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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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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위한 111일간의 행복하고도 간절한 동행, 화엄성중기도

  • 입력 2011.08.31
  • 수정 2024.11.24

대학수학능력입학시험일(이후 수능시험)은 설, 추석과 함께 대한민국 온 국민이 함께 동참하는 3대 명절 중 하나이다. 매년 수능시험 날짜가 발표되고 나면 전국의 사찰, 성당, 교회에는 입시를 앞둔 수험생 교실 이상의 긴박함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학교가 수험생들이 ‘대학’이라는 인생의 1차 관문을 보다 잘 통과하기 위해서 교과서와 씨름을 하는 곳이라면 사찰과 성당 그리고 교회는 그 수험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그 중에서도 어머니들이 자식의 무사합격을 밤을 세워가며 기도를 하는 곳이다.
조계사에서는 2012년 대학입학을 위한 수능일자인 11월 10일을 회향일로 하여 7월 2일부터 111일 화엄성중기도 <자녀를 위한 행복한 동행>을 시작했다. 여지없이 많은 보살님들이 기도에 동참하였다. 화엄성중기도에 동참한 보살님 중에는 실제 대입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도 있지만 취업, 승진, 결혼 등 각각 자식들이 바라는 간절한 바람들을 품고 오신 분들도 많다. 동참한 보살님들 대부분은 화엄성중 기도가 현실적인 부분에서 성취가 빠르며 실제로 많은 가피를 체험했다고 말한다.


 

아들을 향한 간절한 마음, 월인 보살

부처님 앞에 온 불자라면 누구나 간절한 바람을 가슴에 품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한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나 자신과 부처님 밖에 없다. 부처님이 알아주신다는 것, 그것이 불자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는지는 기도를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아들을 위해 화엄성중기도에 동참했다는 월인 보살과 조계사와의 인연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운명적이다. 몇 년 전 월인 보살은 조계사에 우연히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 그때 마침 수능기도 중인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니는 사찰이 있었고, 별도의 기도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몇 번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처음으로 입시기도를 하게 되었다. 그때 수험생이었던 큰 딸을 위해 기도를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딸은 무사히 대학에 입학했고 그때부터 조계사에서 기도를 하게 되었다.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지금 월인 보살님의 기대 대상은 오직 아들이다. 남들보다 늦게 결혼하여 어렵게 얻은 자식들이기에 귀하지 않은 자식은 없지만 저절로 아들을 향해 마음이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계기는 바로 아들의 사춘기였다. 딸이 워낙 사춘기를 조용하게 지냈던 터라 처음에는 착하기만 하던 아들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생각을 돌이켜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았지만 아들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나이 대에는 다 그런 것이다”라는 위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직 엄마만이 느끼는 속상함과 안타까움을 월인 보살은 고스란히 기도를 통해 담아낸다. 엄마의 간절함 마음이 부처님의 가피를 통해 아들에게 전해지기를, 보이지 않는 모든 존재가 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그렇게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 경화심 보살

가족을 위한 기도를 통해 행복한 변화를 체험 중인 경화심 보살

경화심 보살은 화엄성중기도에 동참하긴 하였으나 특정 자녀 보다는 가족 전체를 위한 기도 중이다. 딸과 아들이 모두 대학교에 재학 중이라 입시 기도보다는 가족 전체의 화목함과 건강함을 위해 기도를 한다. 다른 보살들에 비해 이제 막 입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경화심 보살이 기도를 하게 된 것은 딸의 입시 때문이었다.
음악을 전공한 딸이 대학 진학에 실패하여 재수를 하게 되었을 때 엄마로써 경화심 보살이 느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첫 아이였기 때문에도 그렇고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아주 작은 일마다 딸과의 갈등을 피할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하여 가족들 모두 지치고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이런 시기는 딸이 1년 동안의 재수 기간을 거쳐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의 대입이 다가오자 딸의 입시를 겪으며 경화심 보살이 홀로 속 앓이를 하는 것을 본 가족들이 기도를 해볼 것을 권했다. 평소 기도와는 다소 거리가 먼 생활을 하던 경화심 보살은 그렇게 가족의 권유로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날마다 하는 108배며, 독송 등을 따라하기가 바빴고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잔소리를 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도를 할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수험생인 아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가족의 화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아들은 무사히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였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피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때 비로소 딸을 위해 기도를 해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왔다. 아들의 입시가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가장 간절했던 것은 먼저 입시 지옥을 겪은 딸이 아니던가. 몰라서 해주지 못했던 것이지만 기도를 통해 가피를 체험하고 나자 미안한 마음은 끝이 없었다. 딸에 대한 미안함과 기도를 권유한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경화심 보살은 가족 기도를 시작했다. 매순간 부처님의 가피를 느끼며 감사하다는 경화심 보살의 딸은 엄마의 간절한 기도가 닿았기 때문일까, 지금은 장학금을 받으며 누구보다 충실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 무량심 보살
큰 아들을 향한 일편단심에서 모든 아들들을 위한 기도로, 무량심 보살

원래는 기독교였다가 불교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10년째라는 무량심 보살은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이다. 그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큰 아들을 위해 화엄성중기도에 동참하였다고 말한다. 유난히 큰 아들에 대한 사랑이 깊어 불교를 접하고 기도를 시작한 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큰 아들을 위해서만 기도를 하게 되었다. 큰 아들 역시 그런 엄마의 기도를 믿고 잘 따라 주었다. 수능날도 찹쌀떡과 엿 대신에 금강경을 주고 기도를 하러 간 엄마의 마음을 알고는 시험을 보기 전 금강경을 읽은 덕분에 차분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해준 든든한 아들이었다.
그렇게 오직 한 사람, 큰 아들을 위한 기도에서 세상의 모든 기도하는 엄마들과 아들들을 위한 마음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작은 아들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큰 아들을 위해 초를 올리려고 절에 왔는데 작은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날 중요한 시험이 있다는 작은 아들의 말에 기도를 하러 왔다고 말을 하면서 미안함에 눈물이 쏟아졌다. 그날 작은 아들을 위해 초를 올리면서 내 아들이 아닌 모든 아들들을 위해 기도를 회향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현재 무량심 보살은 화엄성중기도와 함께 하루 1,000배 수행을 함께 하고 있다. 매일 스님이 축언을 하실 때마다 절을 하고 누가 보던 보지 않던 1,000배를 채우며 그녀는 함께 기도를 하는 엄마들의 마음과 부처님의 가피가 꼭 아들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한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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