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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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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주의 화두 - 기다림

  • 입력 2011.06.06
  • 수정 2024.11.21

찔레꽃이 지고

아카시아꽃이 시들어도

도회로 간 자식 놈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얼치 보릿대를 베어내고

써레질 한나절 새참 때 쯤,

"저 죄송해요. 아버님! 그이가 회삿일이 바빠서..."

달랑 전화 한 통 던지고 깜깜 무소식이다.

 

그래! 두고 보자. 어떻게 지은 농산데...

내가 쌀 한톨 주나 보자. 다짐을 하지만,

다 알지. 가을이 오면 손주 놈들 앞세워

며느리, 헤헤 저희 왔어요. 수에 넘어가

감자며 옥수수며 겨우내 먹을 쌀 가마나

바리바리 챙겨 주는 건 연례 행사 된지 오랜 세월.

 

촌노(村老)는 논둑 가에서

잘 익은 버찌 몇 알 따먹다가

다시 써레질을 시작한다.

 

 

2011.6.6 현충일, 시골 들녘을 지나며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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