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현의 작품 <송림사 오층석탑> 속에는 별들이 빛났으며 사진 속 절집의 아궁이들은 밝았다. 그리고 강승규 작 <화엄 운주사 다층석탑>은 쌓인 눈과 함께 세상의 모든 빛을 품었으며, 남한강의 안개는 조현숙 작 <신륵사 삼층석탑>에서 밝음과 어둠의 경계를 벗고 있었다.
▲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장 고흥택
고흥택(불교사진협회 회장) : “순간의 포착이 사진의 생명입니다. 화면 편집(프레이밍)은 사진의 눈(파인더) 속에서만 의미가 살아난다는 뜻이지요.”
김종렬(화가) : “근경은 원경을 포함합니다. 원경은 근경을 통해 그 모습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진정한 탑’은 사실 우리들 마음 가운데에 있지요.”
‘탑’을 주제로 하는 제 16회 한국불교 사진협회 회원전(2011. 4.29~5.22. 예총회관-도선사-조계사-대구문화예술관)에서 있었던 대화 중 한 장면이다.
남중(미디어조계사 기자) : “작가를 확인하지 않고 작품 멀리서 질문 드립니다. 저 작품은 산맥의 리듬이 불탑의 고요함에 스미고, 그 고요함이 풍경소리가 되어 세상에 번져나간다는 뜻 아닙니까?”
고흥택(한국불교사진협회 회장) : “제 작품입니다. 저는 근경에서 원경으로 번져나가는 빛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부족하기만 합니다.”
고흥택 회장은 종립학교인 남양주시 광동중학교 교장을 지낸 불교 교육계의 원로이기도 하다.
이 대화가 있던 날 연아의 춤은 실수도 아름다왔다. 참새 같은 안도 미키의 춤은 꽉 찬 느낌이었다. -2011 세계피겨선수권- 아름다움은 그들의 근경 속에 있었으며, 러시아의 얼음 경기장은 세상의 모든 원경을 별처럼 밝혔다.
관음觀音은 빛과 소리의 경계를 허문 경지이다. 이 경지는 ‘먼지 속에 우주가 있고, 우주는 먼지이다.’라는 법성게의 세계관과 다르지 않다. 원경 속의 근경, 근경 속의 원경, 빛 속의 소리, 소리 속의 빛, 연아의 우아함, 안도 미키의 깜찍함, 이것들이 함께 이루는 화엄은… 도대체, 이 뭣꼬?
제16회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전(연락처 011-341-9411)에서 떠올린 화두이다. 이번 전시회는 조계종총무원 등의 후원으로 동숭동 예총회관(4월 29일~ 5월 3일), 도선사(7일~10일), 조계사(8-12일), 대구문화예술관(17일~22일)을 순회한다.… 서로를 품고 있는 원경과 근경… 도대체, 이 뭣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