마경에 이르기를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에 든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전국의 사찰과 선원에서는 하안거 수행정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도는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염원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능이 보장되는 사회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위정자들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국민의 소중한 건강권과 주권이 위협받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삼독(三毒)에 빠진 위정자들의 공권력 남용으로 말미암아 천여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연행되고,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는 야만과 폭력의 시간 앞에 참담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생의 고통은 보살의 고통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공권력과 그에 결탁한 일부 언론에 의해 촛불의 숭고한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촛불 하나 하나에 새겨진 비폭력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 생명권 보호와 국민주권 회복을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것입니다. 어떠한 폭력으로도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위정자들이 깨닫게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촛불을 든 국민의 마음을 담아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진 또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를 철회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합니다.
이번 쇠고기 협상은 국가의 자존심을 버린 무능한 협상의 표본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지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를 철회해야하며, 재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국민과 소통이 부재한 정부는 그 어떤 ‘희망’도 그려낼 수 없습니다.
국민을 믿지 않는 정부는 존립의 가치가 없으며, 그 어떤 발전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닫힌 눈과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듣고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비폭력의 숭고한 정신은 반드시 지켜야합니다. 정부가 먼저 비폭력과 대화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과거 어떤 정권 하에서도 국민을 폭력으로 다스려 성공한 사례가 없듯 시대착오적인 공안정국 조성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최근 공안정국에 대한 진실한 참회가 있어야 합니다.
어청수 경찰청장 등 관련자에 대한 문책은 물론, 평화시위 보장 및 연행된 국민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우리는 촛불을 든 시민에게도 비폭력의 정신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촛불의 위대한 힘은 비폭력과 평화에 있음을 우리 모두 깊이 각인하고 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독선과 아집은 평화를 깨는 독초입니다.
우리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발언하고 청와대에서 ‘정부복음화’를 주창하며, 지도에서 사찰을 삭제한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이나 경찰조직의 복음화를 위해 앞장서는 어청수 경찰청장 등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행동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종교의 자유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관료들과 공직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편향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종교간 갈등과 반목, 국민 화합과 통합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범죄행위인 바 이에 대한 현 정부의 분명한 대책을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독선과 오만, 무능과 거짓말로 대표되는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참회하는 정직한 정부가 되길 촉구합니다. 스스로 말했듯이 국민을 섬기고 충실한 머슴이 되어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간절한 염원이 실현되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단 하나의 촛불도 끌 수 없습니다. 국민 모두가 주인되고 평화로운 세상을 누릴 수 있을 때까지 간절한 기도와 원력으로 끊임없이 정진해 나갈 것을 결의합니다.
불기2552년 7월 4일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촉구하는 시국법회 추진위원회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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