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왕오천축국전은 1908년 중국둔황(敦煌) 막고굴(寞高窟) 장경동(藏經洞)에서 발견돼 프랑스로 넘어간 이래 지금 까지 한 차례도 공개 전시한 적이 없었다. 혜초스님이 727년 이 글을 완성했고 2010년 12월 이 땅에 돌아왔으니 꼭 1283년 만에 귀향(歸鄕)되어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왕오천축국전은 혜초스님이 723년부터 727년까지 다섯 천축국(인도의 옛 이름)과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등 서역지방을 기행하고 쓴 순례기이다. 혜초스님은 신라의 수도 경주를 출발하여 뱃길로 중국광저우(廣州)를 거쳐 인도에 도착한 뒤 육로로 페르시아 중앙아시아를 지나 당의 수도 장안(지금의 시안)까지 2만km를 순례했다. 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그 4년의 걸친 대장정의 기록으로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와 함께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힌다.

부처님의 성지(聖地)를 순례하고 싶었던 스님의 간절함이 실행에 옮겨져 쓰여진 이 기행순례기는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실크로드)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일상, 풍습 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세계적 역사 사료로 가치가 매우 크다. 두루마리 필사본으로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총227행에 5893자 폭42cm 총길이 358cm이다.

실크로드와 둔황(敦煌)이라는 제하로 전시 되는 이번 전시는 혜초스님이 여행했던 길을 따라가며 부제 4부로 나누어 1부 ‘실크로드의 도시들’, 2부 ‘실크로드의 삶과 문화’, 3부 ‘둔황과 왕오천축국전’, 4부 ‘길은 동쪽으로 이어진다’등으로 구분되어 전시관 안에는 중국 신장(新疆) 간쑤(甘肅) 닝샤(寧夏) 지역의 박물관 11곳이 소장하고 있는 다채로운 실크로드 유물 220여점을 전시, 당대 사회상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를 둘러보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스님의 고난 속 선각수행(先覺修行)과정(過程)을 교훈(敎訓)삼아 불자(佛子)로써 신행생활을 한 번쯤 되돌아 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 아닐까?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용산)에서 2011.4.3까지 전시된다.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