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화꽃에 둘러싸여 있는 조계사 애기부처님(천진불)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는 2011년 10월 2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총 21일간 국화 꽃 축제, ‘조계사 국화향기 나눔전’을 연다. 이는 조계사가 생긴 이래 최초의 국화 전시회 행사이다. 본 행사에 사용된 국화는 모두 함평군에서 가져온 것이다.
기자가 찾은 22일, 일주문부터 시작된 국화향은 대웅전을 거쳐 10층 석탑으로 이어지며 만수향과 어우러진다. 평소에도 인적이 끊이지 않던 10층 석탑 주변은 소원, 가족의 안녕, 선부모를 기리는 불자들의 마음을 담은 국화꽃으로 가득하다. 석탑 뒷켠에는 여전히 초와 만수향이 타오르며 국화향을 더 깊이 있게 해준다.
본 행사의 볼거리는 단연 국화. 대웅전과 일주문 사이 그리고 대웅전 앞에 가득한 국화는 가을을 넘어 고요함과 안정을 통한 불심을 깨닫게 한다. 이들 국화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눈길을 끄는 것은 꽃으로 만든 코끼리인 ‘꽃끼리’. 이 ‘꽃끼리’는 높이가 사람의 두 배를 훌쩍 넘는 크기에 빨갛고 파랗고 노란 형형색색의 국화가 수천 송이가 넘게 들어 갔다. ‘꽃끼리’가 극락전을 쳐다보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꽃끼리’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다른 불자들에게도 깨우침의 길을 열어주려는 꽃끼리를 만든 불자의 염원이리라.
또 다른 볼거리는 국화 분재. 10월 28일부터 11월 13일까지 함평군 엑스포 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인 ‘국향대전’ 출품작의 일부를 조계사에 전시한 것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향대전에는 천여 점 이상의 국화분재가 전시된다 하니 이 곳도 찾아가 볼만하다.
이 행사에는 볼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먹거리와 농산물 장터가 그것들이다. 모든 종류의 커피가 1,000원인 자성과 소통의 마당인 ‘가피’, 1,000원에 다섯 개 주는 국화빵은 이 행사에 즐거움 톡톡히 더해준다. 국화빵을 먹으려면 길이 상당히 기니 인내를 배워 봄도 좋다. 함평군 농산물 장터는 이 축제의 기획의도를 잘 보여준다. 농산물 장터의 가격은 시중대비 20% 저렴하며 품질은 함평군에서 보장한다.
본 행사 주최측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본 국화꽃 축제는 전남 함평군과 도•농간의 상생을 위하여 기획되었다 한다. 물론 도심 속의 바쁜 시민들에게 여유롭고 향기로운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것도 중요한 기획 목적 중 하나이다.
조계사 주지인 토진스님의 말에 의하면 가을에 국화향을 맡으며 그 동안 쌓아온 업을 없애기 위해 손으로 편지를 써서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하는 것도 이 행사의 숨은 목적 중 하나라 한다. 우체통도 마련해 두었다 하니 평소에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것을, 글로 표현해서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해 봄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