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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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실상사로 찾아간 조류방생법회
6월 25일 조류방생법회가 전라북도 부안 내변산 실상사에서 봉행되었다. 이날 조류방생법회는 화엄지장산림대법회 회향 영가천도를 위함이었지만 또 하나의 위대한 선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6월 25일은 우리 역사의 상처, 한국전쟁의 날이다. 한국전쟁 60주기를 맞아 전쟁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위령재를 지냄으로 아픈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른 새벽 15대의 버스로 출발한 약 800여명의 조계사 신도들이 부안 실상사에 도착하였다.
상단공양을 시작으로 방생법회가 시작되었다. 영가 축원 및 순국 영령 축원, 방생의식(조류방생), 토진 주지스님과 실상사 주지스님의 인사말씀이 이어지고 제사와 봉송, 소전이 이어졌다.
이날 방생의식에서는 (사)한국조류보호협회의 도움으로 16마리의 조류를 방생하였다. 상처 입었던 조류를 치료하여 야생의 제 삶의 터로 돌려보내는 친환경방식의 방생의식이다.
16마리의 조류들! 토진 주지스님, 도문 부주지스님, 실상사 한우 주지스님, 신도회 대표로 이루어진 대표단은 (사)한국조류보호협회로 부터 조류를 인계받아 하늘로 날려 보내려고 한다. 새들은 돌아갈 자연의 섭리를 아는지 퍼드덕 날개짓 안하고 얌전히 가만히 기다린다.
불법의 인연으로 상처를 치료하여 대자연의 품으로 날려 보내는 방생의식을 봉행하며, 삶 속에서 지치고 상처 받는 우리의 마음도 훨훨 함께 날려 보내는 것이 바로 방생의식을 통해 우리가 얻는 의미 일 것이다.
불! 법! 승! 외침과 함께 조류들이 힘찬 날개짓을 하며 대 자연의 광활한 품으로 돌아갔다. 힘차게 날아가는 조류들을 보니 우리들의 번뇌 또한 티끌 한 점 없이 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부안 실상사는 변산의 4대 사찰 중 하나로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하여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형으로 더 잘 알려진 효령대군의 원당이 되었고, 고려시대 불상과 대장경, 효령대군불사발원문, 고사경(古寫經), 고인경(古印經) 등 다수의 국보급 유물도 간직하고 있었던 사찰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지리산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의 마지막 퇴로가 변산 내변산 봉래구곡이었다. 1951년 빨치산 토벌작전이 전개돼 수백 명이 희생됐으며 실상사도 함께 전소했다. 이때 전투에서 죽어가던 시체가 젓갈을 담듯이 쌓였다고 마을사람들은 전한다.
토진스님께서는 “343 조상천도 기간 동안 애들 많이 쓰셨습니다. 우린 회향하기 위해 이곳 실상사에 왔습니다. 여러분들의 발밑엔 호국영령의 수많은 눈물이 배어 있고 가족의 원과 한이 서려있습니다. 이곳에서 영가를 천도하고 위령제를 지내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싸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싸우는 것은 마음이 나뉘어 갈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영가를 위하고 실상사가 중흥하도록 마음을 담아 반야심경을 독송하고자 합니다” 라고 하셨다.
“아제 아제 바라 아제 바라 승아제 모지 사바하...... ” 천명에 가까운 신도들의 울림이 봉래구곡 내변산에 자락자락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실상사 한우 주지스님께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봉래구곡 한국전쟁 희생자 위령법회(천도재)에 한국 불교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조계사 불자들이 함께 해주셔서 행복합니다. 소원하는 업장소멸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실상사는 한국전쟁으로 터만 남았던 곳을 1998년 청하 큰스님의 발원으로 복원불사가 시작되었고 전 그 뜻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복원사업에 힘쓰시는 한우스님께 힘찬 격려의 박수와 함께 중창 불사에 십시일반으로 그 뜻을 함께 했다.
변산 부안의 위세당당했던 실상사지! 모든 것은 사라졌지만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역사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곳으로 부상하고 있는 실상사! 중흥불사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또 가장 여법하게 이루어진 기도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kbs 등 방송과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으로 취재가 한창이기도 했다.
여름의 시작답게 뜨거운 햇볕은 내리쬐고 많은 인파로 불편은 하였지만 일사불란한 질서와 흐트러지지 않는 기도로 여법하게 이루어진 방생법회는 다시금 조계사의 잠재된 힘을 깨닫게 하는 하루였다. 또 색다른 선택으로 조계사의 미래는 몹시도 우리를 설레이게 하는 하루였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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