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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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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주의 화두 - 어머니, 그 작은 이야기

  • 입력 2011.04.25
  • 수정 2024.11.23

"어머니! 어디 가시려구요?" "왜? 아범! 관심 있는 거여?"
어머니는 무언가 화가 나섰는지 퉁명스럽게 말씀하시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여보! 어머니 왜 그러신데?"
"저두 몰라요. 상우가 피자가 먹고 싶었다고 하니까 사 주시는 거 같던데..."

그 날, 어머니는 다 저녁때가 되어 밝은 얼굴로 돌아 오셨습니다.
그리곤, 양말 두 켤레를 건네 주시며 아들하고 하나씩 나눠 신으라고 하셨습니다.

아내가 어머니와 같이 가셨던 친구분께 전화로 어딜 다녀 오셨는지를 여쭈었더니
조계사 절에 가셔서 연등을 만들고 오셨답니다. 등을 만드시는 내내 손자 놈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시고, 아침에 피자가 먹고 싶대서 내가 사주고 왔다고 자랑하시며,
점심에 친구분에게 굳이 피자를 산다고 가자 하셔서 두 분이 피자로 점심을 때우셨는데,
"뭐, 피자 맛이 별거아니구먼." "피자, 별거 아니야." 몇 번을 지나가는 소리로 말씀 하시더랍니다.

어머니는 군에 가 첫 휴가 나온 손자에게 피자를 사 주시고 같이 먹으며
오손 도손 얘기를 하고 싶으셨을 텐데, 피자가 배달 되어 돈을 주고 나니
손자놈이 같이 드시자는 말씀도 안 드리고 제 누이 방으로 피자를 들고 들어가 버렸으니
얼마나 섭섭 하셨을까요.


2011.4.23 조계사 연등만들기 마당에서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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