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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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회 실상사 여름수련회
“며칠동안 많은 비가 와서 계곡물이 이리 맑습니다.” 물이 깊을수록 할머니 옥색 모시적삼색이 난다고 하더니 크고 작은 바위사이로 흘러가는 뱀사골 계곡물에 눈 크게 뜨고 잠시동안 더위를 잊는다. 지리산서 나는 갖은 나물에 입 쩍어버러지게 끓여주신 된장국 그리고 계곡서 부는 쌀쌀한 바람까지 입안가득 행복을 맛본다.
깊은 산 꼬불꼬불 올라가 뵌 서암정사 굴법당의 부처님의 환영에 아픈 무릎 금세 잊는다. 벽마다 극락세계를 염원하는 아미타불 부처님의 원력에 삼배를 드리는 마음들이 더욱 지극하다.
지난 26일,27일 조계사 원심회원들은 남원 실상사와 서암정사에서 여름 수련회를 보냈다.
동으로는 천왕봉을 마주보고 남쪽에는 반야봉, 서쪽은 심원 달궁, 북쪽은 덕유산맥의 수정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이고,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만수천을 끼고 들판 한가운데 실상사가 있다. 연꽃잎의 가운데 자리잡은 형국이 천하의 명당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 사찰들이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는데 담너머 옥수수대를 지게로 지어나르는 농부들과 여염집의 빨래너는 모습까지 우리 사는 옆집에 부처님이 계시듯 편하고 오랜 타향살이 마치고 이제야 어머니께 돌아온듯 마음이 편하다.
선연과 악연은 늘 함께 공존하니, 서로 아끼고 봉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더욱 아름다운 인연이 된다고 한다. 원심회원들이 법당에 둘러앉아 그 동안의 속내를 미소와 수화로 털어 놓았다. 한여름밤 모기와 나방, 문지방 너머 보이는 백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만이 절간을 채운다. 묵언을 하고 참선을 해야 느낄수 있는 이 고요함은 무엇일까? 15년 전부터 절을 다녀도 아직은 부족함을 느끼며 부처님 공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보살님과 비록 말하고 듣는것에 장애가 있다하지만, 정상인보다 하나쯤은 더 잘하는것을, 하고싶은 것이 하나쯤은 도반들에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마음의 귀를 가진 불자들의 뜻깊은 시간이었다.
괴로움을 벗어나서 행복을 얻고자 하는 하나의 종교체계를 가진것이 불교라고 한다. 보시하고 계율을 잘 지키며, 학문과 기술을 배우는 것을 게을리 않는 부지런함으로 금생과 내생의 행복을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배우고 따르라는 각묵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1박2일 수련회의 마음가짐을 다시 잡아보았다.
반야심경 한자 한자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겨 신심을 다시잡고, 새벽예불과 108배의 지극함이 새벽의 어둠을 깨친다. 아침이 오기전 어둠이 제일 춥고 긴 것처럼 구도의 땀방울이 방석위에 스며든다.
도반들과 함께 지리산 매동마을 옛길따라 숲속도 걷고 야생버섯에 치자나무열매, 고사리밭 그리고 높은 산까지 땅을 일구어 벼를 심는 농부들의 근면함에 지체되는 시간도 즐겁다. 불교계 최초의 대안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와 귀농 전문학교, 인드라망생명공체등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의 현장도 둘러보았다.
무엇보다 뒷간에 앉아 볼일보고 톱밥뿌리고 나오는 서로의 도반얼굴에 어색하지만, 웃어본 기억은 텃밭은 고추와 호박를 볼때마다 생각날것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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