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구김이 생기던 날,
불현듯 찾아간 산사엔 하염없이 눈만 내리고
끊길 듯 이어지는 노 스님의 독경(讀經)은
바람결 적막 속으로 메아리되어 멀어지는데,
간간이 "뎅그랑"대는 처마 끝 풍경은
그냥 좋다. 그냥 좋다. 하나의 자연(自然)됨을 강요한다.
예서, 한, 달포만이라도 머물 수는 없는 걸까?
아니, 다 팽개쳐 버리고 단 사흘만이라도...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새끼들_
내일 출근 해야 하는데_ 오버랩)
주지스님께 조아려 법(法)을 기다렸으나,
법 대신 불호령.
"처사! 빨리 돌아 가시게. 고립되면
꽃피는 4월에나 나가게 될 테니_"
2011.2.27 고성 화암사에서 박용신(백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