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결같이 등 뒤에 "길 따라, 부처님 따라"라는 글자가 새겨진 가방을 메고 100여 명의 하안거 방생 법회 봉사자들이 대웅전 앞에 줄 맞추어 서 있다.
주지스님, 부주지스님, 신도 사업국장 법공스님과 선림원 명법스님, 그리고 종무원들과 함께 불기 2555(2011)년 9월 2일(금) 오늘의 중요 행사인 걷기 명상을 하기 위함이다.
10시에 간단한 입재식을 진행하신 뒤, 신도사업국장 법공스님 "부처님께서는 길에서 태어나시어 길에서 열반에 드셨다. 우리도 부처님 같이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부처님을 생각하자."라고 오늘의 명상 걷기의 취지를 말씀하셨다.
마음 명상을 하시는 조계사 부주지 의연스님께서는 "마음 사랑, 건강을 위하여 참선, 명상, 요가가 있으나, 걷기 명상은 몸의 건강을 겸하여 수행의 일환으로 삼는 것이다."라고 걷기 명상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해 주셨다.
관음 법회장이 기도문을 읽은 후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조계사를 출발하여 총무원 뒤에 자리한 예전 조계사 도량에 있던 사리탑에서 우요삼잡으로 탑돌이를 하였다.
주지스님께서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마음으로 베푸는 사람이 되어, 깨달음의 마음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옵소서, 사바하.”라고 기도를 하셨다.
오늘 걷기 명상의 길은 조계사를 출발하여 법련사 뒤쪽 -> 경복궁 국립 박물관 내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 -> 경복궁 우측길 -> 청와대 앞길 -> 국무총리 공관 삼거리 -> 삼청동 길 -> 삼청공원 소광장 -> 가회동 길 -> 안국선원 -> 점심공양 -> 조계사의 경로이다.
▲ 국보 101호 현묘탑
경복궁 내에 있는 국보 101호인 고려시대 고승이신 지광국사의 현묘탑 앞에서 삼배를 올린 후 법공스님께서는 "일본으로 반출 되었던 현묘탑을 다시 찾아 경복궁에 세웠으나, 6.25 동란 때 탑신부가 많이 손상되었으며, 강원도 원주에 국보 59호인 탑묘비가 따로 떨어져 있어 아쉽다.”라고 하시며 “우리나라에는 현재 폐사지가 3,200여 개가 있는데 아는 곳은 뿐이고 나머지 3,100여 개는 사라져가고 있다."라고 하시며 애석해하셨다.
부주지스님께서 다시 마음 수행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행복하다고 생각해도 불행이 닥친다. 종교는 서비스업으로 3차 산업이다. 4차 산업은 금융산업이고 5차 산업은 IT 산업, 생명공학 산업이다.
불교는 마음 산업으로 3차 산업에서 참선, 명상, 요가, 치유, 휴식의 5차 산업으로 만들어 가는 마음 수행이다.
타종교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불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앞으로 조계사 신도회를 중심으로 5차 산업인 마음산업을 추진해야 대한민국의 중심, 세계의 중심인 조계사가 될 수 있다.”라고 하며,
“마음이 일어나면 여러 가지 법이 일어난다. 법은 비어 있다, 공한 것이다. 마음 이전의 마음이 불성이다. 마음은 실체가 아니다. 마음따라 일어나기 때문에 ‘마음=공성=참마음=불성’이다. 마음수행은 ‘문(聞)’ 듣고 깨닫는다. ‘사(思)’ 깊이 사유하여 깨닫는다. ‘수(修)’ 명상하여 깨닫는다. 명상에는 집중명상법 (생각은 모든 잡다한 잡념일 뿐이다, 생각의 흐름을 일념화하여 집중하는 것이 참선이다), 각성명상법 (의식을 깨어있는 상태에서 마음을 본다. 생각이 과거로, 미래로, 밖으로 갈 때, 깨어 있는 의식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깨어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는 없다, 과거는 머릿속에만 있을 뿐이다.)이 있다.”라고 했다.
▲ 경복궁 돌담길에서 걷기명상을 하고 있는 사부대중
▲ 경복궁 북문 신무문 앞에서 걷기명상을 하는 사부대중
경복궁에서 청와대 본관 앞까지 오는 동안 깨어 있다는 의식을 하려고 애를 쓰며 몸에 집중하여 발뒷굼치 부터 땅에 딛고 발 앞으로 닿게 하여 걷다 보니, 걸어가는 양 옆에 갖가지 색으로 피어 있는 베꼬니아의 아름다움도 보지 못하고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 '어깨의 힘 빼기 동작'과 '관음장 호흡법'을 배우고 있는 사부대중
삼청공원에 도착하여 걷기명상 인솔자(선림원)의 ‘어깨의 힘 빼기 동작’과 ‘관음장 호흡법’ 을 배워 따라 해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 '어깨의 힘 빼기 동작'과 '관음장 호흡법'을 하고 있는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
명법스님께서 “마음속 소중한 부처님을 떠올리며 마음에 집중하여 ‘마음’이란 노래로 처음엔 낮게 천천히 높게 아름다운 리듬을 듣고 따라 불러라, 그 진동으로 내 몸이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지만, 명법스님의 아름다운 ‘마음’이란 멜로디는 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같았다.
푸른 숲 속에 앉아서 깨어 있는 상태로 내 마음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언제 이 복잡한 마음속 생각의 흐름을 일념화 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조계사로 돌아와 사홍서원으로 회향을 하고 나니 왠지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이 비어 있음을 느꼈다.
오늘의 이 걷기 명상은 ‘오뚝이 마인드 워킹(마음수행과 걷기명상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올 10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총 11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대상은 걷기 명상에 관심 있는 대중 누구나 다이며, 동참비는 10만 원이다. 서울의 아름다운 길을 함께하는 걷기 명상을 통해 몸의 중심이 아래에 있는 오뚝이처럼 몸과 마음의 중심을 낮추어서 건강하고 힘찬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