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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주의 화두 - 오상고절(傲霜孤節)

  • 입력 2011.11.02
  • 수정 2024.11.24

 

고결과 생명의 꽃, 菊花

 

 

 

는개비 지난 뒤 아지랑이 아른대는 깃털같은 봄날의 가벼움과

숨막히게 내리쬐는 포도 위에 이글대는 여름 태양을 뒤로 하고

시리고 단단해진 땅을 헤집고 당당히 세상에 태어나는 그대!

환호의 박수와 열광의 무대가 끝나고 배우들 마저 돌아가 버린 빈 자리,

거리마다 골목마다 뚝, 뚝, 눈물처럼 나뭇잎 지는 이 쓸쓸하고 스산한 계절을 택하여

힘겨운 탄생을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이뤄 내, 거기 그렇게 서서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

계절의 끝 자락에서 살아 남음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은 아닌 것인지.

 

볕 좋은 봄동산의 살가움을 사양한 채 찬서리 사이로 피어나야만 했던 국화,

그래서 우리네 어머니와 누이를 닮았습니다.

 

거칠고 구부러진 손을 가진,

강인하고 치열한 생명력으로 무장된 여인을 쏙 빼 닮았습니다.

 

찬이슬이 내리는 가을밤,

청초하게 피어난 국화에게서 소중한 인내와 가슴 시린 사랑을 보았습니다.

 

 

2011.11.1 조계사 경내에서 국향에 취해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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